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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전집 2 - 산문 ㅣ 김수영 전집 2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8년 2월
평점 :
위대한 산문 정신
누가 뭐라 해도 한국 현대 문학에서 산문의 정수는 김수영이다. 김훈은 김수영에 비하면 정수는커녕 미지수, 분수, 소수, 내가 당신보다 아래였수 축에나 들까 ? 만약에 한국 현대 산문의 정수는 김수영이다 _ 라는 주장에 딴지를 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오달수'다. 그르지 마라.
이것은 취기를 빌려 허투루 내뱉는 소리가 아니다. 스스로 반성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반성을 빙자한,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여타 산문(작가)과는 달리 김수영은 세계의 허위를 향해 뽑아들었던 칼날을 그대로 자기 자신에게도 향한다. 그에게는 " 사소한 위선 정도는 위악으로 포장하려는 자기 방어 " 조차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김수영 산문을 읽고 나면 니체의 망치로, 카프카의 도끼로, 루쉰의 몽둥이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곤 한다. 그런가 하면, 외국 산문 작가의 정수는 수전 손택과 조지 오웰이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완벽하게 조율된 문장은 조형적으로도 아름답게 보인다.
수전 손택 같은 경우는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유도미사일 같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수전 손택이 오랜 시간 공들여서 탁마한 문장은 목표를 정하면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유도미사일과 같아서 그 집요함이 지나쳐서 때론 그의 문장이 징그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반면, 조지 오웰의 산문은 수전 손택에게는 없는 유머가 있어서 좋다. 그는 수전 손택보다는 김수영을 닮았다. 세 작가의 산문에서 누가 더 뛰어난 문학인가, 라며 자웅을 겨루는 것은 의미없는 일'일 것이다.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하여, 나는 당신에게 김수영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