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번 방의 선물 > 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동네 바보 용구'가 천만 관객을 울린 것이다. 흥행의 열쇠는 무엇이었을까 ? 중년의 남성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가 봇물을 이루었으니 " 부성애의 재발견 " 인 것은 확실하다. 이 영화를 본 그날의 가족 풍경이 눈에 선하다. 다 큰 자식들은 아빠'를 쇼파에 앉히고는 이런 율동을 선보였을 것이다. " 아빠, 힘 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 아빠, 힘 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 참새처럼 글썽거리면서, 물개처럼 콧물을 훌쩍거리면서 부르는, 다 큰 딸은 커다란 가슴을 출렁거리고, 군대를 막 제대한 아들은 곰 같은 몸으로 촐랑거리면서, 아.... 이런 슬픈 가족의 풍경 ! 그런데 < 가족의 재발견 > 은 용구 아빠'에 의해 촉발된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내내 우리는 " 엄마가 필요해 ! " 를 외쳤다. 그 촉매제'는 신경숙의 < 엄마를 부탁해 > 였다. 이 책의 서평 란에는 온통 눈물 바다'다. 종종 " 배송이 빨라서 좋아요 ! " 라는 이상한 감상평이 올라오기는 하나 주류는 엄마에게 잘하자, 이다. 그러니깐 이명박 정부는 엄마의 재발견으로 시작해서 아빠의 재발견'으로 끝나는, 매우 독특하며, 꽤나 신파적인, 일일 드라마 가족극에 충실한, 복고 취향의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다. 각하는 (기업)프렌들리'가 아니라 (가업)페밀리'적이다. 각하는 말한다.  " 이 아빠는 욕 먹어도 좋다. 너희들은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 " 눈물이, 아..... 앞을 가린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4910  7번 방의 비밀 中

 

 

 


 

 

 

 

 

포데기 신파극의 한계.

 

 

 

 

 

 

 

 

복작복작한 것은 딱 질색'이다. 명절에 가족과 친척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와서 머리를 식힐 겸 혼자 설 연휴에 극장을 찾았다. 설 대목 영화관 풍경이 대부분 그렇듯이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영화를 보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 취향 " 이 아닌 " 편의 " 를 고려해서 고른 영화가 < 수상한 그녀 > 였다. 스크린 5개를 보유한 동네 소극장'인데도 < 수상한 그녀 > 는 3개 관에서 상영되고 있었다. 스크린 수는 늘어났지만 다양한 영화를 접하기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 신나게 웃기다가 마지막에 가서 울리는, 그 독특한 한국 코미디 영화겠지 ? "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영화 < 빅 > 이 꼬마 사내아이가 어른이 되어서 겪는 성장통이라면 < 수상한 그녀 > 는 칠순 노모가 스무 살 꽃다운 처녀가 되어서 겪는 성장통을 다룬 영화였다.

 

몸이 바뀌었다는 측면에서 이 영화는 전형적인 " 두근두근 체인지-서사 " 를 답습하는데 한국 코미디 영화답게 시종일관 웃기고 울린다. 여기에는 심은경이란 당돌한 배우가 능글맞게 연기하는 몫이 컸다.  심은경은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예쁘게 보이려고 하는 달뜬 허세가 보이지 않아서 좋은 배우'였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미덕은 딱 여기까지'다. 성동일은 좋은 배우이지만 오말순의 금지옥엽 외아들을 연기하기에는 끼가 너무 많은 배우'다. 성동일은 충무로 영화판에서 내노라하는 걸출한 신 스틸러'인데 그가 연기한 외아들 반현철은 끼를 발산하기에는 너무 평범했다. 그리고 김슬기는 쓸데없이 진지했고, 반지하 역을 맡은 진영'은 지나치게 풋내기였다. 사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 헛점은 배우들이기보다는 시나리오 자체에 있다.

 

영화 시작부터 여성 나레이터는 남성 욕망에 충실한 조크만 쏟아낸다. 10대는 < 농구공 > 이란다. 탱탱하고 탄력있어서 허공에 뜬 공을 수컷들이 잡으려고 안달하는 시기라고 말하고, 20대는 < 럭비공 > 에 비유한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나이 가지고 까부는 수작으로 보면 이제 30대 이후부터는 안 좋은 소리가 쏟아질 거란 예상을 쉽게 하게 되는데 이 예상은 늘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서 씁쓸하다. 30대는 < 탁구공 > 이다. 대시하는 수컷들은 줄어들고 그나마 한 놈이 달라붙는다고 붙인 조크다.  40대는 < 골프공 > 이다. 일단 보면 멀리 걷어찬다. 그 이후는 안 봐도 뻔하다. 만약에 이 글을 50대 여성이 읽는다면 나는 영화 속 오두리의 입말을 빌려서 발설한 50대에 대한 정의를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 당신은 피구공이에요. 피해 다니고 싶거든요 ! "

 

