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젖꼭지와 음핵(의 주름)

 

원래 이 글에 적합하고 가장 정확한 제목은 ' 젖꼭지와 음핵'이다. 그러나 이런 제목은 성차별주의자로 오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 사람들은 이 제목이 남자의 젖꼭지를 가리킨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목 붙이기에 일가견이 있는 아내가 이 대안을 추천했다. ( 상업적으로 성가시게 권유해대는 상품들 중에서 가장 불필요한 물품 중 하나였던 질 방취제가 짧은 전성기를 구가할 때, 아내는 콕슈어'라고 알려진 남성용 청결제를 사고 싶어 했다. ) 고상하지만 약간 소심한 사람들의 집단이 발간하는 << 내추럴 히스토리 >> 지는 원래 이 글에 자신들이 붙인 '프로이트의 과실'이라는 제목을 달아서 내놓았다. 끔찍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 글의 의도를 충분히 나타내는 것도 아니었다.

 

- <<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 " 남성 젖꼭지와 음핵의 주름 " 중

 

동방예의지국에서 태어난 어머니는 " 비너스 " 를 요물이라고 생각했다. 벌건 대낮에 젖가리개 하나 걸치지 않고 당당하게 서 있는 비너스를  볼 때마다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인상을 찡그리고는 했다. 조각상 다비드 도록을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아무리 근본 없는 양놈'이라 하지만 당당하게 양물을 드러내 놓고 다니는 작태를 요,요요요용서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서양 미술 작품을 모두 음화陰畵'라고 생각하셨다. 하지만 벌건 대낮에 젖가리개 없이 돌아다니는 요물은 서양 사람'만이 아니었다. 조선 개화기 때 사진을 보면 우리가 생각했던 고정관념은 산산조각이 난다. 사진 속 개화기 때 여성은 다른 건 다 가려도 젖가슴을 가리지 않고 당당하고 씩씩하게 거리를 활보한 모양이다. 어머니는 비너스와 다비드를 싸잡아서 " 미개한 양놈 " 이라고 욕했지만, 이 사진들을 보게 된다면 생각이 180도 달라질 지도 모른다. " 젖가리개 없으니 시원하겠구나 ! "

 

 

 

 

 

 

 

 

이처럼 어떤 현상이나 문제를 판단하거나 평가하는 데 기준이 되는 도덕적 잣대'는 시대마다 각각 다르다. 젖가슴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가리는 조선시대 토플리스 패션은 당시에는 자연스러운 복장 문화였지만 현대 사회에서 그 꼴로 종로를 돌아다니면 공연음란죄로 처벌을 받게 된다. 이처럼 시대가 바뀌면 잣대도 바뀌게 된다. 이 자리를 빌려 내 작은 소망 하나를 말하자면 조선시대 토플리스 복장 문화가 하루 빨리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유행했으면 좋겠다. 남성 토플리스는 당연시하면서 여성 토플리스는 금기하는 것은 성차별'이다. 사실 모든 수컷의 젖가슴과 젖꼭지는 무용지물'이다. 젖을 짠다고 아무리 주물러 보았자 < 젖 > 은커녕 < 때 > 만 밀릴 것이다. 그런데 왜 수컷은 젖꼭지가 있는 것일까 ? 이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한 도서관 사서가 스티븐 제이 굴드에게 편지를 보냈다.

 

 

" 제게는 아무도 답할 수 없는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어디에서 어떻게 그 답을 찾아야 할지 알 길이 없습니다. 왜 남자에게 젖꼭지가 있지요 ? ...... 남자들의 벗은 가슴을 볼 때마다 이 의문이 저를 괴롭힙니다 ! ......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  (177쪽) "

 

 

고객님, 걱정하지 마십시요. 굴드님은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다. 굴드는 호기심 많은 독자 편지'를 받고 < 젖꼭지와 음핵 > 이라는 에세이를 썼다.

