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실화냐 ?
제주행 여객선 사월호.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의 표정에는 화사한 웃음꽃이 만개한다. 하지만 조류가 거세기로 유명하다는 울돌목에서 배는 표류한다.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하는 여객선. 승객들은 선내에서 가만히 있으라 _ 는 안내 방송에 따라 숨을 죽이며 초조한 마음으로 긴급 편성된 속보를 보며 구조대를 기다린다.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대 투입이라는 소식에 환호하는 승객들. 때마침 해양구조대가 도착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구조대는 가라앉고 있는 여객선 선내 진입을 미루고 있다. 그들은 여객선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분노하는 승객들. 하지만 폐허 속에서 영웅이 탄생하는 법. 왕따 학생 승준은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에 불복종을 선언하고 대중을 설득한 후 모든 승객을 탈출시키는 데 성공한다 ㅡ
라는 해양 액션 어드밴처 울트라 초특급 블록버스터 영화가 만들어져서 개봉되었다고 치자. 대중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 흥행은 둘째 문제이고 역사적 비극을 돈벌이하는데 이용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이미지를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듯이 세월호 또한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는 없다. 그것은 상업영화가 지켜야 할 마지막 윤리적 저항선'이다. 영화 << 군함도 >> 는 일본군이 저지른 만행을 폭로해서 만천하에 알리겠다는 제작 의도와는 달리, 군함도라는 역사적 사실을 이용해서 돈벌이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 국뽕팔이 - 앵벌이 영화 " 에 가깝다.
차라리 군함도를 익명의 섬으로 처리해서 탈역사화된 배경으로 활용하는 것이 오락영화가 가지고 있는 품격 있는 딴따라 영화의 자질이 아니었을까 ? 류승완 감독은 역사적 사실에 영감을 얻어 창작한 것 _ 이라고 미리 못 박았지만 정작 이 영화는 고증에 충실하며 실존 인물의 이야기 _ 라는 뉘앙스를 섞어서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사실에 영감을 얻어서 창작한 영화라는 말은 스스로에게 주는 면죄부요, 비겁한 변명처럼 보인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군함도를 재현하는 데에는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선인을 재현하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 당시, 부실한 식량 배급과 강제 노역으로 영양실조에 걸렸던 조선인과는 달리 영화 속 조선인은 격투기 선수처럼 근육질이다(저 정도 하드바디의 인바디'라면 닭가슴살 3000팩을 영혼없이 뜯을 때 가능하지 않을까 ?). 복근에 王자가 새겨진 하드바디들의 난투극을 보다 보면 " 리얼 " 하다기보다는 " 환상 " 적이다. 요샛말로 비아냥거리자면 이거, 실화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