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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 SE (2disc) - [할인행사]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 팀 로빈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 오물이 흐르는 하수구는 여성 성기'를 뜻한다. 앤디는 자궁에서 빠져나와 세상 밖으로 탈출한다.
“언젠가 여성은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
데생을 공부한 학생이라면 남성적인 육체가 직선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과 여성의 바디라인'은 곡선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직선으로 이루어진 공간인 감옥과 군대가 모방하는 것은 수컷들의 도상학’이다. 감옥에 갇힌 남성 이미지’는 자연스러운 반면, 감옥에 갇힌 여성 이미지’가 부자연스러운 이유는 여성이 남성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감옥은 어울리지 않는다. 오와 열’은 수컷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미학이며 줄과 각’은 폼생폼사’다. 영화 < 쇼생크탈출 > 에서 탈옥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탈옥이란 아버지’가 정해놓은 선/밑줄’을 넘는 행위이다. 그것은 아버지가 만든 법’을 어기는 행위이다. 금기이다. 그래서 탈옥에 실패한 자’는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영화 <쇼생크 탈출 > 에는 두 가지 도상'이 대립한다. 하나는 직선으로 이루어진 딱딱한 사각형'이고, 다른 하나는 곡선으로 이루어진 부드러운 동그라미'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직선은 남근의 세계이다. 그것은 거칠고, 딱딱하다. 반면 동그라미’는 여성스러운 젖가슴과 촉촉한 검은 동굴’이다. 주인공인 팀 로빈스/앤디’는 말이 거의 없다. 어쩌다가 한 마디 하면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도 않는다. 그는 교도소 소장의 개인 비서로 내성적이며, 곱상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정성일의 말투를 흉내내자면 “ 그러니까 이 영화는 아주 이상한 영화입니다 ! 거친 남성 과잉 서사의 극단적 변형인 감옥 영화에서, 주인공’이 지나치게 여성스럽다는 사실’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 그러니까 이 영화는 뿜빠라뿜빠뿜빠빠 입니다. “
아닌게 아니라 나레이션을 담당한 모건 프리먼’도 앤디를 “ 그는 약간 세게 부는 산들바람에도 꺾일 것 같아 보였다. “ 고 말한다. 닝기미... 그는 달려라 하니’보다도 더 나약하며, 참고 참고 또 참는 캔디’보다도 허약해 보인다. 이상하기는 하다. 마초 사회엔 감옥 영화에서 주인공이 여성스럽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더군다나 그는 탈옥에 멋지게 성공하지 않았던가 ?
이 영화가 다른 탈옥 영화’들과 다른 점은 바로 거기에 있다. 탈옥 영화 속 주인공들이 대부분 강인한 남성 마초들이었던 반면, 팀 로빈스와 모건 프리먼’은 마초와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동료를 괴롭히는 나쁜 녀석’을 주먹으로 단 한 방에 날려버리는 설정은 없다. 산들바람에도 꺾일 것 같은 비실비실 비실이’와 등이 둥글게 굽은 늙은 노인’이 전부다. 도대체 이 힘없는 자들은 탈옥에 성공할 수 있을까 ?
우려와는 달리 앤디’는 탈옥에 멋지게 성공한다. 그가 남긴 것은 풍만한 엉덩이를 가진 리타 헤이워드가 그려진 포스터 한 장이 전부이다. 그 포스터 뒤에 숨겨진 것은 촉촉한 검은 구멍'이다. 이 오브제(들)은 앤디가 여성적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앤디의 여성성’을 정신분석학적 용어로 설명하자면 남성 육체’에 갇힌 여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앤디는 겉은 남성과 같은 육체이지만 속은 여성처럼 섬세한 정신’을 가진 존재인 것이다. 그것은 육체의 감옥이다. 우리는 그동안 이 영화에서 앤디’가 남성 동료 죄수들에게 강간’을 당하는 에피소드’를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영화는 탈옥 영화라는 장르를 빌린 동성애 러브스토리다.
그가 빠져나간 동굴은 ( 아프로디테의 ) 자궁이다. 그가 자유를 찾아 밖으로 기어나올 때 우리는 기시감에 시달린다. 그것은 출산에 대한 기억이다. 그리고 얼굴과 몸에 묻은 진흙은 산모가 흘린 피다. 그가 똥오줌이 지나가는 하수도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은 출산에 대한 은유'임을 확고히 한다. 그는 이 상징적인 제의를 통해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직선으로 이루어진 남성 세계인 감옥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곧 여성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 ( 내가 이 장면을 성전환에 대하 은유라고 하면, 당신은 지랄을 하겠지 ? )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모건 프리먼’은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다. 앤디’는 늙은 흑인’을 위해서 작은 선물’을 준비한다. 그들은 푸른 해안가’가 보이는 곳에서 운명적으로 다시 만난다. 이 만남을 우정이어고 말해도 좋고 근사하게 재회'라고 말해도 좋다.
이 장면은 마치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다가 다시 만나는 멜로드라마의 한 장면 같다. 그들은 말없이 서로를 지켜본다. 모건 프리먼이 연기한 늙은 흑인은 이름이 앨리스 레딩’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앨리스 레드 레딩’이다. 남성 이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여성스럽지 않은가 ? 하여튼 그들은 푸른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둘이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낮에는 배를 타고 낚시를 하고, 밤에는 감옥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앨리스’는 늙어서 죽을 것이다. 앤디’는 죽은 앨리스의 힘없는 머리카락을 쓸어내린 후 입에 마지막 키스’를 할 것이다. 카메라가 뒤로 빠지면 아무런 장식도 없는 벽엔 레드’가 작년에 잡은, 1미터 32센티미터나 되는 커다란 참다랑어 표구 액자’가 걸려 있을 것이다.
후일담
누군가 나에게 왜 이런 식으로 영화를 해석합니까, 라고 묻는다면 나는 정성일 흉내를 내며 “ 그것이 내가 영화를 사랑하는 방식입니다. “ 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영화가 끝난 이후를 늘 상상한다. 그 후일담’들은 본편’보다 더 재미있다. 나는 그들이 그렇게 살았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한다. 형편 없는 영화’는 우리를 <허걱!>하게 만들지만 좋은 영화’는 우리를 <울컥! > 하게 만든다. 또 누군가는 내가 쓴 이 글을 읽고 갑자기 이 영화가 좋아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좋은 영화 한 편’을 만나기 위해서영화제가 열리는 도시를 찾아다닌다. 돈이 없어서 풍찬노숙을 하더라도 말이다. 나에게 <쇼생크 탈출 > 은 내가 애타게 찾던 바로 그 영화’다. 나는 이 영화가 참 좋다. < 참 > 이라는 낱말이 좋아졌다. 어릴 때 자주 썼던 말인데, 나이를 들면서 촌스러운 말투 같아서 잘 쓰지 않던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참 좋다 ! < 쇼생크 탈출 > 은 총 8편으로 이루어진 에세이다. 다음 회'는 < 쇼생크 탈출 2 : 쇼생크와 야구 편 > 이다. 많은 애독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