 

 

남성과 여성의 외적 차이는 초기 배아에서 똑같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 성이 쉽게 결정될 수 없다. 음핵과 음경은 같은 기관이고 초기 형태는 동일하지만, 남성 태아의 경우 나중에 테스토스테론의  활동으로 커진다. 마찬가지로 여성의 대음순과 남성의 음낭도 동일한 구조이며 초기 배아에서는 구분하기 힘들지만, 남성 배아의 경우 나중에 몸의 중선을 따라 커지고 접히고 합쳐진다...... 배아의 경로로 인해 모든 포유류 태아에 그 전구체가 만들어진다. 암컷의 경우 나중에 유방이 커지지만, 수컷에서는 작은 상태로 남게 된다. ( 178쪽)

 

쉽게 말해서 초기 배아'에서는 성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있다가 성이 결정되면 여성의 경우 음핵은 성장을 멈추고 가슴이 커지는 반면, 남성은 성장하면서 가슴은 발달을 멈추고 음경은 커지게 된다. 그래서 남성은 수유 기능은 없지만 젖꼭지를 가지고 있으며, 여성 또한 꼬마 귀두(음핵)를 가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성감대다. 성감대란 감각 신경이 몰려 있는 부분을 뜻한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부분이지만 질벽은 무뚝뚝한 캐릭터'다. 음핵이 떨어지는 낙엽에도 까르르르 웃는 17세 여고생이라면 질벽은 갱년기 장애를 겪는 50대 여성이다. 매리 로취의 " 봉크"  의하면 삽입 섹스 시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는 빈도는 30%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질 오르가슴은 사실 클리토리스 자극에 의한 오르가슴이다.

 

여성 성기는 모양이 모두 천차만별인데 음핵과 질 사이의 간격도 개인 차에 따라 제각각 다르다. 음핵과 질 사이가 가까운 사람은 페니스 삽입 섹스 시 파트너 하체가 클리토리스를 지속적으로 마찰시키기 때문에 그에 따른 자극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것이다. 평균 질과 음핵 사이가 2.5센티미터 안이면 페니스 삽입 섹스만으로도 만족을 느낄 수 있지만 밖이면 성적 만족을 느끼기 쉽지 않다. 실제로 나폴레옹의 후손인 마리 보나파르트'라는 여성은 질과 음핵 간 거리가 너무 멀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음핵이 되었다. 그녀는 오르가슴을 느낄 수 없다고 판단하여 간격을 좁히는 수술을 한 기록이 있다. 하지만 이 수술은 그리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녀는 내내 우울했다. 아, 불쌍한 마리 보나파르트......

 

페니스와 음핵, 남성 젖꼭지와 여성 젖가슴이 발생학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은 결국 인간은 성별과 상관없이 남성성과 여성성 모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남성 격투기 선수가 꽃을 좋아하거나 여성 무용가가 건담 마니아'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말이다. 동성애와 양성애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지나치게 " ~ 다움 " 을 강조하다 보니 남자는 남자다와야 남자가 되고 여자는 여자다와야 여자가 된다. 하지만 당대에 통용되는 잣대는 반드시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현대 문화는 토플리스 패션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 옛날 개화기 여성은 당당하게 벗어던졌다. " 젖꼭지를 장신구처럼 달고 다니는 수컷들아, 볼 테면 실컷 봐라 ! "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남성)이 말끝마다 " 남자가 쪽팔리게..... " 라고 말하거나

 

 " 아줌마는 집에 가서 밥이나 하셔셔셔셔셔.... " 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여성 젖가슴의 상동기관인 젖꼭지를 제거해야 한다. 남자새끼가 쪽팔리게 여성 수유 흔적 기관인 젖꼭지를 달고 다니면 안 되기 때문이다. 내가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건들거리는 남성우월주의자는 모두 젖꼭지를 제거하는 수술을 강제로 시행하겠다. 인권이고 나발이고 없다.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젖꼭지 없는 남성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 남성은 남성우월론자이니 경계하는 게 좋다. 하여튼, 벌건 대낮에 남녀 모두 토플리스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했으면 좋겠다. 아, 상상만 해도 후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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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4-06-08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로부터 변강쇠가 숭상(?)의 대상이었던 이유는 질과 음핵 거리가 먼 여성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능력 때문이었군요.

