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와 코카콜라
- 부제: 바퀴와 코카콜라 이야기’를 하다가 느닷없이 페루’로 끝나는 글
1. 어쩌면 아웃벡 : 바퀴벌레 내장 통마늘 스프 요리
사전에 <딱정> 이라는이름의 곤충은 없다. < 딱정벌레 > 라는 이름이있을 뿐이다. 같은 이유로 < 사슴 > 과 < 사슴벌레> 는 전혀 다르다. 사슴은 사슴과’에속하는 동물이고, 사슴벌레’는 사슴벌레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그렇다면< 바퀴벌레 > 도 ?!
바퀴벌레의 정식 명칭’은 바퀴’다. 바퀴벌레’가 아니다. 그러므로바퀴는 바퀴과’에 속하는 곤충이지, 바퀴벌레과’에 속하는 곤충이 아니라는 말이다. 지구상에 바퀴벌레과 곤충은 한마리’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철썩같이 바퀴’를 바퀴벌레’라고 알고 있다. 그런식으로 유유상종 하자면 사슴과 사슴벌레도 모두 하나다 ! 우리가 바퀴’를바퀴벌레’라고 부르는 이유 중 하나는 바퀴’라는 곤충에 대한혐오와 경멸’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둘의 관계는곰곰생각하는발 박사의 어투를 빌리자면 < 질문 : 하우아 유 >와 < 답변 : 아임 파인탱큐. 앤드 유’ > 의 관계와 같다. 바퀴와 벌레는 장소팔과 고춘자, 서수남과 하청일이고 유재석과 박명수, 팝콘과 콜라, 맥주와 치킨 사이’다.
그런데 바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이나백해무익’한 해충일까? 인간이 바퀴’를 징그러운 해충이라고 규정한 후 < 박멸 > 한다면, 어쩌면 지구는 멸망할 지’도 모른다. 곤충은 지구 생태계 종’의 70%를 차지한다. 자연생태계’에서곤충은 좋은 식량’이다. 많은 동물들이 곤충’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바퀴’는새나 쥐, 고양이와 개도 즐겨 먹는 일용할 양식’이다. 그뿐이 아니다. 개미도 바퀴’를즐겨 먹으며, 심지어는 바퀴’도 바퀴’를 즐겨 먹는다. 바퀴’는닭’보다 단백질 함유량이 3배나 많다 ! 이 녀석’은 말 그대로 단백질 덩어리다.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인 셈이다. 영양학적 가치’를 인정한다면 바퀴’는아웃벡 같은 패밀리레스토랑에 선보일 만한 자원이다. 조인성이 나와서 “내가 다 해줄게. 바퀴 위에 구운 마늘을 이렇게 으깨서...한 입 ! “
만약에 인간이 바퀴’를 멸종시킨다면 그 영향은 나비효과’가 될 것이 분명하다. 바퀴의 상위 포식자는 그만큼 먹이’를 먹지 못하게 되어 개체수가 줄어들고, 바퀴의 상위 포식자’가 줄어들면 바퀴의 상위 포식자를 잡아먹는 상위 포식자’ 또한 굶어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바퀴의 박멸’은 생태계의 재앙’을 야기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 세상에 잡초’라는 이름을 가진 풀은 존재하지 않듯이, 해충이란 곤충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깐 < 해충 박멸’ > 이라는 문구’는 인간 중심적 사고의 존나 촌스러운 의기양양’이다. 자연생태계의 입장에서 보자면 바퀴’는 매우 소중한 식량 자원 중하나이다. 오히려 인간’이라는 동물이 해충에 가깝다. 자연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것’은 바퀴가 아니라 인간이다.
바퀴’는 무척 착한 곤충이다. 건강한바퀴는 목숨을 걸고 인간이 사는 부엌에 가서 실컷 먹은 후 바퀴의 은신처’로 돌아와 자신이 먹은 먹이’를 액체 형식’으로 토해 놓는다. 그러면몸이 아픈 동료나 늙은 동료’들은그 액체 먹이를 함께 나눠 먹는다. 내가 바퀴에게 먹은 걸 다 내놓으면 다시 배가 고프지 않느냐고 물었더니바퀴는 싱긋 웃으면서 “ 괜찮아 ! 난 건강하고 달리기도빠르기 때문에 밖에 나가서 먹이를 찾으면 돼. “ 라고 말해서 나를 감동시켰다. 인간은 가끔 나눔을 실천하지만 바퀴’는 날마다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다. 참,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심성 고운 곤충이다. 인간이 사악한 이유는바퀴의 나눔 정신’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바퀴를 죽이기 위한잴 형태의 독약’은 바퀴의 고운 심성’을 이용한다. 이 독약을 먹은 바퀴’는 먹자마자 죽지 않는다. 제조회사’에서 서서히 독이 퍼져서 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독약을 먹은 바퀴’는 굶주린 동료’를 위해 자신이 먹은 맛있는 먹이를 내놓는다. 동료들은 독약’인지도 모르고 먹는다. 그들은 함께 죽는 것이다.
