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선을 버리고 곡선을 선택한 좌표 > 는 그만큼 속도의 유실'을 감내해야 한다.  영화 < 디워 > 를 통해 내가 내린 결론은 < 곡선은 직선보다 느리다 > 라는 점이다. 현대 도시는 직선 본능에 충실하다. 빌딩은 직선들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이무기는 곡선 주행을 하는 짐승이다. 발이 없는 이무기는 지그재그 곡선으로만 주행을 할 수 있다. 논리적 비약을 허용한다면 영화 < 디워 > 는 곡선이 직선을 파괴하는 영화'다. 생각해 보면, 현대 도시 문명은 곡선을 파괴한 직선의 군림이었다. 도시생태학적 관점으로 보자면 서울은 직선으로 만들어진 볼품없는 도시'다. 오세훈은 디자인 서울'이라며 혼자 열광했지만 생태학과 미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빵점에 가깝다. 오세훈이 한 것'이라고는 오리배도 아니면서 한강에 둥둥 떠다니는 가짜 섬을 만들거나 구불구불하던 종로 피맛골 골목'을 직선으로 펴는 것이 전부였다. 직선은 스피드'다. 대한민국은 속도에 목숨을 건다. 이처럼 대한민국 도시 미학은 직선 미학'이다. 직선이 아닌 것은 가차없이 제거된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이제 곡선이 주는 느림의 미학'을 볼 수가 없다. 뱀의 주행 방향 같은 골목은 사라졌다. 사라진 곳에 우뚝 솟은 것은 아파트'다.   아파트란 본질적으로 가로 직선과 세로 직선이 만나서 공간을 만들고 동선을 만든다.  대한민국이 아파트 공화국이 된 이유이다. 점 A'에서 점 B'로 그어진 직선은 곡선, 탈선, 샛길이 배제된 최단거리'이므로 군더더기'가 없다. 빠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치명적인 것은 모두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형도의 시어를 빌리자면 날렵한 것은 혐오스럽다. 자연계에서 곡선은 직선이 가지는 날뛰는 속도'를 지연시키는 브레이크 역할을 담당한다. 산길이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이루어진 까닭은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속도를 버리는 대신 안전'을 얻는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길은 모두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같은 이유로 강 상류와 하류가 지그재그 식 곡선으로 이루어진 까닭도 흐름'을 지연시키기 위해서이다. 물살'을 지연시킴으로써 상류의 유실과 하류의 퇴적을 막기 위함이다. 곡선은 곧 생명이다.

 

 

 

- 디워를 보면 칸딘스키가 보인다 中,  부분 발췌 및 요약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49114

 

 


 

 

 

 

 

 

 

쉰들러 리스트를 보며 조형의 원리를 생각하다.

 

- 조형의 원리 : 통일, 변화, 균형

 

조형의 원리'는 통일, 변화, 균형'이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미대 입시'를 준비한 사람이라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을 터. 들을 때마다 따분한 이론'이지만 사지선다형'이 대세인 입시 시험에서 세 가지 원리'는 문제를 출제하기에 딱'이다. " 통일, 변화, 균형, 북침 중 조형의 요소'가 아닌 것은 ? " 그런데 이 < 조형의 원리 > 는 생각보다 일상 생활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 원리'를 잘 터득하면 당신은 멋쟁이가 될 수 있고, 그럴싸한 풍각쟁이'가 될 수도 있다. 생각보다 쓸모가 많은 원리'라는 말이다.

 

통일'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가지 색으로 깔맞춤한 패션'과 유사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싸이가 글로벌하게 히트시킨 < 강남스타일 >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유재석 패션'이다. 이 통일성'/ unity은 동종 반복/repetition'에 따른 결과이다. 모자도 노랗고, 넥타이도 노랗고, 안경테도 노랗고, 가방도 노랗고, 스카프도 노랗다. 그런데 이러한 패션은 지루하며 우스꽝스럽다. 패션 디자이너들이 이구동성으로 최악이라고 말하는 스타일'이다. 여기에 약간 변화를 주자. 위 패션 아이템 가운데 붉은 색 털모자와 도트 무늬 초록 색 넥타이로 바꿔보자. 소품 두 가지를 바꾸었을 뿐인데 스타일'은 홍대 스타일로 변화를 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변화/variety'이다. 통일은 안정성을 주지만 반대로 지루하기 쉽다. 여기에 작은 변화를 주면 싱싱한 것이 된다.

