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는 행복을 가르치지 않는다.

 

 

각광받는 멘토 중에는 속세의 때가 묻지 않은 스님들도 있다. 그들이 내놓는 처방전은 일단 편안하다. 현세의 고통은 모두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고통을 없애는 것도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들은 또 세상일을 탓하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한다. 세상을 탓하기 전에 그 세상을 보는 자기 마음의 렌즈를 깨끗하게 닦아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가르침이다..... 힘든 사회 현실은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 " 이 아니다.

- 행복 스트레스, 탁석산

 

 

 

 

우리가 생각없이 쓰는 흔한 말 가운데 하나가 평상심'이다. 한자로 풀면 " " 이다. 평평할 평, 항상 상, 마음 심. 감정의 시소'를 수평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라는 뜻이다.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감정 상태가 평상심'이다. 상태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지난번 동창회 때 온 상태'는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상태 말이 요즘은 불면증이 심하고,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낀단다. 가뜩이나 광대뼈가 나온 상태인데 살이 많이 빠진 상태의 광대뼈'는 말 그대로 도드라졌다. 약을 빨고 있는 것인지, 천일염보다 저렴한 나트륨 때문에 뇌에 이상이 온 상태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걱정이 되어서 상태에게 네 상태가 말이 아니니 젓갈에는 절대 젓갈질하지 말아라. 이에 상태는 정신나간 상태로 씨익, 하며 웃음으로 화답하니, 오호 통재라.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은 불교를 믿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불교에서 행복'은 여러 감정 가운데 하나일 뿐 궁극의 목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감정의 시소'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가 바로 행복이다. 행복해, 씐나, 흥미쥔쥔, 존나 재밌어, 까르르르르. 이런 즐거움은 평상이 아닌 감정 과잉 상태'를 의미한다. 시소가 평형 감각을 잃고 기울어진 상태에서 높은 쪽이 행복이라면 놀이터 바닥에 박힌 타이어'에 키스하는 쪽은 불행'이다. 즉 낮은 쪽은 불행이다, 결핍이다. 그리고 높은 쪽은 행복이고 과잉'이다. 과잉은 결핍의 결과'이다. 따지고 보면 나는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행복, 행복, 행복'을 외치며 치열하게 사는 사람은 결국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당연한 결과다. 시소란 올라가면 내려가기 때문이다. 조울증 환자도 이와 다르지 않다. 조증이 끝나면 울증이 찾아온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무념무상'을 강조한다.

 

 

 

현대인은 행복해야 된다는 과잉 강박에 쌓여 있다. 그래서 악착같이 그것을 증거로 남기려고 한다. 마치 용의선상에 오른 용의자'가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얼리어답터'들은 레스토랑 가면 항상 음식 사진부터 찍는다. 기표는 음식이지만 기의'는 < 나 지금 행복한 순간 > 이다. ( 비싼 스테이크 한번 썰었다며 행복하다고 사진 올리면 이건희'가 하하하 웃는다.) " 기표는 음식이지만 기의는 행복 " 인 사진은 트위터와 SNS' 이웃들에게 전파된다.

 

그런데 문제는 타인에게 행복을 증명하려는 사람은 대부분 불행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정말 행복한 사람은 굳이 행복을 증명해 보이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그것을 증거로 남기지 않는다. 이건희는 빕스 가서 음식 사진따위'는 찍지 않는다. 홍라희'는 로고가 대문짝만하게  박힌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비싼 가방일수록 로고는 가방 안쪽에 박혀 있다.

 

하늘 방향으로 올라간 시소는 과잉'이다. 유행이라는 것도 과잉'이 주는 산물이다. 올해에 유행하는 것은 무엇인가 ? 초록색 린넨 주름 치마'라고 하자. 입으면 폼 난다. 그런데 한 가지 명심해야 될 것은 유행에 민감한 옷일수록 시간이 지나면 촌스러워진다는 것이다.2013년 핫 트랜드 옷을 입으면 당장은 신데렐라'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지만 한해가 지나면 촌스러워서 입지 못한다. 반면 유행을 타지 않는 옷은 눈에 띄지 않지만, 낡았지만, 수수하지만 몸에 딱 맞는 편안함을 준다. 그것이 바로 평상심이다. 이처럼 오래 입기 위해서는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한 패션이 좋다. 이 클래식한 패션에 눈에 띄는 소품을 사용하면 훌륭한 멋을 창조할 수 있다. 넥타이 대신 스카프는 어떤가. 행복에 대한 집착, 남들에게 인정받으려는 강한 욕망은 모두 초록색 린넨 주름 치마'와 같다. 평상심은 클래식한 옷'에 가깝다.

