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분 부족 사회 : 올림픽과 철거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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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이제 올림픽 같은 종합 운동회 형식'은 반갑지 않은 축제가 아닐까 싶다. 쿠베르탱 남작이 설파한 올림픽 정신'은 사라진 지 오래이다. ( 남작이 스포츠 마피아들이 장악한 작금의 작태를 본다면 납작 엎드려 통곡했을 것이다 ) 아예 육상 경기'이면 육상 대회, 수영 경기이면 수영 대회'로 나누어 소규모로 진행하는 게 합당하다. 20세기 스포츠'처럼 메달 수로 세를 과시하던 시대는 지났다. 모여라 꿈동산 식으로 과도하게 잔칫상을 차리다 보니 올림픽에 들어가는 비용과 자연 파괴'가 심각하다. 흔히 정부가 말하는 " 올림픽이 가져다 주는 경제 효과 ●● 조 " 따위는 실체가 없는 헛소리'다. 21세기 현대 올림픽은 이익 창출은커녕 엄청난 재정 적자'만 양산할 뿐이다.
오죽했으면 올림픽의 저주'라는 소리가 나올까. 나가노 올림픽 재정 적자가 17조'라고 한다. 한마디로 " 나가노 " 는 동계 올림픽 이후 " 나가리 " 가 되었다. 올림픽 개최로 관광객 수가 늘어나 22조 원이라는 경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 헛소리 " 는 나가노 시 재정이 " 나가리 " 되면서 쏙 들어갔다. 자연을 파괴하고 만든 경기장은 축제 이후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이 되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비용이 드는 자동차 주차장으로 사용한다고. 2주 간의 폼나는 카니발을 위해 4조 원'이라 돈을 쏟아부은 결과가 흙을 파서 콘크리트로 메운 운동장 시설과 빚 17조'다. 시설 관리 유지 비용을 따진다면 빚은 현재진행형으로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정도면 " 포틀래치 " 는 저리 가라, 이다.
북아메리카 원주민은 부를 자랑하기 위하여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축제를 여는데, 그동안 축적한 재산을 거덜낼 만큼 모든 재화를 초대받은 사람에게 나누어준다. 꼴값(체면을 차리느라)하느라 한순간에 " 나가리 " 되는 경우'다. 축제에 초대받은 사람은 웬 횡재인가 싶지만 알고 보면 오히려 축제를 여는 주인보다 부담이 더 크다. 왜냐하면 초대받은 사람은 반드시 지금보다 더 큰 축제를 열어 화답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축제 규모가 적으면 사람들에게 밴댕이 소갈머리'라는 손가락질 받는다. 한마디로 체면 구기니 고개 들고 다닐 수가 없다. 올림픽은 현대판 포틀래치'다. 이 흥청망청'을 위해 평창 올림픽이 열린다. 대한민국은 한술 더 떠 올림픽 개최에 따른 예상 경제 효과를 65조 원으로 잡았다.
도대체 어떤 기준에서 계산된 셈법인지는 모르겠으나 65조가 앞으로 파생될 빚'이 아니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물론 올림픽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사람은 반드시 있다. 문제는 몇몇 소수'라는 데 있다. 평창 올림픽은 국민 세금으로 치뤄지나 이윤은 몇몇 철거머리'에게 돌아갈 뿐이다. 올림픽 이후, 지역 상권이 발달할 것이라는 지역 주민의 바람은 헛바람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나가노의 나가리'를 보면 장미빛 전망을 쏟아내는 헛소리는 더 이상 나오지 않으리. 철거머리'는 < 철거 > 와 < money > 가 합쳐진 조어'로 찰거머리를 빗대서 만든 말이다. 물론 이 말은 생소하다 못해 처음 들어볼 것이다. 내가 방금 지어낸 것이니 말이다. 하하. 여기서 철거는 원주민을 쫒아내는 행위를 뜻하고 머니는 철거 행위로 인해 파생된 이윤을 뜻한다.
이름마저 생소한 겨울 스포츠 운동장 건설을 위해 산을 깎는다는 측면에서 원주민이었던 나무가 잘리고 짐승이 터전을 잃으니 운동장 건설로 이득을 보는 이도 철거머리'다. 철거머리의 아버지로는 " 내가 해봐서 아는데... " 와 "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 " 라는 불멸의 유행어를 남긴 이명박 씨'가 있다. 민주주의와 정의 실현 따위와는 담 쌓고 지냈던 그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토건'이었으니 머니 머니 머니 해도 운하 사업은 각하다운 발상이었다. 땅을 파다 파다 파다 결국 바닥이 보이니 이제는 물 속으로 삽질 경영을 확대한 것이다. 운하'라는 낭만적 축제를 위해 22조라는 엄청난 돈이 낭비되었으니 이 또한 " 포틀래치 " 라 할 수 있다. 파괴된 운하는 노래하는 뱃사공 대신 녹조와 이끼벌레가 대신한다.
각하 말대로 강물은 " 졸라 " 푸르게 변했다. 문제는 너무 푸르게 변했다는 데 있다. 이제 대한민국 강물은 시푸르뎅뎅하거나 시푸르죽죽하다. 한 인간이 강을 거대한 녹즙기로 만든 것이다. 청와대에 어처구니가산다면 강바닥에는 이끼벌레가 산다. 각하가 장기 집권했다면 나중에는 은하 사업'도 했을 것이다. 그는 아도니스'여서 은하마저 허벌나게 시푸르죽죽한 세계를 만들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철거머리'가 잘 사는 환경이 조성된 나라'다. 원주민이 터를 잡고 일군 일터는 철거머리'에 의해 쫒겨나기 일쑤다. 장사가 잘된다 싶으면 세입자를 쫒아내는 주인도 철거머리'이고, 골목 상권까지 진출해서 악착같이 서민의 이윤을 빨아먹으려는 대기업도 철거머니이며, 그린벨트 해제하고 산 깎아 이윤을 창출하는 이도 철거머니'이다.
철거머니가 기승을 부리니 원주민은 자신이 일군 터에서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멀어질수록 몸이 힘들다. 치솟는 집값 때문에 보다 먼 외각 지역으로 쫒겨나다 보니 출퇴근 시간은 그만큼 늘어나고, 아내( 혹은 남편)과 섹스할 시간은 부족하다. " 미안해, 여보 ! 나 피곤해. 우리 각자 하루키처럼 각자 자위나 하자. " 시간이 없어서 말리지 못한 머리카락으로 버스에 오르다 보면 왜 사나 싶다. 사람들은 온통 젖은 머리로 핏기 하나 없는, 히마리 없는, 얼굴로 아이폰 액정 화면'만 보고 있다. 가뜩이나 창백한 얼굴은 발광 다이오드 극성에서 하사하는 형광에 의해 더 히마리 없는 얼굴처럼 보인다. 히히, 좋댄다. 거머리는 잘 죽지 않는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철거머리에게 피를 빨려서 현기증으로 고생하는 철분 부족 사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