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litter : 어수선하게 흩어진 물건, 잡동사니, 찌꺼기, 쓰레기, 난잡, 혼잡

- 사전적 정의

 

편지를 훔친 장관은 편지/letter'를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숨긴다. 왕비가 비밀리에 밀사(들)를 보내 장관의 집을 이 잡듯이 뒤지지만 편지를 찾을 수는 없었다. 장관은 이 편지를 어디에도 숨겼을까 ? 정답은 책상 위에 널브러진 편지함에 두었다. 왕비의 밀사들은 왕비의 목숨이 달린 중요한 letter가 litter로 둔갑되어 아무렇게나 방치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장관은 편지/ LETTER'라는 단어를 잡동사니/ LITTER'로 둔갑시킨 것이다. 장관은 말 그대로 중요한 편지‘를 어수선하게 흐트러진 물건’으로 위장했다. 누가 보아도 그것은 잡동사니‘였으며, 구겨지고 찢어졌고, 더렵혀진 쓰레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뒤팽‘은 장관의 속임수를 단번에 간파한다. 뒤팽이 장관의 집을 방문하여 눈여겨본 것은 고급 양장의 편지 LETTER’가 아니라 더러운 편지 / LITTER'였다. 결국 편지는 너무 쉽게 보이는 곳에 있어서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투명편지'가 된 것이다. 

 

 

 


 

 

 

A마 부인.

 

Faster Pussycat! Kill! Kill! by Roosterization

 

 

 

 

좋은 영화에는 명장면과 명대사‘가 있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가장 유명한 대사는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의 “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 ” 일 것이다. 그리고 터미네이터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오스트리아 억양이 강한 사투리‘로 “ 돌아온당께 ! ”라고 말한 장면도 떠오른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명대사’는 다스베이더의 “ 내가 네 애비다 ! ” 다. 명대사는 항상 간결하고 쉽다. 이 말‘은 너무 강력한 오이디푸스적 발화’여서 관람객을 소스라치게 놀라게 했다. 다스베이더’가 아버지였어 ?! 맙소사 ! 하지만 좋은 영화‘에만 명장면, 명대사’가 있을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된다. 지금부터 나는 애마부인의 그 유명한 장면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심장이 두근거른다. 침이 고인다.

 

*

 

나는 지금도 그 장면‘을 생각하면 심장이 둥둥거린다. 그것’은 마치 포우의 < 도둑맞은 편지 > 에 나오는 편지‘와 같다. 엄혹한 강철군화 양아치(박정희에서 노태우까지!)의 검열’을 뚫고 나온 빛나는 명장면‘이었다.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당시의 문화 검열‘은 상상을 초월했다고 한다. 송창식이 부른 < 왜 불러 ? >의 가사’가 반말이라고 해서,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방송 금지 곡이 되었다는 사실’은 그 시대‘가 얼마나 끔찍한 검열 기계’였는가를 알 수 있는 증거‘다. 사정이 그러하니 영화‘라고 다를 리’가 없다. 에로 영화‘를 찍는데 옷을 벗지 않고 찍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 하지만 검열 기관은 첫째, 전라는 안 됩니다. 둘째, 키스까지는 허용하나 입이 서로 벌어지면 안 됩니다. 셋째, 젖꼭지가 보이면 안 됩니다. 넷째, 물론 거웃이 보이면 안 됩니다.

 

이 네 가지 기본 조건을 충족시키는 범위 안에서만 영화를 찍어야 한다. 감독은 고민한다. 검열을 피하면서, 전라의 모습을 피하면서, 그러면서도 관객의 페니스를 발기시킬 수 있는 강렬한 에로! 에로!! 에로!!! 에로 !!!!! 감독은 강렬한 에로 영상‘을 얻을 욕심으로 번민에 빠진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은 컸다. 그래서 그 시절 그때의 에로 감독‘은 늘 애로사항이 많았다. 쉽게 말해서 당국의 검열 기계’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옷을 입힌 채‘로 에로 영화’를 찍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나 ? 감독은 자신의 예술혼을 배설하지 못하는 현실이 괴로워서 충무로 순댓국집‘에서 1000원짜리 술국’에 막걸리를 마시며 괴로워했다.

