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각하 > 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 20세기 각하 > 를 분석하는 것이다. 그러니깐 각하가 2007년 12월 추운 겨울,  시장 바닥에서 빨간 핸드마이크를 잡고 " 믿숩니까 ? " 라고 외쳤을 때, 일단은 믿음을 유보하고 2007년 12월 이전의 생의 내역'을 뽑아서 분석하면 된다는 말이다. 내역이 곧 내력'이다. 각하는 스스로를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며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한다고 외쳤지만, 21세기는 조용필 이외'에는 아무도 욕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각인시켜 주었다. 입말의 첫 글이 길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대는 아버지요, 아들은 현대'다. 아들은 아버지의 습속을 유전적으로 닮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뒷조사'라는 말을 쓰기가 민망해서 고고학'이라고 그럴싸하게 포장한 후 16세기 프랑스 사회를 뒤진다. 조사하면... 다 나와 ! 미셸 푸코는 현대의 권력 구조를 폭로하기 위해 중세와 근대를 분석한다. < 감시와 처벌 > < 광기의 역사 > < 성의 역사 > 는 모두 그러한 것들의 결과였다. 그가 < 감시와 처벌 >에서 인용한 판옵티콘은 원형감옥으로 1인의 보이지 않는 감시자가 다수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제레미 벤덤이 고안한 원형 감옥 그림을 첨부할까도 생각했으나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해하기 쉬운 예가 있다. 지금의 국정원이 바로 판옵티콘'이다. 국가 권력 기관의 보이지 않는 눈이 민간인 사찰에 쓰이는 것이 바로 판옵티콘의 나쁜 예이다. 각하가 " 믿숩니까 ? " 라고 말할 때 우리는 믿으면 안됐다.  왜냐하면 옵하/오빠'가 " 옵하, 믿지 ? " 라고 말하는 순간 믿으면 안된다는 사실은 모두 다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각하는 그런 존재다. 옵하'가 그런 존재니깐. < 감시와 처벌 > 은 푸코의 저서 중 가장 쉽다. 일독을 권한다.

 

 

 

 


 

 

 

판옵티콘의 새로운 변종 : 셀프카메라'가 당신을 노린다.

 

 

 

 

 

 

 

 

이 세상 모든 종교의 공통점은 " 위에서 다 내다보고 계십니다 ! " 다. 심판이 안 볼 때 다람쥐처럼 날쌘 메시의 옆구리 쿡쿡 찌르고 싶지만 위에서 내려다보시니 그럴 수 없다. 뛰어 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니 그럴 수 없다. 그분은 다 알고 계십니다. 이게 바로 종교의 기본적 성격이다. 이 세계관을 푸코'는 약간 다른 각도로 비튼다. 하느님의 내려다보심'과 부처님의 손바닥'을 하드코어 판타스틱 느와르 버젼으로 변형하면 < 판옵티콘 > 이 된다.  

 

 

판옵티콘이란 원형감옥 core에 위치한 높이 솟은 탑의 감시창에서 죄수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감시자는 죄수를 24시간 감시할 수 있으나 죄수는 감시자를 볼 수 없다. 보이지 않는 눈'이다. 뜬구름 잡는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판옵티콘은 현대사회에서 널리 활용되는 시스템이다. 청와대 민간인 사찰도 보이지 않는 눈'이다. 권력을 남용해서 개인의 사생활을 열어볼 수 있다. 스토커 또한 판옵티콘의 변형이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어 ! 아... 지난 여름에 한 일을 모두 알고 있다면 그 무더운 밤 야동을 보며 혼자..... 손으로 자두와 키위'를 집어먹었다는 사실도 그는 알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 무쉬무쉬하다. 

 

 

그런데 이 판옵티콘이 이상한 방식으로 변형되었다. 타인의 눈이 자신을 감시하는 방식에서 자신의 눈으로 자신을 감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된 것. 아마... 이 사실은 푸코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그 어느 철학자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내가 이 자리를 빌어 처음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첵도 아직 모르고 있을걸, 바디우도 아직 모르고 있을 거야. 허허허. 

