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바디 : 이명박과 영화ㅡ들.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스스로 칭찬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거짓말을 하고 있다.

 

ㅡ 조지 오웰


 

 

 

각하 님께서 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전에 서둘러 << 대통령의 시간 >> 이라는 회고록'을 출간하시었다. 피에르 바야르를 통해 <<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 을 배운 나로서는 이때다, 싶어 읽지 않은 책에 대한 짧은 넋두리'로 말머리를 열까 한다. 이 책은 팔 할이 뻥'일 가능성이 높고 입소문은 났지만 책은 팔리지 않을 것이다. 재임 시절, 허각'보다 인기가 없던 각하'가 " 정신 승리 " 한 책을 사서 읽을 이 뉘 있으랴. 겉은 새 책'이나 속은 헌 책'이니 읽지도 않고서 별점 테러'를 자행하는 서평꾼이 늘어날 것이고, (읽지 않았기에) 차마 별점 테러를 감행하지 못한 자는 별점 테러한 글에 " 좋아요 " 버튼'이라도 누를 것이 분명하다. 결국 팔린 책 분량보다 토,  토토토토를 단 리뷰'가 더 많이 발생하게 되는 기현상'이 일어나리라.

또 누군가는 이 책을 오디오 북'으로 착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책을 펼치면 개 풀 뜯어먹는 싸운드'가 들리니깐 말이다. 당신이 밉습니다, 라는 외침을 당신을 믿습니다, 라는 말로 알아듣는 막귀의 대가 각하가 스스로 < 업적 > 이라며 자화자찬한 부분에 대해서 국민 대다수는 < 얼척 > 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아셨으면 싶다. 내가 이 자리를 빌려 하고 싶은 말은 이명박 이후의 대중영화'에 대한 감상'이다.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각하 집권 이후, 흥행에 성공한 대중 영화'는 하나같이 " 부모 " 를 호명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신경숙 소설 << 엄마를 부탁해 >> 열풍으로 시작한 각하 정권은 " 엄마를 부탁해 " 를 새롭게 변주한 " 아빠를 부탁해 " 버전'인 << 7번 방의 선물 >> 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유종의 미'를 장식했다.

신세대 문화를 대표하는 2ne1이 " 아이 돈 케어 ! " 를 외칠 때, 대중은 " 케어, 케어, 케어 !!! " 로 화답한 꼴이 되었다. 각하 정권 내내 문제가 되었던 복지 정책 논란도 결국은 " care " 로 귀결된다. 부모는 아이를 돌봐야 하는 의무가 있고 아이는 부모에게 보살핌을 요구할 권리'가 있듯이, 국가 또한 국민을 돌볼 의무가 있고 국민은 국가를 상대로 돌봄'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무상 급식 논란'은 우는 아이'에게 젖을 물릴 대상은 < 엄마 > 인가 < 국가 > 인가를 놓고 대립한 치졸한 싸움이었다. 각하가 자원 외교'라는 이름으로 날린 돈'이 손수조 새누리당 청년위원과 이름이 비슷한 수십 조'에 이르고, 22조'가 투입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물 관리 비용만 매년 5000억이 낭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복지 요구가 결국에는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 복지 망국론 " 은 뻥'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시 무상 급식 비용 3000억 원'은 각하가 날린 비용에 비하면 껌값이요, 물보다 저렴한 비용이었으니, 큰 어른인 국가'가 얼라 밥값 가지고 꼴값한 경우다. 쉽게 말해서 대한민국은 돈을 벌어 오겠다는 명목으로 자식은 병든 노모에게 맡긴 채 부곡 하와이'에서 물 쓰듯 돈을 뿌린 못난 부모'였다, 시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국가 이데올로기'에 충실히 따르는 이중적 잣대'를 보여준다.  신경숙의 << 엄마를 부탁해 >> 는 철저하게 뻔뻔한 국가 욕망에 복종한 소설이다. 국가에게 부탁할 당연한 권리'를 엄마에게 부탁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뽕끼'가 작렬하는 최루성 신파 소설'이다. 제목 << 엄마를 부탁해 >> 는 사실 << (너희) 엄마에게 부탁해 >> 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 << 광해 >> 에 대해서 노무현 향수를 자극한다거나 복지 국가'에 대한 바람이 흥행에 반영되었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이 영화는 보수적 가치인 가족ㅡ서사'에 의탁한 드라마'였다. 이 영화에서 광해'라는 인물은 국가   " 짐은 곧 국가요 "     로 작용하기보다는    " 임금은 백성의 아버지요 "      사랑이 넘치는 아버지로 작동한다. 그렇기에 << 광해 >> 는 여전히 보살핌을 부모에게만 요구하는 낡은 서사'에 지나지 않는다.  << 변호인 >> 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한때 노무현 향수를 자극하는 좌파 영화로 몰렸던 << 변호인 >> 은 꼼꼼히 따지고 속을 후벼파면 뻔한 가족 서사극'에 충실한 영화'라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광해가 사랑이 충만한 아버지'라면, 송 변호사'는 아버지의 빈 자리를 채우는 유사 아버지'다.

