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편의 세태소설 : 위대한 개츠비 vs 삼부녀.

 

 

나는 < 위대한 개츠비 > 를 읽지 않았다. 읽지 않은 이유는 하루키가 쓴 < 상실의 시대 > 때문이었다. 이 책을 세 번 이상 읽지 않은 사람과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하루키의 허세가 웃겨서 읽지 않기로 굳은 맹세를 했다. 내가 읽은 소설 가운데 제일 후진 소설이 바로 < 상실의 시대 > 이다.  하루키 씨, 저도 당신과 친구할 생각 없습니다. 아마, 하루키는 지구가 멸망하는 그날에도 사과 나무 대신 자위'를 할 것이 분명하다. 지퍼를 내리면 희망이 보인다 ! ( 아흥 ) " 상실의 시대 " 가 후졌다, 에 500원 건다.

 

이곳저곳에서 매일 < 위대한 개츠비 > 이야기'다. 알라딘 메인을 장식한 지는 이미 오래이고, 무시무시한 반값 할인에 덤으로 + 2'이다. 한곳이 물량으로 공세를 펴니 다른 출판사도 기본적으로 50% 세일은 깔고 간다. 이런 상황이니 할인'을 안 하고 있는 출판사들이 이상할 정도'이다. 신문 서평은 물론이고 방송 여기저기에서도 온통 개츠비'다. 레츠비가 그냥 커피라면 개츠비는 티오피다.  와와, 도대체 개츠비는 어떤 소설이더냐.  문득 남양유업의 < 밀어내기 > 논란이 생각난다. 이 정도면 아스트랄적 밀어주기'라 할 만하다.

 

밀어내기'나 밀어주기'나 < 물량 > 으로 쇼부를 본다는 측면에서 보면 결국은 매한가지 아니던가. < 위대한 개츠비 > 열풍은 " 될 놈만 밀어준다 " 는 자본주의적 전략'이 제대로 먹힌 경우이다. 알라딘에서 < 도서정가제'에 반대한다 > 라고 했을 때, 앞다투어 반대했던 출판사들이 이제는 50%는 물론이고 사은품까지 준비하는 이율배반적 자세는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아 다르고 어 다른 경우다.

 

< 위대한 개츠비 > 열풍은 영화 < 아이언맨 > 열풍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 스크린 수가 2400개인데 아이언맨 상영 스크린 수가 1300개라는 것은 결국 아이언맨을 제외한 개봉 영화의 총 스크린 수보다 많다는 계산이 나온다. 영화 한 편이 나머지 전체 영화보다 더 많은 스크린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 말은 10개 스크린을 가진 극장'에서 최소 5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 아이언맨 > 을 집중적으로 상영했다는 말이 된다.  이 정도면 시장 논리를 떠나서 횡포에 가깝다. 그것은 마치 경상도 총인구수가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제주도 총 인구수'보다 많은 것과 비슷하다. 대한민국은 경상도 독과점 국가'다. 독과점은 반드시 나쁜 쪽으로 영향을 준다.  

 

주인공 아이언맨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측면에서 " 문제적 철면피 " 다. 철면피/鐵面皮'를  풀어쓰면 쇠로 만든 낯가죽이라는 뜻이니 묘하게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대기업 주도로 이루어지는 특정 영화 밀어주기'는 작은 영화가 상영될 기회를 박탈한다. 나 또한 아이언맨이 재미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상영관 독점'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같은 이유로 < 위대한 개츠비 > 가 훌륭한 소설일 거라는 점에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러한 물량 공세'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사실 < 위대한 개츠비 > 와 같은 훌륭한 풍속소설'은 한국 소설에도 많다. 피자 먹으로 이탈리아까지 갈 필요 없다는 말이다. 손창섭이 쓴 < 삼부녀 > 는 그 가운데에서도 압권'이다.  손창섭의 < 삼부녀 > 는 나쁜 가족극‘이다. 근친 욕망이라는 이름의 총천연색 만화경’처럼 화려하다. 일본 도까이 에이브이 성인 공작소‘라면 이 원작을 입수해서 근사한 포르노를 찍었을 것이 분명하다.

 

손창섭은 이 소설에서 에둘러 이야기하는 법‘ 이 없다. 읽다 보면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이 작품은 1970년 주간여성에 연재된 장편소설인데 과연 이러한 내용의 소설이 검열 없이 연재되었다는 점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점은 생생하다는 것이다. 40년이나 지난 작품이 2010년의 당대성을 획득한다는 사실은 거의 기적처럼 보인다. 그러니깐 손창섭은 40년 앞을 내다보고 이 소설을 쓴 것이다. 그는 너무 앞서간 인물이었다.

 

간단하게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가족은 해체된다. 아내는 바람나서 도망가고, 딸들도 모두 아버지를 부정하고 집을 나간다. 이제 남은 것은 늙은 수컷‘과 텅 빈 집이다. 소설은 해체된 가족’을 새로운 방식으로 복원한다. 위기를 겪은 가족의 복원이 아닌, 새로운 인물들로 교체하는 것이다. 스폰서를 하는 조건으로 아내의 빈자리‘를 젊은 여자가 채우고, 딸의 빈자리 또한 다른 젊은 여자’가 채우는 방식이다. 계약 가족이다. 문제는 두 여자 모두 아버지의 남근을 빨고 싶다는 것이다. 그녀들은 끊임없이 유혹한다. 가짜 아내는 딸의 욕망을 견제하지만 나무라지는 않는다. 가짜 딸은 시도 때도 없이 아버지의 침실을 노린다 !