 

 

21세기 카메라의 성능은 관음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단춧구멍으로 진화한 몰카는 당신의 침대를 엿본다. 흥분하면 사랑하는 사람의 그것을 불기둥이라고 소리친다는 사실도, 흥분하면 솔과 라 음으로 목소리가 높아진다는 사실도, 아와 어 사이의 애, 매모호한 원시적 소리를 낸다는 사실도 카메라는 죄책감 없이 담담하게 기록한다는 사실도 ! 이놈이야말로 < 보이지 않는 눈 > 이요, 판옵티콘의 결정체'라 할 만하다. 몰카의 시대는 가고 셀카의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작은 반전이 생긴다. 사람들은 타자의 카메라가 자신에게 불리한 것을 기록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자신의 카메라로 자신에게 불리한 기록을 한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자기 스스로 자기에게 불리한 증거를 남기는 것이다. 찍힌 것은 불리하고 찍은 것은 안전하다는 생각은 당신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찍힌 사진이 초상권 침해라면 자신이 찍은 사진은 초상권을 판 것이 된다. 찍힌 것과 찍은 것은 동일하다. 패밀리레스토랑만 가만 먹기 전에 사진부터 찍는 버릇은 언젠가 당신의 유죄를 증명할 결정적 한방이 될 것이다. 검사는 당신의 미니홈피나 블로그 혹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올린 모든 내역을 조사해서는 결정적 한방을 찾아낼 것이다. 검사가 프로젝터'를 설치할 때 당신은 이미 끝 !  ( 긴장하시라... )

 

" 재판장 님 ! 오춘자 씨가 5월 13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사진 한 장을 첨부합니다 !!! " 스스스스스슥... 프로젝터의 열이 오르고 나면 이내 스크린에 음식 사진 하나'가 뜬다. 재판 참관인들 우, 우우 하거나 오, 오오 한다. 그런데 예상 밖이다. 그냥 평범한 사진 한 장.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음식 나오면 후레쉬 터트리며 찍는 단순한 사진 한 장. 파스타 요리 사진이 전부다. 프레임 주변에는 포크를 순에 쥔 손가락들만 보인다. 그런데 이 사진 한 장이 당신의 감형 없는 25년 유죄를 증명할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 존경하는 재판장 님 ! 여기 사진 한 장을 첨부합니다. 오춘자 씨는 5월 13일 자신의 블로그에 아욱백에서 찍은 음식 사진 하나를 올립니다. 사진 왼쪽 프레임을 보시면 남자의 손이 보이죠 ? 얼굴은 안 보이지만 손가락은 보이실 겁니다.  새끼 손가락에 푸우 밴드 보이시나요 ? 바로 살해된 피해자의 손입니다. 그날 죽은 피해자 또한 새끼 손가락에는 푸우 곰돌이 밴드를 붙여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그날 피해자인 황만근을 만난 적이 없다고 했지요 ? 예 아니오 라고만 답하십시요. 다시 묻겠습니다. 그날 당신은 황만근 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진술했죠 ? 여기 오춘자 씨의 진술 녹취록을 첨부합니다. 이 사진을 보면 오춘자는 그날 피해자와 강남 아욱백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왜 만난 적이 없다고 진술하셨죠 ? " 

 

 

그렇다, 당신이 아무 생각 없이 올린 한 장의 사진은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결국 당신은 당신의 유죄를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사진을 찍은 것이다. 무쉬무쉬하지 않은가 ? 스스로 타자의 눈이 되어서 자신의 일상을 체록하는 것이다. 물론 당신은 동치미 무처럼 결백해서 죄 짓지 않고 살 위인이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당신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범죄란 당신이 제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니깐 말이다. 당신이 찍은 사진은 당신의 올가미가 될 수 있다 ! 

 

어쩌면 손톡톡소식상자* 에 부착된 렌즈'는 거대 판옵티콘 지도부의 계략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원형감옥의 감시창 대신 핸드폰의 렌즈로 모습을 바꾼 것이리라. 축소지향적 사회가 아니었던가. 아무도 믿지 마라. 당신이 찍은 것들은 언젠가 결정적 한방이 될 것이다. 각하도, 옵하도, 셀카도, 아무도......

 

 

 

 

 

* 손톡톡소식상자 : 휴대폰의 다듬글

- 오소리 입말 사전/ 소율 著

 

* 다듬글 : 순화어의 순우리말

- 오소리 입말 사전 / 소율 著

 

* 묶어서한몸 : 관용어의 순우리말

- 오소리 입말 사전 / 소율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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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3-03-25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코 성님이시여!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5 23:42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푸코 성님은 갑인가 봅니다. 21세기는 푸코와 들뢰즈의 세상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