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여행 전문가로 만들어 주겠다.  

 

 

당신은 해외 여행을 간 적이 없습니다. 해외 여행은커녕 비행기 한 번 타 본 적 없으며 그 흔한 제주도조차 간 적이 없습니다. 남들이 배낭을 메고 안나 푸르나를 오를 때, 당신은 짐통을 지고 공사판 계단을 오릅니다. 하지만 슬퍼하지 마십시요. 무거운 벽돌을 지고 계단을 오르는 행위와 안나푸르나를 오르는 행위에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 첫째, 다리가 천근만근입니다.  둘째, 어깨가 무겁습니다. 셋째, 거칠게 숨을 쉽니다. 넷째, 정상에 다다를수록 한 길 높이가 천 리 같듯이, 벽돌을 지고 내려야 할 5층 계단에 다다를수록 한 계단이 천 개의 계단 같습니다. 당신은 지금 계단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오르고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배낭을 메고 유럽 자유 여행을 떠났다며 자랑을 하거든 기 죽지 마세요. 당당하게 말하십시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정상'에 오른 적 있다고 말입니다. 이 거짓말을 부끄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디테일하게 말씀하십시요. 정상에 오를수록 다리가 후들거리고, 무거운 짐은 땀에 젖어 더욱 무겁고, 들숨과 날숨에서 고통이 느껴졌으며, 한 길은 천 길처럼 멀더라, 라고 말하세요. 고통을 이야기할 때는 이마에 있는 三자 주름에 힘을 주어서 미간 사이에 川으로 만들어 주십시요. 효과 좋습니다. 얼굴에 새겨진 三과 川 은 당신이 내뱉는 말에 신뢰를 줍니다. 물론 조심해야 될 부분도 있습니다. 三과 川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얼굴 표정이 풍부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얼굴 표정이 풍부한 사람은 대부분 사기꾼'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사기꾼 > 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 사기꾼은 타인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 남들보다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꽤나 노력하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사기꾼이 < 말' > 로 사람을 홀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기꾼은 < 신뢰 > 를 가지고 사람을 홀린다. 말로 사기 치는 놈은 하수인 반면, 고수는 말보다 신뢰를 주는 표정으로 사기를 친다. 고수는 三과 川'를 자주 사용한다. 정직한 사람은 타인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三과 川'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니깐, 무슨 말인가 하면 정직한 사람은 뜨거운 심장으로 말하고, 사기꾼은 화려한 얼굴 표정으로 말한다는 것이다. 표정이 자유롭다는 것은 개새끼들이 즐겨 사용하는 수작이다. 화려한 얼굴을 믿지 마라. 초라한 얼굴을 믿어라. 구멍은 치명적이지 않던가 ? 어깨에는 구멍이 없으나 얼굴에는 수많은 구멍이 있다. 눈 구멍, 콧구멍, 입 구멍, 입 구멍. 구멍은 모두 유혹이며 동시에 성감대이다. 뒤에 있는 유일한 구멍은 똥구멍이 유일하다. " 

 

여러분은 거짓말이 나쁘다고 생각하시나요 ? 그렇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거짓말'은 꼭 필요한 원기옥이요, 박카스이며, 레드불'입니다. 낚시와 연애'의 공통점은  거짓말을 잘할수록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점입니다. 거짓말을 잘하는 낚시꾼은 정직한 낚시꾼'보다 더 큰 물고기'를 잡을 확률이 팔 할입니다. 송사리 잡고는 고래 잡았다고 하니 이길 방법이 없습니다. 연애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짓말을 잘하는 남자가 정직한 남자보다 미인을 얻을 확률이 더 높고, 여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거짓말은 달콤하고 진실은 언제나 외면하고 싶죠. 인간의 본성입니다. 거짓말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진 맙시다. 허허.  

