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나기, 1997 >>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작품 : 성실한 삶을 살던 다쿠오는 어느날 아내의 불륜의 현장을 목격하고 아내를 난자하여 살해한 후, 경찰서로 가서 자수를 한다. 8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후 가석방을 한 그의 손에는 뱀장어가 한 마리 들려져 있다. 다쿠오는 조그만 변두리 마을에 이발소를 차리고 정착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채 오직 뱀장어에게만 관심을 쏟으며 살아가는 다쿠오. 어느 날 그는 숲속에서 자살을 하기위해 약을 먹고 쓰러져있는 게이코를 구해준다. 정신이상자인 어머니와 고리대금업자 애인 사이에서 방황을 하고 있던 게이코는 다쿠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지만 다쿠오는 쉽사리 그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느날 게이코의 애인이 이발소로 들이닥쳐 난동을 부리자 다쿠오는 분노와 증오로 상대방의 목에 칼을 댄다.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는 다쿠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지 않으며 게이코의 뱃속에 있는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줄 것을 약속한다.
1926년 도쿄에서 태어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와세다 대학교 재학시절부터 연극에 관심을 갖고 희곡을 쓰며 좌파 연극 활동을 했다. 1951년 쇼치쿠 영화사에서 오즈 야스지로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이후 스튜디오의 도제 시스템과 오즈 영화 스타일에 대한 반감으로 닛카츠로 옮긴다. 새로운 영화사에 정착한 그는 1958년, 전후 일본 사회의 혼란을 유랑극단의 타락한 삶에 비추어 그려낸 <도둑맞은 욕정>으로 장편 영화감독에 데뷔한다. 첫 연출작부터 인간의 본성에 대한 관심을 강하게 나타낸 그는 사회의 중심부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나 하층계급에 속한 이들의 끈질긴 생명력, 삶의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포착해왔다. 1960년대 가장 문제적 감독으로 손꼽히는 오시마 나기사와 함께 일본 뉴웨이브를 이끄는 주역이 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1965년 '이마무라 프로덕션'을 설립한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TV 다큐멘터리에 전념한 그는 <복수는 나의 것>으로 일본 국내 영화상을 휩쓸기도 한다. 1982년에는 <나라야마 부시코>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여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기 시작했으며, 1997년 <우나기>로 두 번째 황금 종려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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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영화 우나기 소개 글에서 부분 발췌
ㅡ 꼼장어의 정식 명칭은 " 먹장어 " 다. 먹장어는 경골어류인 다른 장어'와는 달리 턱뼈가 없어서 무악류로 분류된다. 기생충 흡반처럼 생긴 입으로 기생충처럼 생명체 몸에 붙어 살을 빨아먹고 산다. 모양새와 식습성이 혐오스러워서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먹지 않는다. 주로 껍질은 가죽으로 사용되었는데 해방 직후 먹거리가 부족했던 한국인은 껍질이 벗겨진 채 버려진 먹장어를 먹기 시작했다. 질긴 생명력 때문에 껍질을 홀랑 벗겨 토막을 내도 불판 위에서 꼼지락거린다고 해서 " 꼼장어 " 라고 불렸다.
욕망의 아나고
보험금을 수령하면 이 지긋지긋한 장어구이 가게를 때려치우고 근사한 카페 하나 차리리라. 나는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아내를 죽일 계획을 꾸몄다. 아내와 잠자리를 갖지 않은 지는 오래되었다. 아내는 이유 없이 섹스를 거부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때 아내는 나 몰래 젊은 놈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아내가 죽으면 보험금은 10억이 나온다. 물론 보험 회사에서는 나를 의심은 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있다. 아내는 오늘도 술에 취해 가게 바닥에 누워 자고 있다. 장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셨다고 하지만 그것은 변명'이다. 사내만 보면 추파를 던지는 여자'다. 아내를 살짝 흔들어 보았다. 입을 벌린 채 자고 있는 것으로 보아 깊은 잠에 빠진 듯했다. 나는 수족관이 있는 곳으로 가서 펄떡거리는 장어 열 마리'를 꺼냈다. 모두 아이 팔뚝 만한 놈들이었다.
내 비장의 무기다. 물 밖으로 나온 장어는 숨을 곳을 찾아 고통스럽게 움직였다. 장어는 어둡고 촉촉한 구멍을 좋아해서 구멍이 보이면 무조건 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습성이 있다. 나는 그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붕장어를 일본어로는 아나고라 하는데 한자 표기로는 穴子 다. 구멍 혈'이다. 그리고 붕장어 학명인 congermyister에서 " conger " 가 그리스어로 구멍을 뚫는 고기란 뜻을 가지는 " gongros " 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만 봐도 본능적으로 구멍 속에 몸을 숨기려는 장어의 습성을 알 수 있다. 장어를 아내가 누워 있는 바닥 근처에 풀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가장 큰 녀석이 아내 입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잠자던 아내는 느닷없는 공습에 눈을 떴다.
눈빛에는 공포가 서려 있었다. 아내는 입 속에 들어간 장어를 꺼내기 위해 손으로 장어를 잡고 필사적으로 밖으로 빼려고 했지만 미끄러운 장어를 꺼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내는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다가왔으나 이내 쓰러지고 말았다. 벌어진 입 사이로 붕장어 꼬리가 보였다. 마치 검은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마녀 같았다. 입 속으로 들어간 장어는 살기 위해서 식도를 갉아먹을 것이다. 형사가 물으면 요리를 하기 위해 부엌에 둔 장어가 도망치다가 누워 자는 아내 입 속으로 들어갔다고 할 생각이다. 바닥에 나뒹구는 장어 몇 마리만 남겨둔 채 나머지는 비닐 봉투에 담아 화장실 변기에 버렸다. 바닥에 장어가 너무 많으면 형사가 의심을 할 게 분명하다. 나는 곧바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 이제 번거로운 몇몇 절차만 끝나면 보험금이 나오리라.
형사 앞에서 슬픈 표정을 한다는 게 무척 힘들었다. 심각한 표정을 짓자니 자꾸 웃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 가장 좋은 곳은 화장실이다. 화장실에 가서 웃으리라. 변기 카버를 열고 바지를 내린 후 앉았다. 낄낄, 웃음이 났다. 낄낄낄, 계속 웃음이 났다. 그때였다. 묵직한 것이 내 몸을 뚫고 들어오는 통증을 느꼈다. 항문 쪽이었다. 엉거주춤 일어나 살펴보니 장어 한 마리'가 항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 시발.... " 나는 장어 꼬리를 잡고 있는 힘을 다해 빼려고 했으나 힘 좋은 장어는 그럴수록 더욱 세차게 안으로 들어갔다. 아, 죽음에 대한 공포와 함께 묘한 배변욕 그리고 오르가슴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꼬마 한스가 되었다. 나는 이제 곧 죽으리라. 대장 길을 거쳐 소장으로, 앞으로, 앞으로.... 날카로운 장어 이빨이 내 몸속을 뜯으리라.
에필로그
" 9시 뉴스입니다. 첫 번째 소식입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항문에 장어가 기어들어가는 사고로 40대 남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색정사'로 결론 내렸습니다. 경찰은 평소 김 씨 부부가 섹스리스'로 성 상담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보아, 최근 아내와 사별한 김 씨가 평소에도 장어를 가지고 유사 항문 섹스 행위에 심취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월례 회의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며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다음 뉴스입니다. 이완구 총리 내정자 청문회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