 

 

현대인에게 중요한 것은 행복이 아니다. 현민 스님의 행복론'은 가짜다. 붓다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풍찬노숙을 했을까 ? 오히려 잘 먹고 잘 사는 궁궐'을 버린 이가 바로 붓다'다. 오죽 배가 고팠으면 썩은 돼지 고기'를 먹다가 설사병에 걸려서 적멸하셨을까. 불교는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지 않고 겨우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다.  < 행복하게 사는 삶 > 의 반대말은 < 겨우 살아가는 삶 > 이다. 겨우라는 이름, 그러니깐 최소주의 삶'이 불교에서 말하는 도'다.  그런데 무슨 얼어죽을 행복 힐링 에세이들인가 ! 진짜 승려는 행복해지기 위한 노하우'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행복을 가르치면 불행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불교는 종교나 철학 면에서도 탁월하지만 미학과 과학적 차원에서도 탁월하다. ( 미학적 차원은 다음 시간에 하기로 하자. ) 불교사상은 에너지 효율을 최대화하려는 과학적 시도이다. 행복이란 감정은 결국 에너지 과잉'이다.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그만큼 에너지'를 쏟게 된다. 행복의 조건을 보면 답은 나온다. 예쁘고 날씬해야 한다. 다이어트를 한다. 식욕을 억제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개는 맛있는 것 앞에서 침만 흘리는 개다. 당신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날씬한 당신은 침 흘리는 개다. 사교'를 위해서 이런저런 모임을 갖는 것도 사실은 스트레스'다. 만나서 즐거웠어. 씐나, 라는 멘션을 날리지만 집에 들어오면 우울해진다. 씐나기는 뭐가 신나나.

 

 

그년의 핸드백이 3개월 주기로 바뀔 때마다 속으로는 쌍년'이라고 욕한다. 자신의 가방을 본다. 좋아, 마음 잡고 명품점에 들려 최고급 루이비통을 구매한다. 아, 씐나. 행복해 !!!! 하지만 오래 가지 않는다. 그년에서 쌍년으로 호칭이 바뀐 친구는 루이비통보다 비싼 이탈리아 남자를 모임에 데려온다. 결혼한단다. 생긴 건 알랑들롱 닮았다. 그리고.. 알랑가 몰라. **** 한국 지부 지사장'이란다.이름이.... 로베르토 루이비토 ! 친구는 루이비통 대신 영원한 루이비토'를 얻은 것이다. 여자는 자신이 구입한 루이비통 가방을 자랑하려다 포기한다. 말 못하는 루이비통보다는 살아 있는 루이비토가 더 좋지. 아, 저 남자의 페니스는 얼마나 단단할까 ? 나는 왜 항상 불행할까 ? 이렇게 간절히 행복해지기를 원하는데 말이야.

 

혜민이나 김난도가 쓴 힐링-멘토-에세이'는 대중을 철저하게 농락한다. 그따위가 힐링이라면 나는 당나귀처럼 히힝, 히힝 웃으리라. 그것은 대중 기만에 불과하다. 그들이 말하는 결론은 내 탓이다, 다. " 마음먹기에 따라서 당신이 꿈꾸는,  밝은 미래가 보입니다 ! " 그런데 이 말은 사회 구조 탓을 하지 말고 네 자신이나 알아라 ! 라는 메시지'이다.  꼴값 떨지 말고 주제 파악 하라는 말과 동일어다. 탁산성의 지적처럼 사회적 모순은 " 멈추면, 보이는 것(해결되는 것) " 이 아니다. 구조란 그렇게 느슨한 모래성'이 아니다. 혜민은 과연 남양유업 피해자들에게 " 세상 탓 (남양 유업' 횡포) 하지 말고 마음 수양 하면 행복이 찾아옵니다. " 라고 말할 수 있을까 ? 김수환 추기경이 범국민적으로 ' 내 탓이오 ' 캠페인을 전개했을 때, 나는 그것을 매우 부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사회'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눈이었다.  

 

 

자기 자신에게 화살 촉을 향하게 하는 방식'은 노예의 도덕이고 비겁한 자들이 말하는 변명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순응이 아니라 외침/폭로'이다. 나라가 휘청거리면 책임자 처벌은 미뤄둔 채 집안에서 뒹구는 금붙이부터 헌납하는 민족성은 애국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식민지 사회'가 만들어 놓은 변형된 조공의 한 방식'이다. 과거를 청산하지 않고 출발하는 현대성'은 잘못된 과거의 지리멸렬한 반복일 뿐이지 않는가 ? 내 탓이오'가 아니라, 네 탓이오'라고 외쳐야 한다. 