 

유재석 패션에서 < 도트 무늬 초록 넥타이' > 는 노란 색 깔맞춤 패션 테러에 대한 신선한 화룡점정이요, 긍정적 삑사리'인 것이다. 이 삑사리'는 패션에 긴장과 변형 그리고 강조를 가져온다. 하체가 뚱뚱한 사람에 있어서 초록 넥타이는 시선을 상체로 이동시켜 주기 때문에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양복 패션에서 넥타이'라는 소품이 중요한 이유는 양복'이 주는 단조로운 통일성에 변화를 주기 때문이다. 넥타이는 긍정적 삑사리다. 그렇다고 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각기 다른 색의 소품을 착용하게 되면 꽃거지'가 되기 쉽다. 무지개 인간, 각설이가 된다는 말이다.

 

이처럼 초록 넥타이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바로 안정적인 통일성을 바탕으로 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둘을 잘 섞는 것이 바로 < 균형 > 이다. 패션은 결국 균형'이다. 통일과 변화를 적절하게 조율하는 능력이 옷 잘 입는 사람'을 만든다. 그러므로 자신이 못났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튀어나온 광대뼈 때문에 컴플렉스를 느끼는 사람은 긴 생머리로 튀어나온 광대뼈를 가리면 오히려 그 수를 상대방에게 읽힌다. 오히려 과감하게 머리를 올려서 당신의 아름다운 목선과 쇄골 라인'을 뽐낼 필요가 있다. 이러한 < 조형의 원리 > 를 일상 생활에 적용하는 것은 패션 분야'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 3요소를 이해하면 영화를 보는 데에도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영화 < 쉰들러 리스트 > 는 조형의 원리 가운데 삑사리(변화) 효과'를 극대화한 작품이다.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 욕심에 눈이 먼 스필버그'는 이 영화를 흑백으로 촬영을 함으로써 아카데믹하며 클래식한 아카데미 회원의 흥미를 유발시킨다. ( 아카데미 회원 대부분은 60대 백인 남성으로 구성되었기에 이들에게서 젊은 감각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아카데미 영화제 수상작은 영화인이 선택한 영화라기보다는 60대 백인 노인들의 뽕짝 취향이 반영된 영화제'라고 정의하는 것이 옳다. ) 흑백 화면은 결국 통일성'을 강조한 촬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흑백 화면은 자칫 지루함을 선사한다. 영악한 스필버그'가 그 사실을 놓칠 리가 없다. 관객이 하품을 할 때, 그는 비장의 무기'를 꺼낸다. 바로  도트 무늬 초록 넥타이'를 준비한다. 자료 화면 나간다. 

 

 

 

  

붉은 옷을 입은 소녀'다. < 소녀 > 라고 쓰고, < 삑사리'> 라고 읽어도 좋다. 혹은 소녀는 초록 넥타이다.  이 소녀는 변화와 강조, 긴장과 집중 그리고 변형'을 가져온다. 어두운 극장에서 괄약근을 느슨하게 풀어 엉덩이를 깊숙이 내리깔던  당신은 다시 괄약근에 힘을 주고는 자세를 고친다. 그리고는 붉은 옷을 입은 소녀'를 주시한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붉은 옷을 입은 소녀'를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지 않은가 ? 여우 같은 스필버그가 노렸던 효과'이다. 모노톤 세계에 느닷없이 등장한 붉은 컬러는 영화 마지막에 가서야 의미가 분명해진다.  흑백에서 컬러 화면으로 바뀐 에필로그는 스필버그가 왜 소녀를 컬러풀하게 다루었는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흑백은 암흑이며 죽음의 시대였고 컬러는 곧 희망이며 생명이었다 !  

  

통일성을 깬다는 의미에서의 < 삑사리 > 는 결국 < 불온성 > 과도 연결된다. 불온/不穩'에서 < 온 > 은 " 편안한, 안정적인 " 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깐 불온이란 편안한 균형이 깨진 상태'를 말한다. 언캐니 개념도 불온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극에서 흔히 쓰는 " 불초소생 " 에서 < 불초/不肖' > 는 닮지 않았다는 뜻이다. 누구를 닮지 않았다는 뜻을까 ? 오리지날'이다. 자식(사본)은 결코 아버지(원본)를 닮을 수 없다는 성찰이다. 인조인간 로보트와 인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로보트는 사본이고, 인간은 원본이다. 로보트는 인간의 형상을 흉내 내는 수준이어야 하는데, 이 불초 대상이 한계를 무시하고 인간과 똑같이 되려고 하면  평온은 갑자기 균열이 발생한다. 이게 바로 언캐니다.  인간과 신의 관계도 이와 같다. 인간이 신이 되고자 할 때 재앙이 따른다.  우리가 < 쉰들러 리스트 > 에서 붉은 옷을 입은 소녀가 등장할 때 긴장하는 이유는 흑백 화면이라는 균형이 깨졌기 때문에 그렇다. 이 소녀는 뭔가 메세지를 던져준다.  