 

이 글은 여행을 즐기는 사람을 향한 조롱'이 아닙니다. 여행은 우물 안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습니다. 그렇다고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지는 마십시요. 안나푸르나에 오르고 싶은 사람은 벽돌을 지고 공사 현장 계단을 오르면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인도 여행을 하고 싶으나 경비와 시간'이 없다면 후암동이나 양동을 추천합니다. ( 지금도 이곳에 할렘이 조성되어 있나 모르겠군요. 90년대까지는 가능했습니다. )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 백두산이라면 가장 낮은 곳은 양동이었습니다. 낮은 사람이 모여서 만든 습지'였습니다. 이곳에 어린 앵벌이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산악인'이 되었습니다. 중고등학생은 기능성 섬유인 고어텍스로 만든 노스페이스'를 입고 도시'에서 살아갑니다. 노스페이스는 노스페이스'로 뭉칩니다. 꽤 고급스러운 취향의 공유입니다. 그들은 안나푸르나를 오르듯 치열하게 1등이라는 고지'를 향해 행진 합니다. 학창시절은 이제 살얼음판이 되었습니다. 어디 어린 놈뿐이겠습니까 ? 아이들이 노스페이스로 뭉친다면, 성인'은 블랙야크'로 모입니다. 그들은 머리어깨무릎발무릎발, 머리어깨무릎발무릎발, 머리 ! 어깨 ! 발 ! 무릎 ! 발에 모두 등산 장비'를 갖추고 주말마다 떼거지로 모여서 도봉산에 오릅니다. 철저한 중무장은 마치 히말라야 악마의 3봉우리'를 오를 기세이지요. 그들은 도봉산에 올라 불륜을 저지릅니다.  남자는 씩씩한 척하고, 여자도 씩씩(sick sick)한 척 합니다. 

 

미끄럼 방지를 위한 아이젠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얕은 둔덕을 오르지 못하고, 남자는 손을 뻗어 여자를 끌어올립니다. 전기가 찌릿한가요 ? 손만 잡고 가만히 있는 사이가 순정이라면 손만 잡았다는 이유로 하는 사이는 통정이 되겠군요. 그들은 손을 잡는 행위를 허락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디다. 허허허허허.  서울 올림픽 때 급조된,  이태원 성인 나이트 클럽에서 놀 것 같은 간지'를 선보였던 코리아나는 손에 손 잡고 벽을 넘었지만, 산악 동호회 남녀 회원들은 손에 손 잡고 선을 넘어서 우리 모두 하나되는 모텔에 갑니다. 대부분 산 아래 있는 모텔 이름은 알프스'이거나 아마존 호텔 혹은 하와이죠. 아마존에 간 적 없다면 아마존 모텔에서 땀 뻘뻘 흘리며 섹스를 했던 경험을 살려서 거짓말을 해 보십시요. 뒹굴었다고, 검은 동굴을 경험했으며, 숲은 울창했다고, 동굴에서 < 아 ! > 소리를 지르면 저 멀리서 < 아 ! > 소리가 되돌아온다고, 축축하며 촉촉하다고, 계곡을 지나 오르니 두 개의 봉우리'를 만났다고, 아, 아아아 아름다웠다고, 그 두 봉우리 모두 정상에 올라 깃발을 꽂았노라 ! 라고 말하면 됩니다. 당신의 경험담에 모두 속을 겁니다.  

 

자, 이제 마무리합니다. 인도에 간 적 없다면 양동을 떠올리고, 아마존과 같은 오지'를 간 적 없다면 아마존 모텔을 생각하십시요. 스위스 모텔을 생각하십시요. 안나푸르나는 공사판 높고 높은 계단을 생각하세요. 이러한 메뉴얼을 습득하시면 당신은 훌륭한 여행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기 죽지 마십시요. 내 말 명심하세요. 노스페이스와 블랙야크가 지배한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위대한 산악인'이며 영혼이 자유로운 여행자'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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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orte 2013-08-04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예전에 한 프랑스 자전거 투어프로그램 소개글을 읽다가 한국사람들, 제발 한국서 입듯이 선수옹 복장 쫙 빼입고 오지 말아달라는 경고를 보고 푸악 터진적이 있었는데.. 그때만큼 터져주네요.
그나저나, 여행하지 않은곳에 대해 말하는법인가, 뭐 그런 책을 사놓고는 같은 저자가 쓴 읽지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법을 먼저 읽고서 망연자실, 새 책을 펴보지도 않고 구석에 쳐박아 두었는데... 언제 정말 심심해서 실신할때쯤 한번 꺼내봐야 겠네요. 물론, 곰발님글보다 재미가 확 떨어지겠지만서두...ㅎㅎ

