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분오열하면
그분오열한다
프로야구 A 팀은 전년도 성적이 80승 20패로 승률 1위'였다. 하지만 올해 성적은 50승 50패로 반타작하는데 그쳤다. 감독, 코치, 선수 구성원이 바뀐 것도 아닌데 성적이 뚝 떨어지자 팬들은 " 헝그리 정신 " 이 부족하다며 배부른 돼지'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B 팀은 전년도 성적이 20승 80패'로 프로야구 역사상 최저 승률 기록'이라는 불명예를 얻었지만 올해는 50승 50패로 A팀과 동률을 이뤘다. 감독, 코치, 선수 구성원이 바뀐 것도 아닌데 성적이 쑥 올라가자 팬들은 " 악바리 정신 " 의 승리라며 환호를 보냈다. 박근혜 전 정권을 프로야구 구단으로 비유하자면 박근혜는 전년도에 20승 80패를 기록한 B 팀의 사령탑이었고 문재인은 그 후임'이다. 전임 감독인 박근혜'가 성적 부진과 배임 횡령을 이유로 보장된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나자 문재인 감독이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꼴이다. 최악의 여건에서 바톤 터치한 문재인 감독 입장에서는, 팬들의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좋은 환경 조건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고 보는 편이 정답일 것이다. 왜냐하면 21승 79패를 기록한다 한들 전년도에 비해 향상된 성적이니깐 말이다(100번 싸워서 80번이나 승리를 거두는 것도 어렵지만 100번 싸워서 고작 20승밖에 얻지 못하는 것도 생각보다 어렵다). A 팀 감독은 반타작을 하면 욕을 먹지만 B 팀 감독 문재인은 반타작만 해도 이순신 장군 소리를 들을 판이니 절반의 성공은 대성공인 셈이다. 부임 후, 고작 5,6경기를 치뤘을 뿐인데 성적이 좋다. 5연승이다. 성적이 좋다 보니 팬들 입장에서는 감독이나 선수들이 뭘 해도 예뻐보인다.
8회가 되면 팬들은 모두 일어나 육성 응원으로 보답한다. 최 ! 강 ! 재 ! 인 ! 쏘리, 질러어어어어 ~ 미담이 쏟아진다.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도 훈훈한 미담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 전임 감독이 싸지른 온갖 추담 덕이다. 팬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니 문 감독 입장에서는 강도 높은 개혁 드라이브를 시도할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게 다 가막소 간 박근혜 덕이어서, 한여름에 보일러 놔 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팔팔 끓는 물에 푹푹 삶은 빨래처럼 축 늘어지는 한여름에만 보일러를 가동한다는 조건이라면 나는 기꺼이 매달 난방비를 사식처럼 넣어드릴 용의가 있다.
달리 생각하면 2012년, 박근혜의 당선은 불행을 앞당긴 측면이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 먼저 맞은 주사 " 라는 생각이 든다. 18대 대통령이 문재인이라고 가정한다면 19대 대통령은 박근혜가 유력하기 때문이다(박근혜 콘크리트 지지율을 생각해 보라). 나는 문재인 야구팀이 100전 100승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반타작에도 만족한다. 이제는 한 경기 졌다고 해서 승냥이처럼 우우 _ 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야구란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지는 장기 레이스이니 말이다. 질 때가 있으면 이길 때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의 대사'다. 나는 당신의 승리를 위해 와와 _ 할 뿐이다.
자유당 중진 회의에서 육두문자가 오고가는 욕쟁이 경연대회가 벌어졌다고 한다. 홍준표는 친박을 향해 바퀴벌레라고 욕을 하고, 친박은 낮술 처먹었다고 욕을 하고, 비박도 아니고 친박도 아닌 자는 동료를 향해 방망이로 뒤통수를 뽀개버려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혹자는 이런 기사를 읽으며 각자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니 누구 말이 옳고 누구 말이 틀렸는지 혼란스럽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모두 다 예쁜 말들만 했다. 구구절절 옳은 소리이다. 자유당은 바퀴벌레이며 방망이로 뒤통수를 뽀개야 할 놈들이고, 낮술 처먹은 것들이다. 가막소에 계신 박근혜 전 대통령 각하 님께서 이 기사를 읽고 계실까 ?
자유당이 " 사분오열 " 하니 " 그분 오열 " 하실 만하다. 이런 기사는 눈살을 찌푸리는 뉴스가 아니라 좋은 뉴스다. 이보다 좋은 뉴스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