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프로이트의 < 도라 케이스 > 로 돌아오자. 소녀 도라는 중년 남자 k에게 집착한다. 이 집착은 신경증을 야기시켜 프로이트에게 상담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이 상담은 실패로 끝난다. 그가 치료 중단을 선언한 것이 아니라 환자인 도라가 일방적으로 치료 중단을 선언했다. 명망 높았던 프로이트에게는 당혹스러운 결과였다. 프로이트는 이 분석 상담의 실패‘가 도라가 의사인 자신을 중년 남자 k로 동일시 한 결과 ( 도라의 전이 )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즉, 도라에게는 < 프로이트 = 중년 남자 k > 다.

 

하지만 후기 프로이트 주의자’는 반론을 제기한다. 가장 대표적인 분석학자‘가 바로 라캉이다. 그는 이 상담이 실패한 배후’로 도라‘의 전이가 아니라 프로이트‘의 역전이’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프로이트‘는 의사로서 환자인 도라’를 지켜본 것이 아니라 k씨의 성적 판타지‘로 도라’를 지켜본 것이라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K 씨의 입장에서 도라를 훔쳐본 것이다. 그리고는 프로이트는 소녀가 자신의 페니스를 구강성교하는 판타지에 젖는다. 즉, 프로이트는 < 의사 ≠ 프로이트 > 이다. 그러니 결과는 실패할 에 없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자신이 역전이’되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 상담 분석이 실패한 이유는 프로이트‘ 때문이었던 것이다. 라캉은 바로 그 점을 지적한다.

 

 

-  프로이트 vs 식스센스 : 그 어디에도 없는 남자 中에서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80102

 

 


 

 

 

 

 

 

 

 

 

 

완전'하지 않은 존재는 안전'하지 않은 존재다.

 

< 마스터 / 폴 토마스 앤더스 감독 작품 > 는 압도적'이다. 불친절한 서사'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은 호아킨 피닉스와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연기가 큰 몫을 했다. 특히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프레디 퀼'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마른 장작에 불을 지피울 때 타오르는 화려한 불꽃 같은 연기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젖은 장작을 태울 때 스멀스멀 쏟아지는 매케한 연기 같은 연기'를 하는 배우가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로버트 드니로가 선보이는 광기 어린 연기'보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조용히 읊조리는 조용한 연기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600와트 출력인 스피커 앞에서 록큰롤'을 듣다가,  나이가 들면 싸구려 6와트짜리 트렌지스터 라디오 모노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를 듣는 것과 비슷한다.  호아킨 피닉스는 광기 어린 연기와 조용한 연기 사이를 오간다. 축 내린 어깨, 불편한 걸음, 비뚤어진 입'은  흑백 고전 영화 < 노스페라투 ( 1922 年 ) / 무르나우 > 에 나오는 흡혈귀'를 연상시킨다. 그는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퇴역 군인이며 흡혈귀'가 된 히스 레저(조커)다. 

 

알콜중독자인 프레디 퀼'이 직접 제조한 마법의 술'은 사실 알코올이 아니라 피'다. 그는 피 같은 술로 허기'를 채우는 뱀파이어'다. 마스터인 랭케스터'가  떠돌이인 프레디 퀼이 주조'한 술(피)를 함께 나눠 마시는 순간 그들은 혈맹으로 맺어진 유사 부자 (父子)이거나 피로 맺은 굳은 맹세를 한 형제가 된다. 가족애와 형제애는 이 영화 전체를 사로잡는 아우라'다. 하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서 서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된다. 이 영화에서 가족애는 신과 인간으로 확장이 될 수도 있으며 형제애는 동성애적 코드로도 읽을 수 있다. 이 영화의 서사가 불친절한 이유이다. 너무 딱 부러지는 줄거리'는 < 촌 > 스럽지 않은가 ?

 

내 개인적 취향을 고려한다면  : 이 영화를 동성애적 코드로 읽으면 랭카스터와 프레디의 관계는 < 도라와 프로이트 >의 관계와 유사하다. 마스터인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은 프로이트'이고, 환자인 호아킨 피닉스'는 신경쇠약 직전인 도라'를 연기한다. 프레디는 완전하지 않은 존재이기에 안전하지 않은 존재이다. 마스터는 신앙이라는 힘으로 이 불안정한 존재'를 치유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 상담 치료는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환자인 프레디'는 치료 과정에서 마스터인 랭카스터'를 사랑하게 된다. 환자가 품은 대상이 상담자인 랭카스터'에게 전이된 경우이다. 이 상담치료는 중단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전이 도사린다. 이 상담 심리 치료는 환자의 전이와 함께 마스터의 역전이'가 함께 작용했기에 실패한 치료가 된 것이다. 프로이트가 환자(도라)의 전이 때문에 실패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의사인 프로이트의 역전이 때문에 실패했듯이 말이다. 마스터'라는 이름이 말해주듯이 랭카스터'는 완전한 인간이다. 그는 창조주이다. 신이며 동시에 작가'이다. 하지만 완벽한 존재인 그는 결국 실패하게 된다. 바위처럼 변하지 않는, 불안정한 존재 앞에서 그는 울먹인다. 그리고는 스스로 깨닫는다.  우리는 둘 다 실패한 존재'다. 이 담담한 실패'를 다룬 마지막 장면을 감독은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 세상 모든 존재'는 < 변하지 않는다. > 실패를 경험한 者가 나중에 성공했다고 해서 그것을 화려한 변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  성공은 변화'가 아니다. < 의지 > 와 < 존재 > 는 일란성 쌍둥이가 아니다. 의지가 강한 사람이 있고, 의지가 약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성공에 대한 의지의 세기'일 뿐이지 존재 자체가 변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조폭 두목이 신을 영접하고 나서 독실한 신앙인으로 변신했다는 서사'를 1%도 믿지 않는다. 본성은 바뀌는 것이 아니다. 영화 < 마스터 > 는 " 인간이라는 매우 쓸쓸한 불변성 " 에 대해 말한다. 모든 인간은 가변이 아니라 불변'이다.

