舌,
똥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
< 똥 > 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짐승'은 인간이 유일하다. 이 말을 다른 식으로 해석하자면 인간만이 다른 쪽'으로 진화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 진화 > 라기보다는 < 꼴값 > 에 가까운 방식이다. 다들 아는 내용이지만 똥은 식물의 영양소일 뿐만 아니라 똥을 식량으로 먹고 사는 개체 수'도 상당히 많다. 인간은 똥 냄새'가 난다며 코를 잡으며 이마에 川 자를 새기지만, 인간보다 후각 기능에 십만 배'나 높은 짐승들은 자신이 싼 똥을 냄새 맡으면서 인상을 찡그리지 않는다.
왜 사람들은 똥'이라는 단어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일까 ? 맞선 자리에서 대화 도중 잠시 화장실을 갈 때 " 저, 똥 좀 누고 올께요 ! " 라고 했다가는 그 미모가 김태희'라고 해도 퇴짜 맞기 일쑤다. 그나마 < 똥 누다 > 라는 순화어'를 사용해서 그렇지, < 똥 싸다 > 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썼다면 백 퍼센트 퇴짜다. 한 마디로 < 똥 싸고 자빠진 꼴 > 이다. < 똥 > 이라는 단어 자체를 누설하는 것은 문화인의 수치'이다. 똥은 환상을 갉아먹는 좀'과 같다. " 오, 줄리엣 ! 당신의 고운 입술에 입맞추고 싶소. " " 오, 로미오 ! 잠시만요. 똥 싸고 나서... "
당신은 분명 위의 글'을 읽고 까르르르르 웃었을 것'이다. 왜 ? 그거야 당연히 < 똥 > 이라는 단어가 우습기 때문이다. 똥이라는 단어가 거론되는 순간 아름답던 로미오와 줄리엣'은 한순간에 코미디의 주인공이 된다. 똥이, 얼마나 강력한 아우라'를 가진 단어인가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더럽고 혐오스러운 똥'은 공교롭게도 매우 친근한 친구와 같다. 더럽다, 더럽다 하면서도 우리는 꼭 자신이 싼 똥을 살핀 후 물을 내린다. 자기애'다. 자신이 싼 똥을 본 후 물을 내리는 행위는 나르시즘'이다. 인간은 자신이 싼 똥' 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음...... 사랑'하는 것이다.
푸코' 에 의하면 현대 사회'는 상위 권력자가 대중의 신체'를 지배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한다. 가장 대표적인 기관이 학교와 병원 그리고 감옥이다. 이들 기관들에 의하여 신체'는 청결해야 되는 장소'라고 가르친다. 바로 위생학 검열이다. 즉, 피라미드 하부 영역 속 사람들은 남들이 자신의 신체를 감시하고 처벌하는 시스템에 익숙해진다. 아무런 저항 없이 말이다.똥'은 바로 이 기관들에 의해서 나쁜 것'이라고 주입된다. 이때부터 친구였던 똥은 적'이 된다. 주입시켰으므로 세뇌당한다. 똥은, 나쁘다 ! 그렇다면 왜 자본주의'는 똥은 나쁘다고 할까 ? 왜 자꾸 < 거시기 > 하냔 말이다. 잠시 후에 밝혀진 진실'은 당신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
자본가'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은 거의 다 < 위생 청결 상품 > 이다. 위생 상품은 < 똥 > 처럼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한 상품이다. 비누, 세제, 치약 상품'만이 아니다. 좋은 향이 나도록 유도하는 화장품도 전형적인 위생 청결 상품이다. 여기에 낡은 것'은 깨끗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된다. 패션과 유행 또한 전형적인 위생 청결 상품이다. 현대인들은 언제나 깨끗한 새옷만 입는다. 낡은 것은 버리고 새것을 사야 한다. 이 소비 패턴은 깨끗함에 대한 강박'이다. 자본가는 바로 이 점'을 노린다. 낡은 것을 부끄럽게 만들어야지 자신이 만든 상품이 잘 팔릴 것이 아닌가 !
흔히 위생 청결 상품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가구, 차, 주택 등도 따지고 보면 위생 청결 상품과 관계'가 깊다. 상품을 팔아야 하는 자본가 입장에서 보면 사람들이 깨끗한 척을 하면 할수록 좋다. 그들은 경기도 이천 햅쌀'처럼 싱싱하고 새하얀 모델'을 사용해서 청결'을 강요한다. 그들이 김치, 하면서 미소를 지으면 우리는 그 눈부신 이빨 때문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미백 시술과 꾸준한 관리 그리고 스케일링'을 통해서만 이룩할 수 있는 화이트'는 보통 사람이 가지고 있는 누런 치아'를 부끄럽게 만든다. 강남 사는 놈은 이빨이 하얗고 강북 사는 놈은 이빨이 누렇다. 우리는 아무 죄 없는 건강한 누런 이빨을 부끄러워한다. 아, 돈 벌면 깨끗한 이빨'을 가지고 싶어 !
깨끗한 것'은 곧 그 사람의 계급'이며 교양이다. 왜냐하면 청결'은 문화 시민의 제 1 덕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본가들은 더러운 것'을 혐오하도록 만들었다. < 청결 > 은 지배 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 인간의 본성'이 아니다. 그 사실은 < 문명화 과정 /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 에서 자세하게 다룬다. 포크가 유럽 사회에 퍼지기 전까지 소요된 시간은 500년이었다. 중세에만 해도 사람들은 손으로 고기를 뜯어먹었다. 교양머리 없는 평민의 습속이 아니다. 중세 상류층 또한 양손으로 뜯어먹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인간은 위생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 청결 > 은 중요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사회는 < 청결 > 이 곧 장사꾼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그들은 똥을 친구'에서 적'으로 교육시킨다. 똥, 이 녀석 ! 자본가들에게 제대로 찍힌 것이다. 결국 똥이란 자본가가 꾸민 음모에 희생된 친구이다. 자본주의의 폭압에서 벗어나려면 똥의 가치'를 뒤집어야 한다. 똥은 적이 아니라고, 똥은 한때 우리의 친구였다고, 외로울 때 내 옆엔 똥이 있으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해야 한다. 나는 똥과 친해질 용의가 있다. 키스할 때 쭉 내민 당신의 입술. < 오 ! > 라고 말할 때의 그 당신 입술, 똥구멍 같아. 오므린, 잘생긴 괄약근 같아. 오므라이스를 먹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하리라. 기꺼이 입맞추리라. 당신의 아름답고, 황홀한 똥구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