 

벌거벗은 몸이 범죄‘라면 비너스와 다비드’에게도 옷을 입혀야 하는 것일까 ? 구라파 육체‘는 예술이고 조선 놈 몸뚱이는 외설’인가 ? 마라톤 주자의 다리가 천만불짜리 다리라면, 에로 영화에 있어서 천만불짜리 부위는 여자의 젖가슴이 아닐까 ? 감독은 그 에로배우의 젖가슴을 보고 나서부터 더욱 애’가 달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투명한 피부, 움직일 때마다 좌우로 흔들리는 탄력성, 분홍색 젖무덤, 우뚝 솟은 젖꼭지, 버선 앞코 같은 완벽한 선. 감독은 너무 아름다워서 감히 그것을 쳐다볼 수도 없었다. 애가 달고, 애가 타고, 애를 쓰고, 애를 졸였다. 이 천만불짜리 여배우의 젖가슴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은 마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동상‘이 외설이라는 이유로 동상에 옷을 입힌 채로 전시하는 것과 같다. 애가 탄다, 똥줄이 탄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 진정한 외설’은 너희들이다. 개새끼들아 ! ”

 

그러다가 문득 번개‘가 머릿속에서 스쳤다. 옷을 벗길 수 없다면 옷을 입힌 채’로 다 보여주면 될 것이 아닌가 말이다. “ 포우의 도둑맞은 편지. 그래, 바로 그거야 !!!!!!! ” 감독은 손에 힘을 주며 바닥을 내리쳤다. 사발에 담긴 막걸리‘가 파랑주의보가 내려진 동해바다’처럼 출렁거렸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 애마부인 > 의 그 장면‘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보았던 모든 장면을 통틀어서 애마부인의 그 장면’은 가장 완벽한 에로의 아우라‘였다. 왜냐하면 나의 페니스’는 강철보다 더 단단하게 발기했으므로 !

 

영화 속 여배우는 팬티‘를 입었다, 란제리’도 입었다. 그러므로 검열 기관이 주문한 요구에 부합했다. 하지만 관객‘은 불만으로 몸이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옷 속에 가려진 젖가슴이 굉장한 가치’가 있는 예술품이라는 것‘을 눈치 챘기 때문이다. 잘 컸다, 정말 잘 컸어! 관객들은 속으로 속삭였다. 저 남다른 발육 상태’를 보기 위해서 관객은 돈을 내고 입장한 것이 아닌가 ? 관객들도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 검열 기관‘을 ! 그래서 다 보여 달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그 여배우의 깊은 가슴골’이라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더냐. 하지만 고작 보여주는 것은 팬티 입은, 더군다나 란제리’까지 입은 여배우였다. 설상가상 여배우는 조명 없는 깜깜한 야외 정원에 맨발로 서 있다. 여기저기서 새우젓, 십장생, 우랄산맥, 잣 까고 있는 잣 장수‘라는 말이 쏟아졌다. 누군가 캄캄한 어둠을 틈타 외쳤다. 그의 힘 있는 말투에는 선동의 기미가 엿보였다.

 

“ 시바, 잣 까서 먹고 있네 ! 우리가 저 여배우 맨발’이나 보려고 여기 온 줄 아쇼 ! 내 마누라 맨발이 더 섹시하외다. 난 무식해서 유식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오. 솔직히 말해서 이 영화 보려고 온 사람들 전부 좆이 꼴리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 아니오. 지금 꼴린 사람 있소 ! 있다면 손 들어보쇼 ! 동짓날 엿‘처럼 힘주면 딱하고 부러질 좆이 된 사람이 지금 이 자리에 있소 ? 지금 내 좆은 8월의 엿가락처럼 축 늘어졌소이다. 닝기미 조또 시베리아 오오츠크해, 오오츠크해 ! ”

