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괴물(들)

영화 < 에이리언 > 시리즈에 등장하는 " 괴물 " 이 HR기거'가 디자인한 작품이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몰라서,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모른다. 이 자리를 빌려 말하자면 영화 속 괴물'은 기거'가 " 괴물과 남근 형상 " 을 섞어서 창조한 작품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페미니즘 이론으로 풀어서 해석하는 비평도 있다.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런 시각은 이미 흔한 예'가 되었으니깐 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괴물이 " 좆같이 " 생겼다는 데 있지 않다. 사실 공포의 주체는 남근을 닮은 괴물이 아니라 그 괴물의 무한한 생산성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공포스러웠던 장면은 리플리(시고니 위버)가 퀸 에이리언의 출산 공장을 발견하는 시퀸스'다. 이 무시무시한 생명력'은 인간을 숙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끔찍하다.

결국 영화 속 폭력의 주체는 남근을 닮은 수컷'이 아니라 남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폭력적인 암컷'이다. 영화 속 괴물은 사람 몸을 숙주 삼아 기생하는 존재여서 설핏 수컷에 가깝다고 생각되지만 자궁이 있는 몸을 빌리지 않고서도 생산 주체가 된다는 측면에서 괴물은 무성과 양성 사이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페미니즘 비평에서 이 영화를 남성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 전사'라는 해석을 잘못되었다. 본질은 성질 더러운 암컷이 용감한 여성 전사와 싸우는 데 있다. 공통점은 모성'이다. 외계 암컷과 지구 여성은 모두 모성'에 뿌리를 둔다. 그들은 모두 생산적 주체'다. 내가 오늘 말하고 싶은 주제는 바로 " 여성 괴물 " 이다(여기에는 " 좆같이 생겼지만 암컷 " 인 괴물도 포함된다). 에이리언'처럼 좆같이 생겼지만 암컷인 대표적 괴물'이 바로 드라큘라'이다. 드라큘라는 에이리언 괴물과 마찬가지로 탁월한 생산, 나아가 출산 능력을 갖춘 존재'이다. 에일리언이 인간을 숙주로 활용하면서 자기 복제'가 가능하듯이, 흡혈 바이러스'도 인간 몸속에 숨어 있다가 본색을 드러낸다. 사실 흡혈귀에게 물린 사람들은 " 감염 " 되었다는 표현보다는 차리라 " 임신 " 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드라큘라는 목을 흡혈하는데 neck(목)에라는 단어에는 " 자궁 "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감안한다면 흡혈은 성교'에 대한 묘사라 할 수 있다. 송곳니는 남근이고 목은 자궁이다. 그렇다면 드라큘라는 수컷에 가까운 존재일까 ? 수컷이 자궁을 가진 암컷의 몸을 빌려 새끼를 낳는 존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드라큘라는 남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드라큘라는 자궁이 없는 남자의 몸에서도 자기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에이리언과 마찬가지로 무성과 양성 사이에 놓여 있지만 숙주의 자궁'을 빌리지 않고서도 새끼를 낳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여성에 가깝다. 주류 사회가 두려워하는 것은 드라큘라의 < 파워 > 가 아니라 < 생산성/출산 능력 > 이다. 임신 기간은 감기'보다 짧다. 흡혈귀에게 물린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어지럼증,
식욕 부진'은 마치 임신한 여성에게 나타나는 철분 부족에 따른 현기증과 입덧 증상과 유사하다. 이처럼 감염'을 임신'으로 치환하면 서구 백인 사회가 드라큘라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피가 섞인다는 것에 대한 공포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흡혈귀 서사'를 관통하는 공포는 접촉 공포'다. 그것은 낯설고 이질적인 타자에 대한 백인 주류 사회의 근심'이다. 이 접촉 공포는 (순혈을 지키려고 하는)종족 보호 본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낯설고 이질적인 타자에 대한 공포를 무작정 인종 차별'로 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인간은 네오포비아(neophobia), 새것 공포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것 공포증'을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낯선 것에 대한 공포'가 된다.

