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개  새  끼 ,    못   잊  어  :

 

 

 

 

 

 

 

 

 


 

지옥이 뭐가 나빠 ?

 

 

 

 

 


 

 

 

 

 

 

 

                                                                                                       홍길동 씨 개인사를 두고 이 글을 쓰려고 하니 내 마음이 삼디 삼디지만(쓰리디 쓰리지만) 각설하고 !  홍길동 씨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하지 못하고 형을 형을 하지 못하는 집구석을 좋아한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하고 형을 형이라고 하는 집구석은 너무나 평범하니까. 흥미로운 문학 속 가족은 호부호형을 불허한다. 길동아, 예술을 위해서 네가 희생하거라.                  욕은 하면 할수록 되려 욕을 먹기 일쑤이지만 문학에서는 빛나는 금자탑으로 남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성복 시인이 아버지 씹새끼 입이 열 개라도 말 못해_ 라고 말하거나 최승자 시인이 오 개새끼, 못 잊어 _ 라고 말했을 때 독자는 열광한다. 독자는 이런 뼈대 없고 족보 없으며(혹은 뼈대 있고 족보는 훌륭하나) 돼먹지 못한 콩가루 집구석을 좋아한다. 타인의 불행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독자는 심성이 좋은 부류는 아니다.

나 또한 뼈대 없고 족보도 없으며 돼먹지 못한 콩가루 집안의 먼지 날리는 나날에 관심이 높다. 내가 햄릿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버지 포틴브라스는 아버지 햄릿에게, 아버지 햄릿은 햄릿 왕자의 계부인 클로디어스에게, 아버지 플로니어스는 이후 사위가 될 햄릿에게, 아들 햄릿은 계부인 클로디어스와 폴로니어스의 아들인 레어티즈에게 각각 살해1) 되어 결국에는 무대 위에 오를 배우가 다 죽어서 할 수 없이 연극을 끝내야 했던 가계도야말로 돼먹지 못한 집구석의 전형이 아닐까 ?  막돼먹은 계보학 혹은 돼먹지 못한 가계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신화이다. 헬게이트의 종합 선물 세트라고나 할까 ?

그들의 패륜적 범죄를 일일이 열거할 생각은 없다. 제우스, 이 개망나니 하나면 충분하니깐 말이다. 그러니까 고전깨나, 혹은 고전 꽤나 읽었다고 자부하는 당신이 임성한 작가의 막장 드라마를 욕하고 폭력이나 고어 장르를 비난하지만 사실은 대동소이한 품격을 갖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숭고와 기괴(공포)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젖은 땔감 같은 관계이다. 그래서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 공포의 힘 >> 에서 더럽고 혐오스러운 것(abject)을 의미하는 대상을 두고 " 앱젝트는 숭고에 근접해 있다 " 고 말한다. 우리는 결핍을 평가 절하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사실은 결핍은 완성을 위한 결정체이다. 

똘똘한 인간보다는 띨띨한 인간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이다. 라처드 커니는 << 이방인, 신, 괴물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눈먼 오이디푸스, 하데스의 시시포스,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기다리는 이피게니아는 어떤가 ? 성경 속의 창조 이전의 혼돈과 공허, 고난 속의 욥, 고래에게 먹힌 요나, 우물 속으로 떨어진 요셉, 눈물에 젖은 나오미,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지옥 등은 어던가 ? 혹은 소설이나 드라마, 즉 콘래드의 << 어둠의 심장 >>, << 햄릿 >> 의 생기 없고 헛된 세계, 몬테크리스토 감옥, 프리모 레비의 죽음의 캠프는 또 어떤가 ? 코라는 결국 실존의 바닥없는 무와 직면할 때 느끼는 공포와 전율 속에서 우리들 하나하나가 부딪히게 되는 신 - 원본적(pre-original) 심연 아닌가 ?


- 367쪽

지옥에서 허덕이는 가여운 것들 !  천상에 천국이 있다는 사실을 바꿔 말하면 지상에는 천국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상은 살기 좋은 곳이 아니다. 그렇기에 작가는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네거티브한다. 바로 네거티브에 진실이 숨겨져 있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인간이 스스로 인간을 포지티브할 때, 그것은 더 이상 인문학이 아니라 자기계발서에 불과하다. 카뮈가 지적한 것처럼 우리는 부조리와 싸우기 위해서 부조리를 살아야 한다. 비록 당신은 자신의 삶이 러블리하다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으나 그 이면은 부조리하다. 세상은 지옥 같기에 살 만하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련다.

 

지옥이 뭐가 나빠 ?









​                          


1) 이방인, 신, 괴물 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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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2017-04-30 1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빠요.
나쁜 것도 괜찮아요.
지옥에는 고통스러운 공포가 그득하군요.
결핍의 풍요로움, 풍요로움의 결핍.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모르는 것도 괜찮아요.

그런데 이런 것은 부정하고 싶더군요.
˝고대의 에로틱한 커뮤니케이션은 결코 안락한 것이 아니었다.
사랑은 피치노에 따르면 ˝전염병 중에서도 최악의 전염병˝이다.
그것은 ˝변신˝이다. 사랑은 ˝인간에게서 고유한 본성을 빼앗고 그에게 타인의 본성을 불어넣는다.˝
-에로스의 종말, 50쪽.

곰곰생각하는발 2017-04-30 11:35   좋아요 0 | URL
누가 그러더군요. 가성비를 놓고 보면 사랑이라는 열정 에너지는 그 효율성이 가장 떨어진다고 말이죠.
평상심이 불교의 최대 미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랑은 평상심의 반대 진영에 있는,

... 어디서 그럴듯한 글을 읽은 적 있습니다.

2017-05-01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01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키네 2018-02-20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이 영화를 보고 햄릿을 떠올렸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8-02-20 20:27   좋아요 0 | URL
오, 저와 비슷한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