 

하지만 유사 가족 관계 안에서 불협화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유사 가족은 평화‘ 롭다, 놀랍게도 ! 손창섭이 보기에 혈연 중심적 가족주의’는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는 해체를 주장한다.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대안가족의 탄생이다. 박정희가 군화발로 동토를 철권통치하는 시대에 손창섭은 성적으로 도발을 한다. 엿 먹어라, 페니스 !

 

그는 남근 중심의 숨 막히는 한국 유교 사회‘를 혐오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남근과 대한민국을 동일시했고, 그 속에서 광기의 소국’을 발견했다. 그래서 조국을 버리고 야반도주했는지도 모른다. 이 위대한 소설가는 끝끝내 조국을 등진 채 일본에서 숨을 거두었다.이 소설 놓치면 후회한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데 500원 건다. 내게 있어 500원은 껌값이다. 그리고 < 삼부녀 > 가 < 상실의 시대 > 보다 훌륭한 소설이라는 데에는 1000원 건다. 내 촉은 틀린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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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5-25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 사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면 다 막장이죠.70년대라고 해서 지금보다 더 도덕적이었겠습니까...우리 때는 순수했다느니 요즘 사람들은 물질만 추구한다느니 하고 늘어놓는 이야기는 다 거짓말입니다.70년대 소설 해설한 책이 있는데 요즘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우습게 안다느니...애들이 싸가지가 없다느니...젊은이들이 노인을 공경 안 하느니...남녀 간 문란하다느니...다 그런 이야기죠. 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채만식 <태평천하>도 그대로 드라마로 옮기면 막장인 장면이 많으니 70년대야 뭐...할 말 다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6 17:02   좋아요 0 | URL
아이구. 이 댓글 좋군요. 맞습니다.
제가 늘 하는 소리가 " 학창시절로 돌아가면 공부 열심히 한다 " 라고 말하지 ? 난 학창시절로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 지금의 천성이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서 고쳐지는 게 아니다. 어린 시절이 좋았다고 ?
웃기지 마라라. 그때 어린나이에 있을 때를 회고해 보면 날마다 지옥이었다. 이런 식으로말하고는 했죠.
싸구려 향수는 정말 좀, 쫌 촌스럽습니다.

새벽 2013-05-25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상실의 시대 후졌다,에 저도 오백원 콜.
(제가 유일하게 읽은 하루키 소설입니다.
솔직히 무슨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길게 늘여논 거 읽는 것 같았습니다.
그 이후 그의 작품 읽지 않지요.)

요즘 영화 때문에 위대한 개츠비가 출판시장까지 출렁이게 하나보죠?
예전에 로버트 레드포드, 미아 패로우 나왔던 70년대 영화가 기억나네요.
분위기만 잔뜩 잡고 칙칙하게 끝나버린...
제 경우 소설은 좋았습니다.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세로활자 책으로 읽었는데 참 오래됐네요.

아! 그리고 하루키 쯤 염상섭에게 비견할 수 없다에도 천원 콜입니다 :-)
그런데 삼부녀는 못 읽어봤어요..! e북으로라도 훑어보려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6 17:00   좋아요 0 | URL
소설은 저도 좋을 거 같아요. 약속 취소... 위대한 개츠비 읽어보기로 하겠습니다. ㅎㅎㅎㅎㅎㅎ
내용 보니 딱 내 스타일일 것 같아요. 개츠비.
솔직히 피츠제랄드 단편은 읽었는데 실망을 좀 많이 한 상태거든요. 개츠비로 만회를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런 식의 이벤트는 출판사가 좀 자재를 해주었으면 해요. 물량 밀어내서 골목 상권 죽이는 거 진짜 끔찍합니다. 개츠비 10% 할인하는 출판사'는 마치 얌체처럼 느껴져요. 그들이 정상인데 말이죠.

맥거핀 2013-05-2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실의 시대>가 확실히 허세 덩어리이기는 하죠. 그런데 90년대에 그렇게 이 소설이 먹혀든 것은 아마도 그 시대가 또한 허세덩어리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요즘에는 저는 그런 허세로 가끔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도 있어요. 허세는 민낯이 부끄러워지는 이들, 적어도 부끄러움은 조금 아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니까. 모든 것을 리얼로 까는 시대, 정말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없는 요즘을 보면요. (그 아이언맨, 아니 철면피도 참 어찌나 그렇게 부끄러움이 없는지..) 물론 이건 그냥 뻘소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6 16:57   좋아요 0 | URL
뻘소리'치고는 삘'이 충만한 지적 문장이십니다. 전 첫 단추가 잘못 되어서인지 하루키 소설을 계속 읽으려고 하느데 계속 안 읽히비다.집에 쌓아둔 하루키 책만5권은 됩니다. ( 고백하자면 안 읽고 방치한 책이 200권은 되는 것 같습니다. ) 소설은 제 취향이 아닌 것 같고 함 에세이 쪽 한번 읽어볼까 합니다. 괜찮을려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