" 사람과 쥐는 새로운 음식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쥐는 보통 새롭고 낯선 먹이는 아주 소량만 맛을 보며, 또 새로운 먹이가 여러 가지 있을 때에는 따로따로 먹지 절대로 한꺼번에 다 먹지 않는다. ( 진화심리학, 135쪽) "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음식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한다. 새로운 음식은 대개 부모가 먹어보라고 권해야 비로소 먹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아이 입장에서 보면 부모는 자기에게 나쁜 음식을 권하지 않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구 백인 사회가 드라큘라'라는 낯설고 이질적 타자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이유는 피가 섞인다는 공포와 함께 네오포비아'도 함께 작동한 탓이다. 중요한 것은 드라큘라가 가지고 있는 자가 출산 능력'이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생산성은 오로지 암컷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그러므로 드라큘라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에 가까운 존재'다. 여성 외모를 비하하기 위한 표현이 아니란 점을 미리 밝히고 말하자면 드라큘라는 " 좆같이 생긴 여성 " 이다. 드라큘라가 여성이라는 증거는 많다. 드라큘라 실제 모델이 엘리자베스 바토리'라는 부인이었다는 점과 드라큘라가 흡혈하는 부위인 목(neck) 이 여성 자궁이라는 뜻이라는 점도 그것을 뒷받침한다. 가만 보면 드라큘라가 눕는 관도 자궁을 닮았다. 그는 수컷인 척하는 암컷'이다. 여성 괴물'이다. 여성 괴물'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메두사'다. 에이리언이 겉모양으로 보자면 남근을 닮은 괴물이라면 메두사는 여성 성기를 닮은 cunt 괴물이다. 꿈틀거리는 뱀은 거웃이고 얼굴은 cunt다. 사람들이 메두사의 얼굴을 보면 딱딱한 돌이 되어 죽는 현상은 프로이드 식으로 말하자면 페니스 발기'다. 그들이 본 것은 메두사의 얼굴이 아니라 여자의 촉촉하고 검은, 아......
여성 괴물은 생각보다 많다. < 오이디푸스 > 이야기에 나오는 스핑크스'도 메두사와 마찬가지고 여성 괴물을 대표하는 슈퍼스타'이다. 스핑크스의 어원이 바로 똥구멍'이다. 그러니깐 스핑크스는 똥구멍 괴물'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배변 훈련을 가르치고 항문을 깨끗하게 닦아주는 존재는 엄마'다. 엄마는 항문을 관장하는 감독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핑크스는 여성 괴물이면서 초월적 어머니 괴물이다. 여기서 질문 하나 ! 그렇다면 오이디푸스는 왜 스핑크스를 물리치고 나서야 왕'이 되었을까 ? 간단하다. 왕이 되었다는 말은 어른이 되었다는 소리'이다. 그렇다면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가 죽기 전까지는 어린이'였다는 간단한 공식이 성립된다. 여기에 스핑크스가 항문을 관장하는 괴물이라는 점을 접목시키면 오이디푸스는 구순기-항문기-남근기 기간 중 항문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 항문기를 벗어나 남근기에 접어들어야지만 상징적 어른이 된다.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의 만남은 바로 이 시기'이다. 그는 스핑크스를 제거함으로써 남근을 획득한다. 스핑크스가 던진 질문 " 저녁에 다리가 세 개 " 에 대해 오이디푸스는 늙으면 지팡이에 의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지팡이가 아니라 발기한 남근에 대한 은유처럼 보인다.

대한민국은 중세시대나 고딕 시대에서 등장할 법한 드라큘라 서사'가 21세기에 작동하는 사회'다. " 빨갱이 " 는 현대판 드라큘라'다. 우리가 흔히 쓰는 " 빨갱이 사상에 물들었다. " 라는 표현은 마치 " 드라큘라에 물려서 감염되었다. " 라는 말처럼 들린다. 빨갱이(종북세력)은 소문은 무성하지만 본 사람은 없다는 면에서 보면 " 처음 보는 음식 " 이다. 이와 같이 " 빨갱이 " 는 낯설고 이질적인 타자여서 네오포비아의 대상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빨갱이는 영원한 타자'이다. 문제는 네오포비아'가 아니다. 아이는 본질적으로 새 음식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지만 부모를 믿고 그 공포를 해소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국가가 나서서 오히려 낯설고 이질적인 타자'를 공격한다. 피가 섞이는 것을 두려워하고 순혈을 강조한다.
그래서 새것은 멀리하고 익숙한 것에만 집착하게 만든다. 바로 그러한 태도가 국가주의와 가족주의를 만든다. 국가주의와 가족주의의 핵심이 바로 익숙한 것이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니깐 말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GDP 성장이 아니라 네오포비아를 없애는 것이다. 순혈이 중요하다고 해서 혼혈을 경멸하면 안된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애국심에는 반드시 적이 필요하다. 적을 만들 수록, 그래서 적이 많을수록 당신의 뒤통수는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뒤통수, 조심해야 한다.
첨언.
불알 스토커의 < 드라큘라 > 에서 드라큘라 백작'은 초월적 존재'라기보다는 사회적 약자'에 가깝다. 중세의 마녀 사냥이 그렇듯이 백인 주류 사회'는 변방에서 온 창백하고 낯선 존재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타자의 목소리가 배제된 채 진행되는 풍문은 온통 악의에 가득 차 있다. 이 풍문에 의하면 드라큘라 백작은 기괴하며 무시무시한 악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주류 사회로부터 격리된 불가촉천민에 가깝다. 그는 사회적 약자'일 뿐이다. 어떤 공격에 대한 일반적 대응은 다음과 같다. ① 동작 멈추기 ② 도망가기 ③ 싸우기 ④ 복종하기 ⑤ 죽은 척하기 ⑥ 기절하기'이다. 여기서 관 속에 있는 흡혈귀들이 사람들에게 발각되었을 때 보이는 대응 방식은 " 죽은 척하기 " 와 " 기절하기 " 이다. 그들은 잠든 것이 아니라 근육이 굳어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닐까 ? " 죽은 척하기 "와 " 기절하기 " 는 대부분 자기보다 강한 자가 공격할 때, 도망칠 수 있는 여건이 안 될 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남자보다 여자와 아이가 기절을 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드라큘라와 흡혈귀'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아니라 연약한 존재'다. 찌라시는 믿을 만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