예전에 남자에게 왜 젖꼭지가 있을까.. 아예 제목 자체가 그런 책이 유행했던 기억이 나는데.. 비록 여성 만큼의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하진 못해도 여러 의미에서 남성의 유두도 아주 중요한 기관이라고 느끼며 삽니다. 결정적인 성감대요 미관상으로도 중요하고 수시로 건강 상태를 체크해 볼 수도 있게 해주는.. 발생학, 인류학적으로는 수컷에게 무용지물 기관일지 몰라도 젖꼭지가 안겨주는 여러 편익, 효익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어요.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4-06-09 12:49   좋아요 0 | URL
젖꼭지와 음핵은 그러니깐.. 일종의 흔적 기관인 셈이죠.
아마 남자가 젖꼭지가 없게 되면 이거 참... 미관상 묘할 거예요.
마치 눈썹 밀어서 없는 사람 얼굴 볼 때 느끼는 그런 감정들...
아니면 겨털 없는 조폭을 볼 때 느끼는 묘한 느낌 같은거......

겨털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이젠 여성들도 겨털을 길러야 하지 앟을까 싶습니다.
겨털 제거는 남성주의의 산물임....

새벽 2014-06-09 14:4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옳소! 옳소! 헌데 내 여자가 기르는 건 나는 싫소! (읭? 하하..)
거 누구냐.. 하정우 공효진 나온 로맨틱 코미디.. [러브픽션]일 거에요.
거기 보면 여성의 겨털이 무지 중요한 영화 모티브죠.
추운 지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공효진은 그 지방 관습대로 겨털을 기르고 그거 때문에 하정우가 식겁하거든요. 결국 그 겨털까지 받아들이게 될 때 진짜 사랑이 이뤄진다는 듯한 암시로 끝을 맺고..
거기 보면 그녀의 겨털~ 하면서 노래까지 나와요. ^^


http://www.youtube.com/watch?v=kctW-lhmADc

곰곰생각하는발 2014-06-09 17:50   좋아요 0 | URL
허허허허.... 마돈나였나요 ? 하여튼 톱스타였는데 그 여자는 겨털을 길렀더라고요.
우리가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렇지 몇 번 보면 익숙해질 겁니다.
수지, 소녀시대 이런 양반들 겨털을 길러야 함...ㅎㅎㅎㅎㅎ
맞습니다. 러브픽션에 그내용 나옵니다.

노막 2014-06-08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스포츠뉴스 면의 여자 테니스대회 우승하고 포효 하는 사라포바 러시아 테니스 선수를 보면서
밤에 그 별볼일 없는 남자를 노리개 삼아 우승을 만끽하며 광란의 유흥을 과거 남자 들이 했던것 처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점점 더워지는 여름의 열기와 함께 내 머리위로 날라간다...
확실히 세상은 때론 과격하게 아니면 아주 천천히 바뀌고 또 달라지고 있다는거 언젠가 모든게 지금과는 반대로
되어있겠지? 언제일까 그때가.
최소한 내일은 아니길...

곰곰생각하는발 2014-06-09 12:46   좋아요 0 | URL
좋은 세상이 오겠지요, 라고 말해야 하나, 그런 날이 오겠으나 세월이 문제겠지요.
급히 만들어진 세상은 급히 무너집니다. 모래성처럼 말이죠.....

만화애니비평 2014-06-09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것! 사진에서 과거 구한말 여성들은 가슴을 내밀고 다녔습니다. 가슴에 아이의 입에 젖을 물리기 위해서죠. 오히려 감추기 때문에 음탕할까요? 지금은 다리를 시원하게 내밀고, 당시에는 가슴을 내미니, 아마도 페티시즘으로 전락하는 남성인듯 합니다. 물론 검정스타킹의 매력은 잊을 수 없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6-09 12:44   좋아요 0 | URL
전 이 사실, 책 읽다가 알게 되었어요. 역시 어떤 기준이란 항시 그 시대와 후 시대가 다른 법입니다.
요즘 어르신들 여자들 다리 내놓고 다닌다고 뭐라 하시던데
그 웃어르신들은 토플리스 차림이었으니..... 하긴 엣날에는 젖먹이 아무 데나 젓을 물리고 했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