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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터널 : 한정판 - 시나리오 포토 콘티북+스틸컷 엽서(4EA)+탱이 컵받침(1EA)+스티커
김성훈 감독, 배두나 외 출연 / 에프엔씨애드컬쳐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배부른 소리와 먹고사는 문제 :
젖은 땔감과 짖는 땔감의
촉촉한 브로맨스

영화 << 터널 >> 은 터널에 갇힌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좆도 없이 사는 소시민 남자가 이제는 볕도 없는 곳에 갇혔으니 별 볼 일 없는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난감하네, 난감하네 ~
이 영화는 "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 " 에 방점이 찍혔다기보다는 " 어떤 방식으로 고독을 견딜 것인가 ? " 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에서 << 쇼생크 탈출기 >> 보다는 방콕에서 요가하는 << 로빈슨 표류기 >> 에 가깝다. < 로빈슨 표류기 > 에서 말동무가 되어 주었던 미스터 블랙프라이데이 역할은 탱이(개 이름)가 맡았다. 터널에 갇힌 남자에게 탱이는 오리온 초코파이 같은 존재'다. 남자와 탱이는 말하지 않아도 말이 통하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젖은 땔감 같은 관계다. 말하는 젖은 땔감 1과 짖는 땔감 2는 개 사료를 사이좋게 먹는다. 셈을 할 수 있는 손가락 열 개가 달렸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젖은 땔감 1은 자본주의 방식으로 사료를 공정하게 나눈다. 너는 한 개, 나는 열 개.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은 " 개 사료 한 봉지로 한 달은 버틸 수 있다 " 는 메시지로 인간이 개 사료를 주식으로 먹을 수는 없지만 비상시에는 훌륭한 비상 식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영화다. 그렇다고 개 사료가 인간의 훌륭한 식량 자원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에 부모가 아이에게 개 사료를 먹이면 아동 학대로 처벌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홍준표가 돼지발정제 논란에 대해 해명하면서 내놓은 변명이 " 혈기 왕성했던 젊은 시절, 한때 저지른 철없는 장난 " 이었다. 장난으로 콘프레이크에 개 사료를 섞었다는 뉘앙스'다.

철이 철이고 때가 때인지라 사람들은 돼지 발정제 논란(4.20)이 지지율을 추락시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것은 보수 꼴통을 모독하는 짓. 꼴통 보수는 인권 감수성이 희박하기에 그따위 논란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철회하는 무리가 아니다. 만약에 홍준표가 자서전에서 소개한 에피소드가 돼지 발정제 대신 개 사료를 먹이는 계획에 동참했다면, 극우는 지지를 철회했을까 ? 아마도...... 철회했을 것이다. 개 사료는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식욕의 서사'이고 돼지 발정제는 남성 색욕을 완성하는 판타지 서사'이니까. 이 차이가 오로지 " 먹고사는 데 " 에만 관심을 가지는 꼴통 보수의 인권 감수성이다.
그것은 한국 보수 꼴통만의 특징은 아니다(전세계 꼴통 보수의 특징이기도 하다). 꼴통 보수가 즐겨 사용하는 말을 살펴보면 온통 먹는 것과 관계가 있다. 그들은 성욕을 식욕으로 대체하는 비유법을 즐겨 사용한다. 예를 들면 밥맛 없다(혹은 맛 없게 생겼다는) _ 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평소 아침 밥을 차려주는 여성이 이상형이라고 말하거나, 배부른 소리하고 있네 _ 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또한 눈보라가 휘날리는 흥남부두 시절에 밥 굶던 서사에만 눈물을 흘린다. 그런 점에서 영화 << 변호인 >> 은 노무현을 다루었지만 제작자의 공략 포인트는 보수층을 겨냥했다.
먹고사는 문제에 천착하는 태도(를 취하는 사람)를 비판하면 되돌아오는 말은 배부른 소리하지 말라는 반격'이다. 예상 가능한 답변이다. 배부른 소리하지 말라는 타박 또한 먹고사는 문제에 천착하는 에티튜드이니까. 쌀과 개 사료는 대형마트에서 파는 품목이지만 돼지 발정제는 일반 병원이 아닌 동물 병원(동물 약국)에서만 파는 품목이다. 만약에 당신이 돼지 발정제 논란에는 시큰둥하면서 개 사료에 대해서는 울컥한다면 당신은 꼴통 보수다. 영화 << 터널 >> 에서 젖은 땔감은 짖는 땔감에게 말한다. 우리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구나.
그는 식욕에 굴복하느니 의리를 선택한다. 그런 점에서 젖은 땔감은 좌파'다. 이 영화는 젖은 땔감과 짖는 땔감의 촉촉한, 좌파 브로맨스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본심은 지금부터다. 터널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치자. 다행 중 불행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터널에 갇혔다는 사실이고, 불행 중 다행은 생존자가 한 명 더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에 당신이 터널에서 함께 할 생존자를 선택할 수 있다면 오로지 먹고사는 문제에 천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중에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 대답해 보시지, 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