 

실패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낙천적인 사람이다. 인간이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라고 말한 " 측은지심 " 은 타자의 실패에 대해 관대한 마음을 가질 때 발생한다. 반면 " 피도 눈물도 없는 " 태도는  실패에 대해 무자비한 마음이다. 영화 마스터'는 < 불변과 실패 > 에 대해서 말한다. 실패한 자가 실패한 자를 위로한다. 문태준 시인의 아름다운 문장을 훔치면 "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내는 " 것이다. 그것은 같은 존재에 대한 지지'이며, 동시에 낙담이다. 그리고 계급에 대한 인식이기도 하다. 프레디 퀼은 변하지 않았기에 실패한 피조물이고, 마스터 랭카스터'는 피조물을 변화시키지 못했기에 그 또한 실패한 창조주'다. 인간은 실패한 존재다. 그렇기에 신도 실패한 주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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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13-07-22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즘 인터넷 접속하면 마스터'란 영화 제목을 여기저기서 보게 되는데..
폴 토마스 앤더슨 연출작이었군요.
이 글을 읽으니까 영화를 보지 않아도 작품을 관통하는 큰 맥이 짚히는 듯합니다.
데어 윌 비 블러드'도 놓쳤는데 이번에 마스터'랑 두 작품 다 보고 싶어지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22 23:39   좋아요 0 | URL
저도 데어 윌 비 블러드 놓쳤습니다. 영화는 다시는 안 봐야지 하며
지내던 시절이었는데 그때 나온 영화더군요. 이제는 모니터로는 안 보는 습관이 들어서
천상 영화관에서나 봐야 하는데 언제 할 지는 모르겠네요. 엔디슨 최고걸작이라고 하는데 말입니다.

iforte 2013-07-22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링크타고 들어가 읽은 식스센스도 그렇고, 이 글도 그렇고... 완전 신들린듯 글을 쓰시네요, 곰발님. 영화를 보는 '탁월한 시선' (흠, 어디서 많이 듣던 문구..). 정여울이 영화감상에 대한 책을 써낸것을 읽고 '뭐 이렇게 흥미롭게 글을 쓰는 인간이 다 있어' 했는데, 곰발님 내공도 만만치 않아요. 충분히 지명도 있는 작가가 될 가능성이 있어요. 어떻게 아냐고요? 제가 작품보는 눈은 좀 떨어져도 (그래서 어떤것이 좋은작품인지 나쁜작품인지 잘 몰라도) 대중성 있는 걸 기가 막히게 잘 찍거든요. 말하자면 칸 영화제 심사위원은 못되도 MTV 영화제 심사위원 정도는 충분히....ㅎㅎㅎ

p.s. 무슨 말을 해도 기. 승. 전. Me, Me, Me로 끝맺음을 하는 이 증상에대해 프로이트씨나, 라캉씨는 뭐라 적어놓은게 없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22 23:41   좋아요 0 | URL
신들린 듯한 글이라... 후훗....감사합니다.
대중적 감각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뛰어난 안테나 입니다.
대중 감각만 잘 터득해서 먹고 사는 데 지장 없잖아요.
아주 훌륭한 감각 아니겠습니까 ?

기승전미미미미'는 음...자기애'에 의한 항문기 고착 장애'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포르테 님 이제 항문기 고착'입니다. 놀려야징..

히히 2013-07-23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내 안에 악마있다'
30년 가까이 싸워도 이길 수 없는 전쟁입니다.

모든 인간은 불변한다.
나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나도 불변한다.

다행인것은 내 안에 천사도 있답니다. ㅎㅎㅎ
언제나 그네타기 인생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23 15:35   좋아요 0 | URL
다중이'이군요. 전, 오늘 아침을 너무 맵게 먹어서 그런가 하루 종일 배가 아파요.

히히 2013-07-23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해가 가면 똥구가 발광을 할 것입니다.
아름다운 밤이예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