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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홍상수 감독, 김상경 외 출연 / UEK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하 하 하
우리는 그 사람을 주먹 권, 마음 심을 써서 " 바람의 권심(拳心) " 으로 불렀다. 그가 주먹을 휘두르면 한여름에도 12월 칼바람 소리가 들리고는 했다. 슉, 슈슈슈슈슈슈. " 이것은 내가 내는 소리가 아니여. 나는야, 원 펀치-쓰리 강냉이. 앞니, 송곳니, 어금니 뽑은 이, 너희들 알겠니 ? " 대단한 주먹이었다. 그가 1 대 100으로 싸워서 이겼다는 말은 풍문이 아니었다. 그런데 과연 바람의 권심이라 한들 한 사람이 백 명을 상대할 수 있을까 ? 답은 간단하다. 바람의 권심이 소리쳤다. " 나는 한 놈만 팬다 ! " 누가 제1선봉대에 설 것인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바람의 권심이 노린 것은 특정인을 지목해서 한 놈만 팬다는 엄포'였다.
그것은 일종의 전시 효과'다. " 무혈입성 " 이 피를 보지 않았다고 해서 평화적 점령'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폭력과 협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바람의 검심이 100명과 싸우지 않고도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 바로 공포'였다. 공개 처형'은 공포를 저잣거리에 전시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이것을 공포 정치'라고 부른다. 북조선 인민 공화국'이 대표적 공포 정치를 활용하는 나라'다. 위대한 령도자 정은 씨'에게 대드는 놈에게 성은(聖恩)은 없다. 째려보는 아새끼에게는 고사포(高射砲)로 명중시키갔어, 알간 ? 웃음이 없는 사회가 바로 공포 정치'다. 그런 점에서 남조선 대한민국은 적어도 공포 정치를 하는 나라는 아니다.
티븨만 틀면 웃다가 배 터지는 방송이 많다. 웃음꽃 피는 날이 끊이질 않는다. 가화만사성이라 ! 웃고 떠들면 " 장땡 " 이다. << 공포정치(恐怖) >> 를 다른 말로 << 공하정치(恐嚇) >> 라고도 한다. 즉, << 공포 >> 와 << 공하 >> 는 같은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공하에서 한자 하(嚇)의 뜻이 바로 " 웃음소리 " 다. 한자 < 嚇 > 는 크게 두 가지 음운'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음(音)은 < 하 > 이고, 두 번째 음은 < 혁 > 이다. 전자는 웃다는 의미이고 후자는 화내다는 의미이다. 웃음과 공포가 한배에서 공존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공포정치보다 공하정치가 한 수 위'다. 대한민국 정부는 공하정치를 한다. 웃고 즐기는 사이에 공포는 일상에 스며든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공포가 공포인지 잘 모른다. 이 보이지 않는 공포 바이러스는 국민의 뇌하수체에 차곡차곡 쌓인다. 증상은 딱히 없다. 그것은 간암과 비슷해서 마지막에 가서야 증상을 드러낸다. < 검열 > 의 궁극적 목표는 국가가 국민을 검열하는 방식'이 아니다. 국민 스스로 자신을 검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민 스스로 자신을 검열하는 방식'보다 최상위 단계가 있다. 스스로 자신을 검열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단계'다. 귀뚜라미와 연가시의 관계처럼 말이다. 청기 올리라고 해서 청기 올리는 것은 형이하학이지만 외부의 명령 없이 청기 올리는 것은 형이상학'이다. 완벽한 검열이요, 세뇌'다. 이보다 세련된 제압이 있을까 ?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평화롭다.
칼 들고 설치는 강도는 있어도 총 들고 설치는 강도는 없다. 그리고 광장에서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던 군중들은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줍는 쎄에에에에에련된 시민 의식도 보여준다. 또한 시위가 폭동으로 발전하지도 않는다. 웃을 일 없다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술집에 가면 온통 웃음바다'다. 하하하. 어제,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보며 대한 뉘우스를 보았다. 국정 교과서 집필진 중 한 명'이 상업 과목을 가르친 교사라는 말에 웃음이 목에 걸렸다. 여기저기서 웃는 소리가. 내게는 자꾸 이 웃음소리가 嚇, 嚇, 嚇 로 들린다.
덧
영화 리뷰를 쓰려다가 삼천포로 빠졌다
嚇 하
1. 웃음소리
2. 감탄사(感歎詞)
3. 웃다
a. 성내다 (혁)
b. 화를 벌컥 내다 (혁)
c. 으르다(무서운 말이나 행동으로 위협하다) (혁)
d. 위협하다(威脅--) (혁)
e. 무섭게 하다 (혁)
f. 무서워하다 (혁)
g. 놀라게 하다 (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