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리 말 나 들 이 :
겉볼안
가수 남진은 노래한다 :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마광수는 이 말에 발끈한다. "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 "이라고 말한 후에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외모 보고 반하는 것이지 마음 보고 어떻게 아냐 ? " 고 반문한다.
돌팔매를 맞기 좋은 소리인데, 나는 남진보다는 마광수 쪽에 손을 들고 싶다. 겉볼안이라는 낱말이 있다. 얼핏 보면 답정너처럼 요새 유행하는 줄임말처럼 보이는데 알고 보니 토박이말이란다. " 겉을 보면 속은 안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는 말 " 이다. 겉(외면)을 볼 수 있다면 안(내면)을 볼 수도 있다는 소리이다. 관상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겉볼안을 현상학적 학문 영역으로 끌어들였다고도 볼 수 있다. 유물론자인 나는 외면(外面)의 가시성, 즉 " 물성(物性)의 현상 " 을 신뢰하는 쪽이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 따위를 찬양하는 쪽을 경멸하는 편이다. 보이는 것만 믿는다.
그렇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 마음 > 을 두고 마음이 좋다느니, 마음이 곱다느니, 마음이 예쁘다느니 하는 신소리를 들으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마음은 내면의 비가시성 영역에 속하기에 사기꾼이 작업을 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수작은 타인에게 환심(마음)을 사는 것이다. 즉, 타인의 환심을 산다는 것은 사기꾼이 피해자를 상대로 환심(마음)을 판다는 것이 된다. 사기꾼은 마음을 파는 직업(군)이다. 위에서도 지적했다시피 사기꾼들이 마음을 가지고 사기 치는 이유는 마음이 비가시성 영역이라는 데 있다. 마음은 꼭 사물에 접촉하고서야 생긴다1). 그렇기에 얼굴 표정은 마음이 사물과 접촉하고서야 생긴 결과물이다2).
그래서 나는 마음보다는 얼굴을 신뢰한다. 진실을 알고 싶다는 것과 진심을 알고 싶다는 것은 설핏 비슷해 보이나 전혀 다른 욕망이다. 전자는 정의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후자는 정의와는 전혀 다른 싸구려 통속의 문제이다. 진실을 알기 위해서 굳이 진심을 알 필요는 없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에 의하면 현대인은 연극 무대 위에 오른 연극 배우 역할을 한다. 식사하셨어요 _ 라는 인사말을 진심에서 우러러 나와서 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 일터에서 당신의 허기를 걱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식사하셨어요 _ 라는 말은 마음에 없는 빈말이다. 그것은 공언(空言)이자 공심(空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의 지점은 연극적인 삶이다. 좋은 사람은 쉽게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1)요시다 겐코, 도연초
2)이명박 얼굴이 쥐새끼처럼 생긴 이유는 돈에 대한 탐욕의 결과가 얼굴로 나타는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 얼굴이 계(鷄)의 새끼처럼 생긴 이유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