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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 다 빈치와 최후의 만찬 / 저자, 로스 킹 > 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대한 역사/예술 논픽션'이다. 책소개 글을 읽으니 저자는 픽션과 논픽션 분야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한 모양이다.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는 마네를 다룬 < 파리의 심판 > , 미켈란젤로를 다룬 <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 > 그리고 산타마리아 피오레 성당 돔을 설계한 브루넬레스키 이야기 < 브루넬레스키의 돔 > 이라는 책이 출간됐다. 이쪽 분야(예술 논픽션)에서는 솜씨가 꽤 좋은 모양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알라딘 검색창에 두 거장 이름을 검색하면 실감할 수 있다. 다 빈치'라는 이름으로 걸린 상품은 대략 700회 정도이고, 미켈란젤로는 600회 정도'이다. 역사와 예술 분야에 관심이 있는 글쟁이'라면 도전할 만한 글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프로이트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에 흥미를 갖고 논문 두 편을 썼다는 점이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유년의 기억 / 1910 > 과 < 미켈란젤로의 모세상 / 1914 > 라는 논문이다.



독수리 내리다

 

다 빈치'는 놀랍게도 젖먹이 때 일어난 기이한 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내용은 독수리 한 마리가 내려와 꽁지로 다 빈치 입을 강제로 연 후 꽁지를 입 안으로 쑤셔넣었다는 것이다. 일반인'이 그런 소리 하면 " 뻥 치시네 ! " 라며 웃어넘기겠지만 명색이 레. 오. 나. 르. 도. 다. 빈. 치'가 아닌가 !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 일어난 일을 기억하는 이'도 있는데 젖먹이 때 일을 기억하지 말란 법은 없다. 우우, 이 기억이 사실이라면 정말 이상한 일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치기어린 허세 정도로 흘려보냈을 이야기지만 프로이트는 독수리 환상에 흥미를 가졌다. 그는 < 레오나르도 다 빈치 유년의 기억 / 1910 > 이라는 논문에서 " 독수리 환상 " 을 분석하면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동성애자'라고 주장했다.

 

프로이트는 꽁지라는 단어인 " coda " 가 남성 성기'를 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론은 뻔하다. 독수리 환상은 동성 간 펠라티오 환상'이라는 것이다. 지나치게 터무니없는 추측은 아니다.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는 꼴이겠지만, 당시 피렌체는 동성애'로 유명한 도시였다. 14세기 독일에서는 플로렌처(Florenzer)라는 말이 남색'이라는 뜻을 가진 속어로 통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더구나 다 빈치는 독신자'였다. 프로이트는 여러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다 빈치'를 (돈에 관심이 많은) 항문성애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서 돈에 욕심이 많고 자기중심적인, 철없는 예술가'라는 것이다. 아아,  위대한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프로이트에 의해 하,하하하항문에로티스트'가 되었다. 주먹 불끈 쥔 독자도 있으리라.  황당한 추론 전개 과정이지만 미워하지는 말자. " 창조적 설레발 " 이라고 해두자. 



우거지상

 

< 미켈란젤로의 모세 상 / 1914 > 이라는 논문은 < 레오나르도 다 빈치 유년의 기억 > 과는 다르게 창조적 설레발(과잉 해석) 대신 합리적 분석 틀 안에서 자기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이 양반, 관심 영역이 참으로 방대하다. 미켈란젤로는 모세가 하느님 말씀을 새긴 율법 판을 들고 시나이 산을 내려오다가 백성이 황금 송아지를 섬기는 꼴에 격노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워낙 유명한 사건이어서 격노한 모세가 율법 판을 땅에 내던졌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으리라. 그런데 미켈란젤로가 만든 모세 조각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분노하는 모세'도 아니고 그렇다고 슬픔에 잠긴 모세도 아니다( 그 역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는 모세 상에서 분노와 고통과 경멸이 뒤섞인 모습을 보고, 다른 이는 내적 동요를 가까스로 자제하는 평화로운 모세를 본다.