만약에 50대인 당신이 이 소리를 듣고도 희희낙락한다면 당신은 참.... 줏대 없는 여자'다. 이 지점에서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성별이 궁금해진다. 나이 든 여성'에 대한 조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자세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하긴 젊은 여성을 " 영계 " 라고 비유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문화이다 보니 40대 여성이 " 40대 여성은 골프공 " 이라는 멘트에 빵 터져서 웃고 박수 치는 것을 보면 공포스럽다. 적어도 당신이 여성이라면 그 웃음에 대해서 거부해야 한다. " 그냥 웃기는 조크를 심각하게 받아치는 당신이 이상하다 ! " 글쎄다, 오히려 나이 든 여성에 대한 조롱거리'를 코미디'라는 이유로 여유 있게 받아넘기는 풍토가 더 이상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에 저 멘트를 정치인이 술자리에서 말했다면 다음날 조간 신문에 일파만파, 점입가경'이라는 자극적 제목을 달고 나왔을 것이다.  

 

나경원 씨가 모 강연에서 " 1등 신붓감은 예쁜 선생님, 2등 신붓감은 못생긴 여자 선생님, 3등 신붓감은 이혼한 여자 선생님, 4등 신붓감은 애 딸린 여자 선생님 " 이라고 말해서 불같이 화를 냈던 당신은 왜 영화 속 여성 비하 발언에는 화를 안 내는지 모르겠다. 나경원이 순위를 매긴 숫자에 0 를 더하면 고스란히 영화 속 농담이 된다. 10대 신붓감은 1등, 20대 신붓감은 2등,  30대 신붓감은 3등, 40대 신붓감은 4등 ! 만약에 이명박이 기자들과의 뒷풀이에서 저 말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말 했다면 어떻게 될까 ?  이 영화는 생각없이 웃기다가 어느 순간 느닷없이 " 어머니 " 라는 코드로 관객을 울린다. 자식을 위해서 별짓을 다하던 오말자/오두리'는 이제 손자를 위해서도 별짓을 한다. 엄마'라는 모성 신화는 여전히 희생을 전제로 하지만 여성 스스로도 이 자폐적 희생 제의'를 비판없이 수용한다는 측면에서 문제적이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염치'를 버려도 좋다는 억척 어멈 스토리'는 순혈주의가 낳은 기형적 신파'다. 이 가족 멜로 " 포데기 신파 " 는 조폭 멜로 " 번데기 신파 " 로 변해서 < 우리가 남이가 정신 > 으로 이어진다. < 남 > 인데도 불구하고 남이 아니라고 계속 우긴다면 그것은 심각한 관계망상'이다. 가족주의 중심 사회가 개인주의 중심 사회보다 부정부패가 심하다는 통계는 가족주의가 가족 내 혈연에만 집착한 나머지 타자성을 부정하는 배타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 억척 > 은 극성스럽고 악착스럽다는 뜻인데 포데기 신파극'은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악착'을 정당화한다. 내 새끼를 위해 한 짓은 용서가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내 새끼에게는 관대하면서 타자에게는 송곳처럼 까다로운 비뚤어진 모성을 만든다. < 수상한 그녀 > 는 바로 이러한 포데기 신파에 뿌리를 둔다. 

 

영화 속 오말자는 자식을 위해서 우아하게 사는 방식을 포기하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존재'다. 그렇다면 억척스럽게 살지 않기 위해 자식에게 쏟는 희생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나쁜 모성이 될까 ? 영화는 그렇다고 말한다. 오두리가 오두리의 삶을 포기하고 오말자로 돌아가는 설정은 엄마는 당연히 자식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존재라는 전제가 깔린 장치'이다. 이 영화에서 오두리가 떠난 자리를 손녀인 반하나(김슬기)가 차지한다는 설정은 배타주의에서 비롯된 달콤한 봉합'이다. 해피엔딩'이 코미디라는 장르가 갖추어야 할 장치이기는 하지만 끼리끼리 해먹는 욕망'은 배타주의가 깔린 순혈주의처럼 읽혀서 유쾌하지가 않다. 좋은 엄마'를 만들기 위해서 희생을 강요하는 서사는 궁상맞다. 오두리는 수혈을 거부하고 당당하게 오두리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

 

먹고 살기 위한 억척과 궁상'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모성을 위해서 억척과 궁상이 미화되는 것은 꼴불견이다. < 수상한 그녀 > 는 포데기 신파극의 한계를 그대로 답습했다는 측면에서 하품이 나오는 영화다. 눈물이, 아.... 앞을 가린다. 하품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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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손 2014-02-09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맙소사.. 흥행 중이라길래 어떤 영화인가 했더니 정말 끔찍한 내용이네.
한국에서 여느 여자가 '어머니' 되려면
이건머~ 예수나 성모 마리아 정도 정신 레벨은 되야할듯.ㅎㅎ
"어머니 신화" - 그지발싸개같은 판타지란 생각.
여자도 남자들과 다를바 없는 한낱 인간일 뿐인데
애낳았다고 인간이 돌연 대단한 초인,으로라도 다시 태어나는줄 아나..

