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다르고 어 다르다







                                                                                                      사람들은 자기 성격을 알고 싶어 하지만 자기 근성에 대해서는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얼핏, < 성격 > 과 < 근성 > 이라는 낱말은 뜻이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1)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전자가 개인의 승질머리'에 촛점을 맞췄다면 후자는 집단의 승질머리에 촛점을 맞춘다.

우리는 각자 성격-테스트'를 체크하며 히히덕거리다가도 근성에 대해 지적하면 발끈하게 된다. 야야야 ~ 내 근성이 어때서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한번 근성은 영원한 근성이다. 근성은 뿌리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기에 근성은 나에 대한 성질이나 품성이 아니라 내 아버지, 내 아버지의 아버지, 내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에 대한 성질과 품성에 대한 이야기인 셈이다. 만약에 누군가가 당신에게 " 거지 근성 " 을 지적한다면 그것은 당신에 대한 지적이라기보다는 가계(家系), 혈통(血統)에 대한 지적이다.

자신을 욕하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부모를 욕하는 것2)만큼은 절대로 참을 수 없는 게 바로 한국인의 근성이니 근성을 들여다보는 것은 불편한 행위'이다. 남성을 " 남성-들 " 이라는 집단으로 보고 남성들의 근성을 이야기할 때 남성들은 빨갛게 발기하게 된다. 야야야 ~ 내 남근이 어때서 ? 사랑하기 딱 좋은 것인데. 인문학은 인간의 근성'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많은 학자들은 인성(人性)을 탐구하다 보면 그 끝은 수성(獸性)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고백하게 된다. 인성과 수성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다른 영역에 속하지만 하나로 연결된다.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 홀로코스트의 주범인 짐승 같은 남자 아이히만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결론은 인간 같은 남자 아이히만'이었다. 악마의 화형식을 원했던 유대인 사회는 격렬하게 반응했지만 한나 아렌트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녀는 유대인이었다.



공   고

시간당 4달러

기억 연구에 참여하실 분


 

기억과 학습에 관한 과학 연구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500명의 뉴헤이번 남자 주민에게 적절한 사례를 지불하겠습니다. 연구는 예일 대학교에서 진행될 것입니다. 실험 참가자에게는 시간당 4달러를 지급할 것입니다(교통비 50센트 추가).


코네티컷 주 뉴해이번 예일 대학교 심리학과 스탠리 밀그램 교수 앞

 


그 유명한 스탠리 밀그램 실험이다. 4달러를 받기 위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450v 버튼을 누를 사람이 존재할까 ?  40명의 심리학자들로 구성된 집단은 실험에 참가한 대부분이 150v인 10단계에서 포기할 것이란 예측치를 내놓았으며 일반인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고작해야 1% 미만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 인간적은 너무나 인간적인 예상치는 완전히 빗나갔다. 실험에 참가한 지원자의 65%가 최고 단계인 450v 버튼을 눌렀으며 연기자가 제발 버튼을 누르지 말라고 애원했는데도 거듭, 거듭, 거듭 450v 버튼을 눌렀다. 4달러가 착한 본성을 이긴 것이다.


필립 짐바르도의 << 스탠퍼드 모의 교도소 실험 >> 결과도 << 스탠리 밀그램 복종 실험  >> 결과와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절망적이었다. 실험은 중단되었다. 우리가 그토록 믿었던 평범한 사람의 착한 본성은 온데간데없었던 것이다. 실험 결과-들'이 말하고 있는 바는 분명하다. 인성 뒤에 숨은 수성, 인간은 인간에 대해 잠재적 범죄자'다.  내가 " 남성은 여성 폭력에 대해 잠재적 가해자 " 라고 지적했을 때 남성들은 대부분 불쾌하다는 반응3)이었다. 일반화의 오류라고 지적하는 이도 있었다. 여성을 혐오하는 남성은 고작해야 1% 미만일 것이라고, 남성 한 명의 죄를 모두의 잘못으로 확대 해석하지 말라고, 그러한 프레임 설정이 또 다른 남성 혐오 문화를 만들고 남성을 피해자로 만든다고.

그럴 때마다 나는  < 기억과 학습에 관한 과학 연구 > 라는 가짜 제목의 실험을 제안하고 싶다. 진짜 제목은 < 여성 비하 혹은 여성 혐오에 대한 실험 > 이다. 틀릴 때마다 버튼을 누르면 된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여성은 카운터펀치를 맞는다. 결과는 ?  " 잠재적 가해자 " 라는 프레임 설정에 격렬하게 반대했던 당신은 단돈 4달러를 받고 450v 버튼을 누른 65% 가운데 한 명일 것이 분명하다. 살려달라고 외칠 때마다 거듭, 거듭, 거듭 450v 버튼을 누를 것이다. 자신은 450v 버튼을 누른 65%가 아닐 것이라고 자신있게 대답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스탠리 밀그램 실험에서 나머지 45%(450v 버튼을 누르지 않은)는 모두 300v 버튼을 눌렀다. 도긴개긴이라는 말이다. 이성이 상황을 100% 통제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4)은 순진한 것이다.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은 이성이 아니다.

 

나는 내 남근이 폭력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지적에 동의하기에 잠재적 가해자라는 프레임 설정에도 동의한다. 그것은 성격이라기보다는 근성이다.  페니스에 대한 자부심 따위는 개에게 준 지 오래이다.  그리고 당신, 당신 아버지, 당신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페니스는 볼품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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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 성질이나 품성( ☞ 성격)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성질( ☞ 근성 )

2)       안산 대부도 토막 살인 사건의 살인 동기도 표면적으로는 < 부모 욕 > 이었다.

3)       http://blog.naver.com/unheimlich1/220716803089   나에게 " 쓰레기 같은 인간 "  이라는 댓글을 단 쓰레기 같은 인간도  있었다.  도긴개긴.  너나 나나 쓰레기'이기는 매한가지.

4)       마블 시네마틱 월드 속 영웅은 항상 이성으로 상황을 100% 통제하는 캐릭터'다.  잠시 흔들리기는 하나 이성의 힘으로 극복한다.  핵심은 마블이라는 데 있다.  이성으로 상황을 100%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은, 그러니까......    만화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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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6-06-04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경기도가는 버스밖 창가를 보니 초여름비가 보슬보슬 내려오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4 12:54   좋아요 0 | URL
내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오늘 술 마시기 좋은 날이라고. 이게 다 신기입니다.. 야외에서 술 마시기에 이보다 좋은 날씨는 없습니다. 이따 봅시다. 아, 어제도 진탕 술을 마셨더니 속이 뒤집어질 것 같긴 하나.. 헤헤.. 시간 지나면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4 12:55   좋아요 0 | URL
p님도 오시기로 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하니.. 세 명만 모이는 걸로...
혹여... 오늘 한가하신 알라디너 계시면 참석하시기 바랍니다..

만화애니비평 2016-06-04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산이 없이 가는지라. 기상청 김구라도 울고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4 12:56   좋아요 0 | URL
비는 안 올 겁니다. 부천에서 비오면 서울은 안 옵니다... 바람만 좀 불 터이니 외투 정도는....

만화애니비평 2016-06-04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담은 많으면 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