 

그때, 바로 그때‘였다. 천둥소리가 개 흉내를 내며 으르렁거렸다. 어디서 탱크 지나가는 소리 ! 관객들은 웅성거렸다. 신이 분노한 것일까 ? 동방예의지국에서 감히 좆을 이야기하다니... 자신들을 심판하기 위해서 검열 괴물’들이 군대를 끌고 극장을 쳐들어온 것일까 ? 하지만 그 소리‘는 영화 사운드’에서 나는 소리였다. 영화 속에서는 지금 천둥을 동반한 굵은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기적은 지금부터였다. 굵은 비‘가 여배우의 몸을 때리며 섬유 속으로 스며들자 하얀 란제리와 팬티’가 투명하게 바뀌면서 속살이 나타났다. 물에 젖은 천은 몸에 달라붙어서 마치 피부의 일부 같았다. 천둥이 칠 때마다 얼핏, 얼핏 그녀의 실루엣이 비쳤다. 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배우의 나체’가 그곳에 있었다. 풍만한 젖가슴, 천 속에 가려졌으나 도드라지게 선명한 젖꼭지의 색깔. 관객은 믿을 수가 없었다. 화룡점정은 w와 x를 거쳐서 y 지점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역삼각형‘의 검은 영역’이 젖은 옷을 뚫고 선명하게 보인 것‘이었다. 대한민국 최초’로 울창한 검은 숲이 노출된 것이었다. 검은 색‘이 이토록 아름다웠던 색이었단 말인가 ? 아, 아아아.

 

그것‘은 예술이었다. 아니 마술이었다. 옷을 입은 채’로 모든 것을 다 보여준 것이었다. 그것은 포우의 도둑맞은 편지‘처럼 누구나 볼 수 있었지만 아무도 보지 못한 왕비의 편지와는 반대로, 관객은 다 가렸지만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투명 망토‘를 목격했다. 비록 번개‘가 칠 때에만 그녀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지만 번개’처럼 빠르게 사라지는 그 와중에도 볼 것은 다 봤다. 그들은 강하게 꼴렸다 !

 

*

 

나는 감히 < 애마부인 > 의 “ 비에 젖은 란제리 ” 장면을 한국영화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 검은 역삼각형의 숲이 나의 그것을 단단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히치콕 감독의 < 사이코 > 에서의 샤워 장면이 명장면’인 이유는 공포영화답게 공포‘를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의 장르에 충실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다. 오손웰즈의 영화도 그렇고, 찰리 채플린의 영화도 그렇다. 고다르도 그렇고, 트뤼포도 그렇고, 알랭 레네도 그렇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장르’에 충실할 뿐이다. 고다르는 영화를 통해서 철학을 구현하고 싶어 했고, 파스빈더‘는 금기‘를 재현하고 싶어 했다. 에로 영화’도 마찬가지‘다. 에로영화’는 당신의 그것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전부이다. 그것은 천박한 것도 아니고, 외설’도 아니다. 물론 예술‘도 아니다. 하지만 예술이 아니라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도대체 피카소나 앤디 워홀이, 뒤샹‘이 당신의 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

 

정말 외설스러운 것은 젖은 란제리를 통해서 보여주는 검은 젖꼭지‘가 아니다. 벌거벗은 육체’는 범죄의 요소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발기한 페니스 또한 범죄의 증거‘가 아니다. 외설’은 검열 기관‘들이다. 꼭 가위를 들고 필름’을 자르는 심의위원회‘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심의 기관’이다. 그들이 심의하는 범위는 굉장히 다양하다. 노조 결성‘을 검열하기도 하며, 학생들의 인권조례’를 검열하기도 한다. 그리고 당신의 도덕적 타락도 감시한다.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육체는 불지옥으로 떨어진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모든 것은 검열의 대상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입에서 똥구멍까지!