사회적으로 봤을 때 이거 다 동의어 아닌가 싶어.
<위대한 모성애> = <어머니의 아름다운 희생> = <머더 퍽커> = <니에미창년>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9 03:44   좋아요 0 | URL
음... 너무 확대한 거 아니냐 ? ㅎㅎㅎㅎ.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재미가 없었고, 유치했다.
여성을 나이에 따라 농구공, 럭비공, 탁구공, 피구공으로 나누는 농담을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정치인이 여성 기자들과의 뒷풀이에서
똑같은 농담을 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

아마 사퇴 소동이 벌어졌을 거다.

곰곰손 2014-02-09 08:1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글쎄, 조금도 확대가 아니지ㅡ저 영화를 본 건 아니지만,
결국엔 또 엄마가 자기 삶 포기하고 (자식의)자식을 위해 수혈을 한다,라..
"좋은 엄마'를 만들기 위해서 희생을 강요하는 서사"가 남자들 보기엔
그저 궁상맞아보이는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여자들 쪽에서는 사람 잡는 소리로 들림.
나는 한국이 여전히 입양수출?국 1위인 것도 학습능력 떨어지는 무식한 성의식이나 복지문제에도 있지만..
사회가 제멋대로 만들어내는 모성신화/전설땜에 애시당초 여성들이 자신없으니 시작도 해보기 전에
아예 육아를 포기하는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고는 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9 14:57   좋아요 0 | URL
핏줄 서사는 이미 드라마의 핵심이잖아.
내가 드라마를 안 보는 이유 중 하나가 그 핏줄 타령에 아주 질려버렸기 때문.
하여튼 궁상이 모성과 관련이 되면 숭고가 되는
이 싸구려 포데기 신파는 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됨...

유다 2014-02-09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근데 미국도 젊은 여자보고 영계(chick)라고 하는데. 왜 다들 닭인지 궁금...;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9 14:56   좋아요 0 | URL
병아리 귀엽잖습니까 ! 미국이 말하는 새 새끼'는 여성을 지칭한다기보다는 대체로 어린 애송이를 전체적으로 아우르잖습니까. 하지만 한국에서 쓰이는 영계'라는 말은 성적 비하'가 좀 강하죠. 영계'라는 말에는 성욕을 식욕으로 상상하는 음란함이 있습니다.

꼴찌를 위해 2014-02-09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좀 뜬금없지만 일본인 작곡가 사무라고치 사건에 대해서 곰곰발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0 02:31   좋아요 0 | URL
사무라 고치 사건, 그 일본베토벤 사건 말씀하시는군요.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니, 제가 무슨 만물박사도 아니고 ㅎㅎㅎㅎㅎ. 하지만 이 사건 아주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전 이 사건이 코난 도일과 홈즈 사건처럼 느껴지네요... 오홋, 재미있겠군요. 요 생각을 좀 확장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엄동 2014-02-1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네이버영화평은 좋던데.
명절연휴때 가족끼리 보기 더없이 좋다면서.

뭐 눈물과 웃음코드의 맥만 잘 짚어내면
허술하고 조악한 스토리여도 찬사받으니.

이런 영화에 염증이 나네요

나이들수록 얌치"가 없어지는데
그럼 난 얌체공잉가 욱함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0 14:55   좋아요 0 | URL
그냥 명절 코미디 영화'죠.
분위기 보니 1000만 찍을 거 같습니다만
코미디가 여전히 잘 먹히는 걸 보면
좀 진지하게 반성하고 비판하는, 그런 작품들은 보기가
싫은 모양이에요.

뭐 취향의 문제이니 간섭할 일은 아니지만
그냥 제 개인적 취향에는 한심한 영화였습니다.

지긋지긋한 포데기 신파라니..
그뿐 아니라 영화적 완성도도 한참 떨어지죠.
소울 깊게 베인 노래에 감동한다는 것인데 심은경이 부르는 노래 솜씨는
노래방 가서 부르면 80점 정도 나올 솜씨죠.

< 조지아 > 라는 영화 추천합니다. 이 영환 정말 끝내주는 영화죠.

수다맨 2014-02-1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를 부탁해"의 변주된 서사에 불과한 것들이 아직도 성황리에 유통되는 모습을 보면, 한국에는 아직 제대로 된 개인주의 문화도 뿌리 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우리는 엄마가 필요해', '엄마의 궁상과 억척을 보면서 불효자는 웁니다' 정서가 여전히 강하게 잔존하고 있네요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2 02:54   좋아요 0 | URL
흔히 집 나간 아들 찾는 광고에 이런 문구 자주 쓰이죠 ?
잘못을 묻지 않으마, 돌아와라 !

뭐 가정 불화는 집 나간 아들만 돌아오면 다 해결될 것 같은데
사실 돌아와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죠. 본질적인 것을 안 건드리니깐...
하여튼 대한민국은 엄마가 만병통치약인 줄 알아요. 사실 그것은 사회적 케어가 부실해서 생기는 사회적 문제인 경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2014-02-12 0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2 0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