 

조각상은 하나인데 해석은 분분하다. 모세 얼굴 표정은 < 아 > 도 아니고 < 어 > 도 아닌, < 애 > 매모호한 구석이 있다. 프로이트는 모세 표정 읽기'에 집중하는 대신 사건이 발생한 전후 맥락에 주목했다. 그는 율법 판이 놓인 형태를 통해서 모세 상은 분노 상태가 지난 후'라고 판단했다. 프로이트가 주장하는 조각을 짜맞추면 : 모세 상은 분을 삭인 후 모습이다. 분노 감정은 서서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대신 슬픔, 허탈, 참담 따위는 수면 위로 오르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해석은 성서 속 이야기와는 상반된다. 왜냐하면 성격 급한 모세는 황금 송아지 숭배 장면을 보자마자 율법 판을 내동댕이쳤기 때문이다.

 

프로이트가 그 사실을 얼렁뚱땅 모른 척 넘어갈 리는 없다. " 그(미켈란젤로)는 부서진 율법 판의 모티프에 수정을 가해서, 모세가 화를 이기지 못해 율법 판들을 부순 것으로 묘사하지 않았으며 반대로 율법 판들이 부서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해서 자신의 분노를 삭이는 모세를 묘사했던 것이다. ( 예술과 정신분석, 프로이트 전집17 154쪽 ) " 프로이트가 보기에 미켈란젤로는 성서 속 모세 이야기를 리메이크하되 모세를 새롭게 재해석하고 싶어 했던 예술가였다.

 

 

 

 

모듈성

 

진화생물학자이자 고생물하자이며 탁월한 에세이스트인 스티븐 제이 굴드는 < 모짜르트와 모듈성 > 이라는 글에서 미켈란젤로의 모세 상을 보았을 때 느꼈던 감정을 이야기한다. 굴드가 보기에 모세는 여러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 산에서 목격한 일에 대한 열정과 격정, 일탈한 백설들에 대한 분노,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깊은 슬픔, 하나의 얼굴에 풍성한 감정들이 조합되었다는 점 때문에 그 조각상은 그토록 숭고해 보인다 ( 여덟마리 새끼 돼지, 364쪽) " 굴드는 복잡한 모세 얼굴에서 모듈성에 관한 명료한 통찰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 나는 이 조각상을 여러 차례 보면서 매번 그 힘을 느꼈지만, 어떻게 미켈란젤로가 한 얼굴에 그토록 많은 것을 담아냈는지 통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가장 최근의 여행에서 문득, 해답의 단서를 찾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켈란젤로는 모듈성 원리를 이해했다.

 

조각상의 얼굴에서 한 특징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를 가리면 한 가지 감정만 보였다. 눈썹이 하나의 메시지를 말하고, 코가 다른 것을 말하고, 입술이 또 다른 것을 말했다. 풍성한 얼굴은 여러 감정 모듈로 분해되지만 전체를 보면 깜짝 놀랄 결과가 나온다. 365쪽 " 무슨 말인가 하면 미켈란젤로는 눈썹은 분노할 때, 입술은 슬픈 감정일 때, 눈은 낙담할 때 표정을 각각 새겼다는 점이다. 굴드의 지적이 맞다면 대성당을 방문한 여행객은 자신이 어느 지점에 촛점을 맞춰 보았느냐에 따라 각각 다른 표정을 읽는다. 눈썹을 보면 화난 표정 같지만 입술 형태를 보면 슬픔에 잠긴 표정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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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5-2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naver.com/ilsnkb/20192053918 (EBS 다큐프라임 동과서 요약)

서양의 사고 ; 대성당을 방문한 여행객은 자신이 어느 지점에 촛점을 맞춰 보았느냐에 따라 각각 다른 표정을 읽는다. - 로 쉽게 설명되는데,

동양의 사고로 보면 열정과 격정, 분노, 슬픈 감정, 낙담의 감정이 뒤섞인 부조화로 볼 것이냐, 풍성한 감정들이 조합되어 숭고로 판단하느냐에 평가가 달라지겠네요. 전자가 아니고 후자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5-24 15:49   좋아요 0 | URL
재미있군요. 링크 찾아서 보았습니다. 다큐프라임 참... 좋은 프로입니다.
동서가 이렇게 차이가 명확하다니 놀랍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