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맥스는 페미니즘 영화인가 ?

 

 

                                                                              그 옛날, 자동차 추격 장면'을 가장 탁월하게 구사하는 감독은 월리엄 프리드킨과 조지 밀러'였다. 얀 드봉 감독'도 ?! 조까라 그래라 !  << 프렌치 커넥션 >> 과 << 매드 맥스 >> 시리즈'는 잘 빠진 강철 하드 바디의 무한 질주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하지만 당시 촬영 기술은 머릿속 상상을 100% 재현하기에는 아날로그가 가지고 있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조지 밀러의 만든 <<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 이하 분노의 도로 ) >> 는 당시에는 기술적 제약에 의해 표현하지 못한 부분을 완벽하게 재현한 영화'다. 잠시 샛길로 빠지자면 : 개인적으로 가장 황홀한 자동차 추격 장면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 현기증 >> 이었다. 자동차 질주 장면은  속도가 " 갑 " 이지만, 

느려터진 속도로 도로를 훑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장면'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동자 미행'이었다( 질주와 미행을 한통속으로 묶는 것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 비유를 들자면 << 프렌치 커넥션 >> 과 << 매드 맥스 >> 가 우드스탁 야외 락 페스티발'이라면, << 현기증 >> 은 세종문화 회관에서 연주되는 실내악 4중주 같다고나 할까 ?  영화 << 현기증 >> 에서 자동차 미행 장면은 로케이션 촬영이 아닌 스튜디오 안에서 스크린 프로세스 장면으로 촬영되었지만, 이 " 어설픈 스크린 프로세스 장면 " 은 묘하게 작품에 품격을 높인다.    개인적으로 스크린 프로세스 장면을 탁월하게 구사하는 감독은 알프레드 히치콕이다. 특히, << 열차 속의 이방인 >> 은 압권'이다. 이 영화는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르면 걸작으로 칭송받을 작품이다   

속도가 자동자 질주 장면의 모든 것은 아니다. 속도만 가지고 보면 얀 드봉의 << 스피드 >> 를 능가할 영화가 있겠느냐마는, << 스피드 >> 에서 보여주는 " 스피드 " 는 멋도 없고 맛도 없다. 오해는 마시시시시시시시시시시시시시시라. << 프렌치 커넥션 >> 과 << 매드 맥스 >> 를 폄하하려는 밑밥은 아니니까 말이다.  나 또한 남자 사람이어서 누구보다도 이 두 영화에 열광한 사람'이었다. 조지 밀러 감독이 일취월장한  특수효과를 가지고 돌아온 << 분노의 도로 >> 는 오락 영화에 충실한 영화였고, 오락 영화다운 영화'여서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그리고 꽤 훌륭한 영화'다. 하지만 불똥이 이상한 곳에서 발생하는 모양이다. 이 영화'가 과연 페미니즘 영화인가 아닌가,  라는 논란'이다. 

3초 생각하고 30초 웃었다. 이게 무슨 페미니즘 영화인가 ?! 그런데 예상 외로 페미니즘 영화'로 규정하는 사람이 꽤 많은 모양이다. 이 영화는 여성 영화도 아니고 남성 영화도 아니고, 그냥 영화'다. 김기덕과 아이들 흉내를 내자면 " 영화는 영화'다. "  일단, 퓨리오사'는 여성'이라기보다는 남성화된 여성'이다. 그것은, 음, 그러니까, 뭐냐면, 음, 쫌... 그게 조심스러운데 박근혜는 < sex > 는 여성이지만 < gender > 로는 남성이듯이,  마찬가지로 퓨리오사는 < sex > 는 여성이지만, < gender > 는 남성'인 캐릭터'다. 그녀는 " 모세 " 가 되어서 여성을 이끌고 꿀과 젖이 있는 가나안으로 가려 한다. 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맥스를 만나고 둘은 힘을 합쳐 목적을 이룬다는 내용. 

퓨리오사와 맥스는 가만히 뜯어보면 동성 짝패'다. 퓨리오사'에게 있어서 여성으로서의 체력적 한계'는 거의 없어 보인다. 맥스와 맞짱 대결'에서 둘은 서로 대등한 실력을 선보인다. 오히려 퓨리오사'가 한쪽 팔이 없다는 측면에서 무쇠팔을 장착했다면 퓨리오사'가 우세했을 사생결단'이었다. 그녀는, 무늬'만 여성인 존재'다. 하지만 그 사실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페미니즘 영화를 표방한 영화는 아니니깐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여성적인 모티브를 자주 차용한다. < 8기통 전투 차량 > 이 싣고 있는 물과 우유는 불과 피에 대응하는 " 여성 액체 " 다. 남성이 피를 나누는 존재라면(혈맹), 여성은 우유를 나눈다.