 

하루 12시간 일해서 120만 원 버는 구질구질한 삶을 자기가 못난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 당신은 못난 아버지도 아니고, 못난 아내도 아니며 철없는 자식도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눈동자의 검은 먹물까지 쏘옥 빼먹으려는 자본가들의 더러운 욕망 탓이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가 없는 것은 부족한 스펙 탓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다. 그들'을 향해야 한다. 활시위 팽팽하게 당겨라. 허공이어도 좋다 ! 언젠가는 당신이 쏜 불화살'은 누군가의 심장을 관통할 것이다.

 

 

 

 

 

 

 

+

한국인은 자식이 저지른 범죄'마저도 자기 탓으로 돌린다.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한 경우, 방송 카메라는 집요하게 그들 부모를 찾는다. 그들을 찾아가서 반드시 이 말을 따온다. " 죄송합니다. 이 못난 부모 탓입니다. 머리 숙여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립니다  " 왜 우리는 자식의 죄'를 아버지가 사죄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 부모가 지은 죄도 아닌데 말이다. 서양 사회는 자식이 지은 죄를 부모에게 묻지 않는다. 개인주의적 성향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는 내 죄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식의 죄마저도 내 탓으로 돌리게 만드는 시스템이 작동되는 사회이다. 죄의 연좌제'이다. 우리는 서로 서로 다 연결된 핏줄인 것이다. " 우리가 남이가 ? " 라고 말은 하지만, 단물은 대한민국 1%만 쏙 빼먹는다. 말만 형제자매이지 사실은 남보다 못한 남이다.

 

 

 

 

 

- 이미지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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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orte 2013-06-06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한번 격한 공감이요. '우리가 남이가' 구호에 앞뒤가려볼 사이도 없이 철저히 뇌 새척당해서 해외나와서까지 현대차타는 일인, 여기 있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6 22:52   좋아요 0 | URL
그래도 현대차는 양반입니다. 어떤 사람은 옥외 간판에 삼성 로고 보았다고 그거 찍어서 싸이에 올리고는 제목으로 한다는 작명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입디다. 엄청 웃었음... 제가 그 사람 홈피에 덧글도 달았어요.
페티쉬 환자 같다고 말이죠. 삼성 로고에 오르가슴을 느끼다니 애통합니다.

iforte 2013-06-06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곰발님 친구분 상태씨의 상태가 심히 심각한 상태인듯하야 이에 본인의 상태를 두루 점검하고서 쇄골이 사라진 상태를 발견하여 내 상태를 심히 염려하게 된 작금의 상태는 어쩌실라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6 22:50   좋아요 0 | URL
상태 형제 중 맏형 이름이 동태입니다. 지난겨울에 난방비가 없어서 얼어죽을 뻔했습죠.
그런가 하면 삼형제 중 막내인 생태'는 연기자 지망생입니다. 말이 좋아 연기자지 그냥 엑스타라죠.
죽은 척하는 시체 연기를 곧잘 합니다. 얼어죽을 동태와 상태가 말이 아닌 상태와 죽은 척하는 생태 형제를 보면 앞이 캄캄합니다.

달빛가루 2013-06-06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몇 달 전에 프로토 타입으로 읽었지만 최고의 글이에요. 멘토의 시대가 걸어오는 환술에 현혹되지 않고 한국사회의 검은 속때부터 이태리타올로 박박 밀어내야 사람들의 마음이 치유될 겁니다. 멘토-토크쇼 게스트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는 존재들은 망하거나 죽은 자들-유령이니까요. 그건 그렇고 "성욕을 참지 못하자니 쌍욕이 나왔다"라는 유머는 정말 멋졌는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6 23:2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성욕을 참지 못하자 쌍욕이 나왔다. ㅎㅎㅎㅎㅎ. 이 유머러스한 문장은 생략했습니다. 여긴 좀 고상하잖아요. 하하하하... 이거 제가 즐겨 쓰는 라임입니다만, 알라디너들은 이런 표현을 쌍스럽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같습니다. 성욕과 쌍욕이라..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놔... 난 왜 이런 표현이 맘에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달빛가루 님도 알라딘 회원이 되십셔...

미친놈 2013-06-07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런 거지같은 글에 공감하는 것들이 많은 거보면
알라딘도 수준 이하임
댓글 수준들 봐라
어디서 굴러먹다 온 ~~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7 06:23   좋아요 0 | URL
일베 새끼'가 여기까지 오냐.. 출세했네.. ㅎㅎㅎㅎ

동감 2013-06-07 16:5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동감입니다. 책 사는 애들이 현실 불만 많고 할 일 없는 애들이 대부분인지라.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7 17:05   좋아요 0 | URL
알라디너 중에서 가장 후진 분도 너보다는 1000000000000000배 매력있으시다. 책 사는 애들 ?! 에휴, 부끄러운 줄이나 알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