국밥집 아들에게 편모 슬하의 자식'이라는 뒷배경을 깐 이유는 송 변호사'를 아버지 대리자'로 끼워넣을 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결국 이 영화'도 가족 서사극'이다. 송 변호사는 정의를 위해 국가를 상대로 싸웠다기보다는 가족을 위해 나쁜 놈과 싸웠을 뿐이다. 대한민국 좌파는 이 영화를 보며 눈물 흘렸지만 정작 우파 이데올로기에 충실한 영화'라는 점을 읽지 못했다. 그 놈의 눈물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다가 눈물이 났다고 해서 그 영화가 반드시 좋은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내가 << 변호인 >> 을 << 국제 시장 >> 이나 << 명량 >> 과 한통속'이라고 말하면 당신은 화를 낼 것이 분명하겠지만, 서사적 측면에서 보면 유사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화 << 국제 시장 >> 에서 덕수는 송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빈 자리'를 대신하는 유사ㅡ아버지'다.

두 영화 모두 유사 아버지의 희생을 바탕으로 가족 해체 위기를 극복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 덜 뻔뻔한 가족 서사 " 와 " 더 뻔뻔한 가족 서사 " 에 있다. 손석희 뉴스룸 진행자가 이명박 회고록을 이야기하면서 인용한 조지 오웰의 문장은 영화 국제 시장'에도 적용된다.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스스로 칭찬하는 사람 십중팔구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 영화가 비판받아야 대목도 마찬가지'다. 굵직굵직한 현대사'를 거치면서도 유독 4.19를 제외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 숨은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 영화는 박정희 찬양-극'이다. << 국제 시장 >> 이 1000만  관객 돌파하기 이전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 명량 >> 도 같은 맥락에서 동일한 가족 드라마'인데,

 

<< 국제 시장 >> 과 << 명량 >> 을 10자로 줄거리 요약하자면 "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 이다. << 명랑 >> 에서 민초의 입을 빌려 다음 세대'가 우리가 이토록 고생한 것을 모르면 호로 자식'이라고 일갈했다면, << 국제 시장 >> 에서 덕수는 가난을 다음 세대에 대물림하지 않고 자기 세대에서 끝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 나는 그래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게 참 다행이라고..... "  둘 다 같은 대사'를 친 것이다. 각하 정권 이후의 천만 관객 동원 영화'를 보면 아버지는 모두 개고생을 한다. 영화 속 아버지는 " 다이 하드 하는 하드 바디 " 다. 구수한 저잣거리 입말로 번안하면 " 좆빠지게 고생하는, 일곱 번 쓰러져도 여덟 번 일어나는 불굴의 오뚜기 " 다.

 

대중이 아버지를 다이 하드 하는 하드 바디'로 호명하는 현상을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국가를 상대로 케어'를 요구했으나 좌절되자 그 대상을 아버지'에 투영하거나 전이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대중은 국가를 상대로 권리를 주장하기보다는 차라리 아버지에 기대어 보살핌을 요구한 것이다. 결국 좌절과 복종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현상이 이명박 정권 이후의 천만 관객 영화들'이다. 우리, 싸구려 눈물에 속지 말자. 끝으로 눈보라가 휘나알리리리리리리리이는 바람찬 부곡 하와이 가서 돈 많이 벌어 돌아오겠다던, 일곱 번 쓰러져도 여덟 번 일어나시리라 예상되는, 다이 하드 하는 하드 바디'인 내 아버지에게 쪽지 편지를 띄운다.

아빠, 보고 싶어요 !  머나먼 부곡 하와이'에서 피땀 흘리며 고생하시는 아빠 생각에 저는 오늘도 눈물이 앞을 가렸답니다. 오늘이 입춘이래요. 오라는 사람은 안 오고 봄만 오네요. 대문 곳곳에 입춘대길'이라고 붙어 있어요. 이런 제길. 아빠, 모든 것 다 용서할게요. 할머니가 많이 아프세요. 시바... 어서 돌아오세요.

- 대한민국 자식 대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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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5-02-05 0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박이 책에 토를 달기보다 저는 토할래요. 오랜만에 들어왔더니 자간이 띄엄띄엄해서 느낌이 더 사네요^^

신경숙, 공지영 소설은 어쩌다가 한 권씩 읽어본 후로는 다시는 읽고 싶지 않아 읽지 않았고. 저는 성격이 나빠서 못읽겠다는 말이 더 맞지요.

다이하드 하드 바디, 정말 절묘한데요. ㅋㅋ

오라는 사람은 안오고... 이 부분 보니까 춘래불사춘이 떠오르네요. 얼굴도 모르는(?) 말년병장이던 남편에게 쓴 편지 중 춘래불사춘에 대한 얘기를 쓴 적이 있었죠. 처음엔 그 고사의 유래도 알지 못하고, 사를 죽을 사로 알고 죽지도 않고 봄이 또 왔다 라고 해석했지 뭐예요. 조금 지나서 고사를 찾아보고 금방 고쳐서 고사를 소개하는 편지를 썼지만요. 정말 창피했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5 19:2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다이하드하는 하드바디` 라임이 훌륭하죠 ? ㅎㅎㅎㅎ
좀 다듬어서 완성해야 할 문장입니다... ㅎㅎㅎㅎ 봄이 결국은 죽지도 않고 또 온 각설이처럼 취급하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