이 영화에서 8기통 전투 차량이 우유를 싣고 달린다는 점에서 강철 하드바디의 외양을 한, 속은 한없이 부드러운 거대 유방 기계'인 셈이다. 간단하게 파트라슈가 몰고 다니는 우유 수레'라고나 할까 ? 아, 갑자기 파트라슈 보고 싶네....   특히 임모탄이 머무는 장소'가 " 동굴 " 이라는 점에서, 이 동굴은 전형적인 " 촉촉하고 검은 동굴 " 이다. 그곳에서는 우유와 물이 쏟아지고, 씨앗을 심을 수 있는 기름진 땅이 자라나는 곳이다. 바로 그 점이 << 코라 >> 를 연상시킨다. 코라'란 원초적 자궁을 의미한다. 임모탄이 기르는(?) 신인류 " 눅스 " 는 가만히 뜯어보면 태아'를 닮았다. 그러니깐 이곳은 거대한 자궁이요, 눅수는 탯줄에서 영양분을 얻는 미숙아'다.

조지 밀러 감독이 그 사실'을 인지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찌되었든 결과를 놓고 보았을 때 : 여성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페미니즘 영화'라고 주장하면 나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페미니즘 영화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고, 반대로 영화의 행간을 읽어서 임모탄과 신인류 눅스가 머무는 장소를 << 코라 >> 로 해석해서 페미니즘 영화'라고 주장한다면 그 타당성에 대해서는 동의할 생각은 있다.  하지만 원초적 모성 공간을 다룬다고 해서 페미니즘 영화'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 엑소시스트 >> 나 << 에이리언 >> 도 페미니즘 영화'라고 주장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이 영화는 페미니즘 영화가 아니라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영화를 해석하기에 좋은 영화'다.

하여튼,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인물은 " 기타맨 " 이었다. 그의 지랄발광이 무척 아름다웠다. 이런 비주얼, 씨발......  이런 지랄발광, 이런 싸운드, 이런 질주.... 좋다. 실내악 4중주'만 들을 수는 없는 노릇. 가끔은 < 롹 > 빨 터지는 영화도 봐야 한다. 조지 밀러 감독도 도전했으니 월리엄 프리드킨 감독도 새로운 자동차 질주 영화 하나 만들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네. 월리엄 프리드킨 감독님, 아직도 지상에 강림하시고 계시다면 하나 만들어주쇼.  마뇰 드 올리베이라(Manoel de Oliveira) 감독님도 10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만드셨습니다. 저는 당신 영화를 사, 사사사,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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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7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8 0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5-06-07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영화를 보며 내내 하.드.코.어.라고 생각했어요. 메탈 음악 중에서도 데쓰메탈 같은 느낌. 시나리오가 심하게 엉성해서 실망했지만 그 외 효과들은 훌륭했어요. 시도가 좋았다는 생각이요. 모든 연령층에게 호응을 일으키긴 힘들 것 같구요. 그네의 젠더를 아주 명확히 정의하셨네요 저는 주로 꼭두각시로 정의합니다. 요즘 로봇들도 꽤 진화해서 똑똑하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08 05:53   좋아요 0 | URL
저도 탄탄한 스토리는 아니어서 놀랐습니다. 하긴, 질주 본능을 위한 이야기 설정이니 어설프긴 하더군요.
근데 기타맨 매력 쩔지 않습니까 ? 기타맨 보는 재미로 보았습니다..ㅋㅋㅋㅋㅋ


samadhi(眞我) 2015-06-08 05:56   좋아요 0 | URL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 영화가 무슨 맛이 있었겠어요 ㅎㅎ 그 미친 메탈보컬(?)을 연기한 배우가 누구인지 찾아보게 만들었죠. 실제로 음악가라고 하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6-08 14:0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ㅎㅎㅎㅎㅎㅎㅎ. 음악가인 줄은 몰랐습니다.
어쩐지 뭔가 와꾸가 제대로 나오더군요...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