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은 ......

50년대 헐리우드 삐끕 괴물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조악할 수록 좋다. 그래서 헐리우드판 < 고질라 > 보다는 일본판 < 고지라 > 가, 봉준호의 < 괴물 > 보다는 북한영화 < 불가사리 > 가 더 재미있다. 괴물 영화'라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뭐니뭐니해도 원조는 " 킹콩 " 이다. 킹콩이 빌딩을 오르다가 장렬히 죽는 장면은 지금 보아도 눈물이 앞을 가려서 차라리 앞을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킹콩을 꽤 여러 번 접하다 보니 " 킹콩 " 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 매우 흥미롭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검은 킹콩은 유색인종에 대한 백인 사회의 혐오를 담고 있다. 영화 < 킹콩 > 은 검은 킹콩과 백인 여성이 섹스를 하는 상황에 대한 백인 사회의 신경질적 반응'이다. 좀 유식하게 말하자면 이 영화는 이종교잡에 따른 불쾌함'을 다룬다. 이 메시지를 뒤집으면 헐리우드 주류 백인 사회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 유유상종 " 이다.
< 이종교잡 > 은 용서하지 않는다만 < 유유상종 > 은 허락하마, 라는 뜻이다. 한류 스타 " 비 " 가 액션 주인공으로 나온 < 닌자 어쌔신 > 은 그 사실을 분명히 한다. 동양 배우인 " 비 " 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여배우는 백인 여성이 아니라 흑인 여성이다. 백인 남자와 동양 여성이 러브 라인을 형성하는 경우는 많은데 왜 동양 남성과 백인 여성의 섹스씬은 없는 것일까 ? 쉽게 말해서 끼리끼리 놀라는 당부'다. 백인 주류 사회가 보기에는 킹콩이나 비'는 성적 주체'이기보다는 단순히 < 물건 > 으로만 작동된다. 그것은 일종의 장난감'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문화적 배타주의'를 마냥 비판할 자격은 없다. 한국이야말로 문화적 배타주의가 심각한 수준이니깐 말이다. 한국이 아시아 주변국을 바라보는 편견은 미국 백인 주류 못지 않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는다. 영어'는 이미 근사한 명품 브랜드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 슈퍼스타 k > 에서 심사위원인 박진영은 유창한 영어 실력을 뽐내기 위해 자리를 지키는 양키 같다.
반면에 스리랑카나 베트남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은 그 사람의 교양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 사실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스리랑카나 베트남은 같은 아시아 문화권에 속하지만 대한민국은 그 사실을 부정한다.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권 세계에서 백인 행세를 한다. 꼴값이요, 주접이다. 만약에 영화 < 킹콩 > 에 나오는 배경을 한국 사회라고 설정한다면 킹콩은 이주노동자처럼 보인다. 킹콩은 돈을 벌기 위해 저 멀고 먼 곳에서 온 아시아 유색인종이다. 그는 이주노동자'이다(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아프리카 미술관 이주노동자를 킹콩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백옥 같은 피부를 원하는 유사 백인 선망 사회인 한국은 킹콩을 단순히 노동력을 제공하는 몸뚱이로만 생각한다. 피 섞이면 곤란하다. 그들이 백옥 같은 피부를 가진 한국 여성과 섹스를 해서 아이를 낳으면 한국 사회는 그들을 철저하게 응징할 자세가 되어 있다. 이처럼 킹콩'이라는 아이덴뛰뛰'는 백인 사회 속 유색인종이며,
이 상황을 고스란히 한국 사회에 적용하면 아시아계 이주노동자'가 된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아브젝션 개념과 조르조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 개념을 섞으면 킹콩은 " 지저분한 누런 육체 " 다. 이러한 노골적인 인종 차별적 시선은 혈통을 중시하는 순혈주의'에서 비롯된다. 피 섞이면 안 되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애국심이 위험한 이유는 독일의 게르만 혈통 우선 주의와 유사하기 때문에 그렇다. " 김연아 현상 " 이 보여준 메시지는 애국심에는 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베트맨을 위해서는 조커가 필요하듯이, 김연아를 위해서는 제2의 조커가 필요했다. 한때 조커는 아사다 마오'였고 지금은 소트니코바'다. 아나운서는 다음과 같은 멘트를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지껄이고는 한다. " 이번 스피드 스케이트에서는 다른 선수는 몰라도 러시아만큼은 꼭 이겨서 김연아의 복수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
애국주의를 위해서는 < 악당 > 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바뀌는 법이다. 원래 액션 영웅이 등장하는 시리즈 영화일수록 악덕은 범위가 점점 커진다. 시리즈가 진행될 수록 악당은 늘 얼굴이 바뀌지만 더 악랄하다. 아사다 마오에서 소트니코바로, 그리고 피겨 스케이트에서 스피드 스케이트로, 결국에는 러시아 선수 전체를 김연아 선수의 복수'를 완성시킬 먹잇감으로 확장하게 된다. " 증오 " 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거대하게 부풀어지는지를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흥미롭다. 이게 바로 포데기 신파에 뿌리를 둔 한국형 스포츠 서사'가 가지고 있는 국수주의'다. 색깔이 비슷한 친구끼리 끼리끼리 노는 걸 두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것을 확장해서 민족끼리 끼리끼리 놀면 매우 위험하다. 게르만 민족끼리 놀다가 벌어진 사태가 바로 히틀러와 나치'가 아니었던가 ?
김연아는 개인의 욕망 실현일 뿐이지 그것을 국가의 욕망 실현이라고 착각하면 안된다. 그동안 김연아가 꿈을 이루어서 행복하다고 ?! 천만에 ! 그런 일은 없다. 인간은 타자의 행복에 대해 그닥 즐거워하지 않는다. 김연아, 당신이 있어서 행복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만약에 당신이 김연아를 통해서 행복을 얻었다면 그 사실은 역설적이게도 당신은 여전히 불행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행복은 자기 만족감에서 오는 이기적 희열이지 이웃의 행복 때문에 당신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에 가깝다. 김연아의 우승에는 박수를 치더라도 눈물은 흘리지 마라. 싸구려 신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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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스타 본선 진출 룰은 다음과 같다. 3명이 1조가 되어 1,2,3위를 결정한다. 1등은 본선 진출이고, 3등은 탈락이다. 그리고 2등은 각 조 2등과 패자부활전을 통해 절반은만본선 진출을 한다. 각 조 1등은 느긋한 마음으로 패자부활전을 지켜본다. 그리고 패자부활전을 통해 올라온 동료와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눈다. 그렇다면 각 조 1등'은 패자부활전을 통해 올라온 경쟁자와 기쁨을 나누었기에 타자의 행복 때문에 행복해진 것일까 ?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엔 반드시 다음과 같은 전제가 깔려야 한다. 자기가 먼저 행복한 조건을 갖추었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만약에 당신이 김연아 때문에 행복해졌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김연아 때문에 행복해진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이미 행복한 조건을 갖추었기에 타인의 행복에 함께 기뻐한 것일 뿐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박세리나 박찬호 혹은 김연아 때문에 용기를 얻었다는 말랑말랑한 스포츠 서사'는 모두 가짜다. 그들의 우승은 결코 당신 삶에 그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