2. 어쩌면 잉카의 후예들 : 코카콜라 만드는 법
나는 하루에 평균 중간 크기의 페트병 콜라 다섯 개’를 마신다. 1.6리터 대용량 코카콜라는 삽십 분 안에 다 마신다. 내가 캔’이나 병 콜라’를 마시지 않고 뚜껑 달린 콜라’를 마시는 이유는 탄산의 유출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이다. 한 모금마시고 나서 바로 뚜껑을 닫는다. 그래야지 콜라 특유의 맛’을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청량음료’를즐겨 마시지는 않는다. 주스와 코카콜라’가 아닌 음료’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오로지 코카콜라다. 팹시도 안 된다. 8.15콜라도 안 된다. 극장’이나 롯데리아에서 파는 콜라’는더더욱 안 된다. 그것은...... 콜라’에 대한 모독이다. 나는 애인과 헤어지고 나서 코카콜라 양’을 만난 것이다. 프로이트’라면나의 코카콜라 집착’을 < 이별이라는 트라우마’가 특이식성’으로 변한 예 >라고 진단한 후 이러한 특이식성’을 가진 사람은 한니발 렉터 박사 이후 두 번째’라고 말할 것이다. 하여튼, 나는애인과 결별을 한 후부터 코카콜라’를 사랑하게 되었다.
바퀴벌레와 코카콜라’는 닮았다. 바퀴와벌레’가 뗄래야 뗄 수 없는 찰떡이듯이, 코카와 콜라’도 그렇고 그런 관계다. 벌레 하면 바퀴이듯이, 콜라 하면 코카’다. 코카콜라’에서 코카’는 펩시콜라’에서의펩시’처럼 인위적으로 지은 네이밍’이 아니다. 코카’는 원래 코카’라는나무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코카 잎에서 코카인’과 코카콜라’를 만든다. 또한 콜라’는 콜라 나무 열매’로 만든 청량음료’를 총칭할 때 부르는 말이다. 그러니깐 코카콜라’는 코카 나무와 콜라 나무’의 잎과 열매’로 만든 음료수인 것이다.
운명이란 이런 것일까 ? 1년 전 해외토픽’에 이런 기사’가 난 적이 있다. 해고당한 직원’이 작심하고 코카 레시피’를 폭로한 것. 그가 폭로한 내용은 코카콜라’는 페루 원주민의 침’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동안 코카콜라 회사’는 은밀하게 페루 원주민의 침’을 수입했다고 한다. 그러니깐 전세계인’은 잉카의 후예들이 뱉은 침’을 마시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기사를 해고 당한 노동자의 비분강개, 우수개, 황당무개(계)’라고 비웃었지만 나는 어쩌면 그의 주장’이 진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했다. 왜냐하면 일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코카의 원산지’는 페루다. 페루에서가장 흔한 것은 국화인 해바라기와 코카 나무와 콜라 나무다. 잉카의 후예들은 특정 나무의 잎을 즐겨씹는데, 이 잎을 씹으면 잎의 성분이 침샘을 자극해서 침이 많이 분비된다. 그들은 이 침’을 항아리에 저장을 해 숙성시킨 후 음료’로 사용한다고 한다. 농담이 아니라 진실이다. 잉카 사람들은 귀한 손님이 오면 이 침 범벅 음료’를 준다. 이 잎이 무엇이겠는가 ? 그러므로 해고 당한 직원이 밝힌 코카콜라의레시비 비밀’은 어쩌면 사실인지도 모른다.
바퀴와 벌레, 코카와 콜라’처럼페루와 나’도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내가 해바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페루의 국화가 해바라기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페루를 사랑하기 전부터 해바라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고흐가좋았는지도 모른다. 내가 로맹가리’가 쓴 <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 를 읽고 페루’를 찾아간 이유는 로맹 가리의 소설 때문이 아닌지도 모른다. 소설이좋아서 페루를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다. 나의 전생’은 잉카의후예’였을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인다. 인간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해바라기거나, 코카 나무’이거나, 콜라 나무였을 것이다. 당신의중추 신경’을 마비시켜서 히죽히죽 웃게 만드는 코카인’이었을것이다. 내가 이토록 삐딱하며, 반문화적인 이유는 내 몸에흐르는 코카인 성분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코카콜라’를 마신다. 잉카의 후예가 뱉은 침’으로 만든 코카’를 마실 때마다 페루가 생각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코카 꽃 콜라 꽃. 아기 진달래.에이, 시발... 눈물난다. 그립다. 페루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