iforte 2013-08-04 21:48   좋아요 0 | URL
아... 새로 대문사진 바뀌었네요. 마치 인도의 한 내공깊은 수행자 같다는..... 따로 인도 갈것없이 곰발님네 놀러와 사진 구경하고 '나 인도가서 고행승 만나뵙고 큰 깨달음 얻고 왔어'라고 해도 무방할듯요.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8-04 22:29   좋아요 0 | URL
ㄱㄱㄱㄱㄱ 그렇지 않아도 오늘 국도 타고 왔는데 한 무리의 사이클 동호회 무리가 쫘악 등장했는데
힘이 든지 엉덩이를 들고 가더라고요.
근데 이거 제가 착각한 건지 잘 몰라도
팬티를 안 입었더라고요. 땀에 젖었는데 적나라하게 복숭아가 보여서 쪽팔려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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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책.... 고거 보다 홈즈가 틀렸다, 가 좋습니다. 햄릿을 수사한다도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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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수건 좀 두르면... 누구는 예수라 하고 누구는 사다코( 링 귀신 ) 라고 하고,ㅎㅎㅎㅎ

iforte 2013-08-04 22:58   좋아요 0 | URL
ㅍㅎㅎㅎㅎㅎㅎㅎ 아이고.... 주말에 못볼껄 보셨네요. 상상하기도 뻘쭘하니.... ㅋ
예수님이나 사다코나, 다 '령'이네요. 한밤중에 쏘다니지 마세요. 여럿 멀쩡한 사람 천국구경 시키지 마시고. ㅎㅎㅎㅎㅎ

언급하신 책들도 같이 구매해놨죠. 운동할때 트레드밀위에서 읽으려고.... 영 운동할 시간이 안난다는.... ㅠㅡㅠ

곰곰생각하는발 2013-08-04 23:42   좋아요 0 | URL
오, 이 비야르 책 다 가지고 계시군요. 저도 대부분 다 가지고 있어요. 읽지 않은 책,... 고게 재일 재미없고 나머지는 흥미진진해요..... ㅎㅎㅎㅎㅎ. 제일 재미없는 책부터 보신 것 같습니다.

박에 나갈 때는 항상 머리를 묶죠. 그게 사람들에 예의이니 말이죠..ㅎㅎㅎ
저런 머리하고 나가면 돌팔매 당할 것같습니다....ㅎㅎ

히히 2013-08-05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남들은 자신을 넓히는 것을 여행의 처음으로 두고 있지만
타자와의 그물에 이기적이고 싶을 때 미치도록 숨박꼭질하고 싶습니다요.
오직 자신을 향해 좁히는 것이 여행이지요. 제가 그렇다구요.

지나온 발자국 위에 수북히 쌓인 눈이 겁나 앞만 보고 올랐던 어머니의 산
장터목에서 겨우 눈을 부치고
새벽밥 지어 새끼입을 채우는 어미처럼
나의 안구을 촉촉하게 채워주던 안개여 내 영혼의 배설물이여!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하는 것은
우듬지 그늘막없이 한여름을 견디고
차라리 찬 서리을 반기며 한 여름의 고통을 가려주는 새하얀 雪을 품은 백의고사목!
눈의 찬란함에 눈물흘렸으나 고사목의 인내를 아로새기며 하산하는 자는 슬프다.
다행히도 땅거미가 나의 참담함을 부드럽게 흐려놓는다.

모든 행복 뒤에는 동등한 양의 고통이 숨어 있나니
그것을 받아들이자, 고사목인생이여!

그 옛날 장터목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
아직도 눈 아래 깔려있던 구름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감성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외수와 중첩됩니다. 제가 좋하하는 작가는 아닙니다.
남자라면 파르라니 깍은 머리 꼭 하고 싶습니다.
곰...발님도 어울리지 싶은데...결국 가위가 문제군요.
사진에서는 코 끝이 매력적인 분이십니다.
말이 느리다하시니 그것 또한 능력이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8-05 14:0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이외수 작가는 제 취향이 아닙니다.
머리는 집에서만 풀고, 구멍가게를 갈 때에는 항상 묶고 다니죠.
머리는 묶어서 상투를 틀어요. 머리를 몇 번 접고 묶으면 상투 비슷하게 되더군요.
이번 달 안으로 머리를 자를 생각입니다. 가윗소리가 무서워서 못 깎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너무 길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