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 먹을 각오로 쓴다 > 시리즈 제 4 탄.
- 덤을 요구하는 사회
시장통'은 집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무려 10분 정도'가 절약되니 시장을 볼 일이 없더라도 시장 길'을 통해 집으로 가는 일이 잦았다. 시장통, 볼거리 많은 거리가 바로 시장통이 아닐까 ? 쭈꾸미가 인사를 한다. 낙지, 개불, 볼락도 방긋. 죽은 척하는 생태는 커서 멋진 배우가 될 터이다. 동태는 아마... 얼어죽었다지 ? 생선 구경을 하다가 시장할 땐 시장에서 2000원짜리 잔치국수'를 사 먹거나 좌대에 앉아서 빈대떡에 먹걸리를 마시고는 했다.
어느 날이었다. 별 생각 없이 시장 골목을 지나가다가 어디서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누군가 했더니 어머니가 한쪽 구석에 앉아서 두부'를 파는 것이 아닌가 ? 아이구야, 하루아침에 집이 망했나 보다. 집이 홀라당 불탄 것일까 ? 깜짝 놀라서 어찌 된 영문이냐고 물었더니, 두부를 팔던 노인이 쓰러져서 대신 급하게 두부를 팔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그 노인이 퇴원할 때까지 두부를 팔았다. 두부를 팔고 남은 돈은 할머니 병원비로 쓰였다,
■ 어머니가 다니시던 교회는 시장 안에 있어서 상인들과 서로 잘 아는 사이였다.
라고 해야 미담이 되겠으나, 으째 쓰까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머니는 말 그대로 할머니가 병원에 누워 있던 일주일 동안 두부 장사를 하신 것이다. 하루에 2만 원도 벌고, 3만 원도 벌었다. 우리는 그 덕에 일주일 내내 두부 반찬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 일을 계기로 해서 알게 된 사실은 식재료 일체를 공급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깐 시장 한쪽 구석에 앉아서 콩나물, 두부, 된장, 고추장을 소규모로 파는 사람들은 수익을 식재료 일체를 제공하는 공급책과 5대5로 나누는 것이다.
두부'를 콩나물'로 바꿔보자. 티븨 드라마에서 알뜰 주부'를 묘사할 때 늘 나오는 장면이 시장에서 콩나물 파는 할머니와 값 흥정을 하는 장면이다. 덤으로 더 달라, 안 된다 ! 한쪽은 밑지는 장사라고 하고, 한쪽은 밑져야 본전이라고 한다. 실랑이하던 주부는 콩나물 한줌을 검은 봉투에 넣고는 후다닥 값을 치른다. 어찌 되었든 해피엔딩 ! 흐뭇 !!! 이런 장면은 이제 < 한국 드라마 클리세 > 가 되었다. 한국인은 이 모습을 보고 흐뭇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매우 불쾌하다. < 덤 > 을 < 정 > 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두부를 파는 사람이나 콩나물을 파는 사람이나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공급책에게서 제공 받아 파는 일이니 배당 받은 콩나물 한 통 다 팔아야 2,3만 원 수익이 고작일 것이다.
■ 믿을 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콩나물'은 대부분 밑지고 판단다. 정량을 담을 수 없으니 손님이 요구하는 대로 한줌, 한줌 더 주다 보면 남는 게 없단다. 그러니깐 미덕'이라며 미화시킨 < 덤 > 은 결국 미덕이 아니라 < 덤터기 > 가 되고 만다. 밑지는 장사가 어디 있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장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밑지고 파는 장사 많다. 문을 닫는 그 수많은 동네 가게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 읭 ?!
그런데 손님들이 모두 알뜰 주부 흉내를 내며 덤으로 콩나물을 한줌 정도 강제로 가져간다면 ? 콩나물을 파는 할머니의 수익은 반토막이 날 것이다. 먹다 남은, 한줌의 콩나물은 먹다 먹다 남아서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버려질 것이다. 버리는 한이 있어서 덤을 얻겠다는 이 순수한 절약 정신. 하루 장사 해서 몇 만 원 버는 이에게 덤'을 요구하는 것은 미덕이 아니다. 얌체 짓'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덤을 요구하거나 값을 흥정하는 것은 열악한 시장 노동자가 가져가야 할 이윤을 빼앗는 행위'이다.
사람들은 시장에서 덤을 요구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시장보다 비싼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는 덤을 요구하지 않는다. 시장은 그냥 만만한 것이다.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백화점에 가서 물건 살 때 < 덤 > 을 요구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 왜냐하면 같은 콩나물이라고 해도 백화점에서 파는 콩나물이 시장에서 파는 콩나물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논리 모순이다. 한줌의 콩나물을 얻기 위해 한줌의 양심을 팔지는 말자. 부끄러운 줄 알아라. 상인이 덤을 주는 것이야 그렇다고 쳐도, 덤을 요구하지는 맙시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