 

내가 보기엔 스필버그의 < 쉰들러 리스트 > 가 아카데미 유대인 꼰대들을 확 사로잡은 원인은 바로 소녀 때문이다. 소녀는 불온하며, 컬러풀하다 ! 불온이란 대립적 오브제'가 충돌할 때 발생한다. 키리코, 마그리트, 베이컨의 그림은 서로 다른 feel를 가진 대상을 서로 병치시켜서 불온'을 강조한다. 그것은 장소와 등장인물의 엇박자 때문에 발생한다.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등장하면 뭔가 불온해지기 시작한다.  당신이 해외로 출장 간 남편을 도봉산 산 정상에서 우연히 만날 때 깜짝 놀라는 이유는 장소와 인물 간에 서로 엇박자가 나기 때문에 그렇다. 왜냐하면 남편은 지금 싱가포르에서 업무에 시달리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뒤샹이 샘이라고 이름 지은  변기'는 왜 예술 작품이 되었을까 ? 간단하다. 변기란 화장실에 있어야지, 고급 미술관에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미술관 전시실에 변기라니, 이 얼마나 잘못된 만남인가 !  바로 이 엇박자가 선사한 불온'은 예술적 아우라를 선사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화장실 변기 같은 신세'라고 너무 자학하지 말자. 당신의 변기는 뒤샹의 변기와 다를 것이 하나 없다. 불온해지는 순간,  당신은 보석처럼 빛날 수 있다.  

 

 

 

■  http://myperu.blog.me/20129372073  나열 137번 좌석표를 가진 사람은 반드시 나열 137번 좌석에 앉아야 한다.  

■  http://myperu.blog.me/20159472625   르네마그리트와 시인 : 엇박자가 주는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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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7-19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삑사리의 미학!!!
아 이거 안그래도 기억에 계속 남아있었는데..ㅎㅎ
다시 봐도 명문. 울엄마한테도 보여줬음.


근데 이봐, 한번에 막 풀지마라~
하루 하나씩도 배부른데 말야 ㅎㅎ

암튼!! 나 잘꺼야 !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9 22:23   좋아요 0 | URL
쪽팔리게 왜 그러냐. 난 칭찬에 약해.
하지만 뭐 그리 틀린 말은 아니어서.....ㅎㅎ
꿈나라에서 프레디 쿠르거 만나서 악몽 좀 꿔라..ㅎㅎㅎㅎ

새벽 2013-07-19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 저 쉰들러 리스트 두 번이나 봤는데.. 저 소녀 장면이 기억에 없어요.
헛봤나봅니다. 하하 ;;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9 22:2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저 소녀 기억에 없다는 분 새벽 님이 2번 째 이십니다.
전 책 다 읽고 나서 끝에 내 싸인 있는 거 보고 아 읽었구나 하는 경우과 굉장히 많습니다.
ㅎㅎㅎㅎ

히히 2013-07-22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속 빈 인간은 아닙니다.
구비구비 내려가는 음시물이 자식을 굽어보게 하고 이웃을 굽어보게 하고
종당엔 나를 굽어보게 하는 에너집니다.
넣자마자 곧게 떨어지면 허기져서 타인을 어이 살피리까.
곡선은 헤아림.
엉덩이는 배를 헤아리고
바퀴는 길을
배흘림기둥은 무량수전을
묏등은 손주의 놀이를...

잔잔한 수면에 작은 돌맹이를 던질 때 파문이 직선이던가요?
우리의 심장도 곡선이여야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22 23:25   좋아요 0 | URL
캬 ~~~~~~~~~~~~~~~~~~~~~~~~~~~~~~~~~
잔잔한 수면에 작은 돌맹이를 던질 때 파문이 직선이던가요 ? 캬 !!!!!!!!!!!!!!!!!!!!!!
아, 좋은데요. 요거 제가 좀 써먹어도 됩니까 ?
허가해 주십시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