 

이렇듯 검열 기관‘은 굳이 심의 기관이라는 이름을 달지 않아도 다양한 이름으로 이 사회에서 맹활약 중이다. 그 기관들은 모두 자신이 소속된 기관에 충성을 맹세한다. 삼성이라는 이름의 아버지에게, 사학재단이라는 이름의 스승에게, 종교라는 이름으로 보이지 않는 신에게 말이다. 그들은 모두 이 기관들의 하청을 받아서 사람들을 순종적인 인간’으로 세뇌시킨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반항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내가 열거한 위의 삼위일체’는 서로 공모해서 자신들의 이익 사업‘을 확장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들의 이권 사업을 위해서 다수’를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삼성’은 이 씨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 노동자‘를 파업이나 해서 국가경쟁력을 해치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사학재단은 등록금 돈벌이를 위해서 고졸’을 경쟁력 없는 스펙, 나아가 루저‘로 왕따 시킨다. 이 모멸을 견디기 위해서는 비싼 돈을 재단에 바치며 그들의 훈시를 들어야 한다. 이것은 일종의 조공’이다. 대학 졸업장 하나 받기 위해서 우리‘는 등골을 판다. 캔터키 후라이트 치킨’을 튀기기 위해서 대수학과 평행이론‘을 배운다. 하지만 결국 얻는 것’은 88만 원‘이다. 악랄한 착취이다. 종교라고 다를까 ? 그들은 엄격한 윤리적 도덕성’을 주장하지만 세상의 모든 그것는 아침마다 꼴리게 되어 있다.

*

 

자, 마칠 시간이 왔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명대사는 < 애마부인 시리즈 > 에서의 < 아 ! > 다. 이 짧은 대사'는 범인류적이다. 세계 공통어'이다. 가나다라만 알아도 이해할 수 있고, 가나다라를 몰라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에비시디만 알아도 이해할 수 있고 에비시디를 몰라도 이해할 수 있는 대사다. 누군가는 대사가 아니라 신음소리라고 주장할 지 모르겠으나 나는 당신의 딴지에 그냥 코 판다. 명대사는 항상 짧다 ! 에로영화는 시도 때도 없이 벗고 섹스’를 하지만 적어도 마지막 장면‘에서 만큼은 옷을 벗지 않는다. 그게 에로 영화 장르’의 멋이다. 이 장르의 마지막은 늘 소박하다. 젖가슴은 당신에게 훈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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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3-03-23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르크어로 '카라'는 '검다'의 뜻도 있지만, '신성하다'의 뜻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 말의 검다, 검은, 검, 곰 등 역시 신성하다는 뜻을 검다의 의미와 더불어 함께 지니고 있는 것처럼..

이라고 제가 지금 읽고 있는 책에 적혀 있네요. 울창한 검은 숲이 저 영화에서 처음 시도에 성공했군요. 그것도 무시무시한 검열기관을 통과하면서 말이죠. 비에 젖은 검은 숲은 아름답기도, 흥분되기도 하는 색이지만 신성하기도 한 색 같아요. 예술과 외설의 차이는 멀어 봤자 한 끗이니까요.

반항적인 인간은 호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어디서나 튀기 마련이고, 반항적인 인간이 많을수록 세상이 더 재미있어질 것 같아요. 곰발님은 반항적인 인간이다, 에 한 표! ^^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3 23:11   좋아요 0 | URL
제가 아시는 분이 에로영화 감독이신데... 가끔 얘기하다 보면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면 일부러딴 이야기로 돌리세요. 안 그러셔도 되는데 말이죠.
벌거벗은 육체는 죄 없다고 봐야 합니다. ㅎ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4 15:47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대로 하니 잘 되네요.. ㅋㅋ 기념으로 동영상 하나 올립니다.
무척웃기네요. 동영상이..ㅋㅋ

라로 2013-03-26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곰생발님,,,즐찾했습니다!! 앞으로 기대하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6 15:3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욧. 나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