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의 독설.
대중은 왜 김미경에게 열광할까 ? 성공한 < 용 > 이기 때문에 그렇다.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 반드시 놀던 물이 < 개천 > 이어야 한다. ( 구름 위에서 놀던 용은 절대 안 된다. ) 사람들은 그녀를 개천에서 용 났다고 생각한다. 관객의 판단이 아니다. 김미경은 특강 내내 자신을 별 볼 일 없는, 어두컴컴한, 증평의 촌년이라고 관객에게 자신을 소개한다. 갑자기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이룩한 성과를 과장하는 것보다 자신이 얼마나 고생했는가를 과장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 밑바닥에 처참할 수록 그 사람의 성공은 더 빛나기 때문이다. 김미경은 자신의 성공 스토리에 < 개천' > 이라는 밑바닥을 끌어들임으로써 자신을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든다. 처세의 달인'이기에 가능한 우아한 기술이다. 그녀는 늘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 힘들지 ? " 그리고는 이어서 다음과 말한다. "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성공한다." 이 말을 병렬을 연결하면 언니의 독설은 정말 나쁜 독설처럼 보인다. 힘들어서 쓰러질 것 같은 친구에게 힘들지, 라고 묻고는 더 열심히 해, 라고 채찍을 가한다. 깐 데 또 깐다. 잔인한 일본 순사'처럼 말이다. 이 세상에 인생의 키워드를 알려주는 특강은 없다. 멘토가 알려준 노하우를 그대로 실천한다고 해서 당신이 성공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인생이 그런 몇 가지 지시'로 운명이 바뀔 수 있다면 저 높고 높은 구름 위의 신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 멘토는 없다. 오직 甲만 있을 뿐이다.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by Sean Mort](http://24.media.tumblr.com/tumblr_liz4geNQrv1qe2w1uo1_500.jpg)
김
미경은 스타 강사'다. 최근에는 < 무르팍 도사 > 에도 나오고, 티븨엔 < 스타특강쇼 > 진행자'로 맹활약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스타강사 쇼'를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 쇼'로 키울 야심을 가지고 있을 터'이다. 중국에 사대천왕이 있다면, 한국에는 사대멘토가 활약 중이다. 안철수, 김난도, 혜민'에 이어서 김미경도 한국의 내노라하는 대표 멘토'가 된 것이다. 가뜩이나 특강으로 수입이 짭짤한 분이 책도 불티나게 팔리니 천국이 따로 없다. 그녀의 특강 주제'는 밥그릇 챙기기'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밥그릇은 쉽게 바닥을 보이는 법이다. 바닥을 숨기기 위해서 아무리 고봉으로 밥을 쌓아도 머슴밥이다. 뱃놈, 숟가락질 몇 번이면 그릇 바닥이 보인다.
김미경은 최근 인문학 비하 논란으로 화제의 인물'에 올랐다. 동영상을 찾아서 보았다. 핵심은 인문학 읽으면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 다. 차라리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이 유익하다는 논리인데, 이 정도면 노골적인 PPL 광고'이다. 왜냐하면 자기계발서'를 20권 남짓 써온 < 자기계발서의 오프라 윈프리' > 가 아니었던가. 자기 책 광고 하려고 인문학을 시건방 떠는 것으로 비하하는 것이다. 인문학을 소금에 비유한다면, 성공학은 설탕이다. 설탕은 안 먹으면 되지만 소금은 섭취를 못하면 죽는다. 그게 인문학과 처세학의 차이다. 그녀의 말대로 책은 죄 없다. 사람도 아무 죄 없다. 문제는 김미경을 멘토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이것저것 맛 보는 것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대한민국 성인의 1년 독서량이다. 1년에 한 권 읽는 수준의 독서'가 꼭 (언니의) 독설'이어야 할까 ? 끼리끼리 논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김미경 특강을 보고 있으면 그녀는 꼭 약장수 같다.
자기계발서의 한계'는 분명하다. 자기계발서'가 하라는 대로 따라 해서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자기계발서의 정체다. 그녀의 책이 백만 부가 팔렸다면 백만 명이 읽었을 것이고, 그 책이 집의 서재에 꽂혀 있다면 엄마가 읽고, 아빠, 동생이 읽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녀의 책을 읽은 사람은 최소 200만 명이 될 터인데, 왜 항상 그 모양 그 꼴로 살아가는 것일까 ? < 400만 원으로 10억 만들기 > 라는 재테크 서적이 있다. 그 책의 노하우를 충실히 따르면 모두 부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과연 있었나 ? 시중에 떠도는 자기계발서의 팔 할은 쓰레기'다. 김미경은 초등학교만 나오면 다 나오는 얘길 왜 인문학에서 배우려고 하느냐고 묻는다. 그렇다면 반대로 똑같이 한번 당신에게 되묻자.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깨우치려면 깨우치는 법이거늘, 왜 이런 특강쇼'를 기획하는 것이오 ?
1년에 쏟아지는 이런 책들은 출판 시장을 오염시킨다. 수백 권의 자기계발서'가 쏟아지지만 사실은 똑같은 말이다. 유식하게 말하자면 ( 보드리야르의 말을 빌리면 ) 동일증식'이다. 김미경이 스타 강사여서 그렇지, 별 볼 일 없는 책들도 김미경이 했던 소리를 글자 하나 안 틀리고 무한 반복한다. A라는 책의 주제가 < 디테일을 중시하라 > 라면 B의 책은 이 디테일을 살짝 비틀어서 < 꼼꼼한 김대리의 성공 노하우 > 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온다. 그리고 C의 책은 < 이제는 친정 엄마 마인드'다. > 라는 컨셉을 잡는다. 디테일을 구수한 한국식 말로 바꾸면 잔소리요, 꼼꼼한 태도'가 아닌가. 또한 그러한 상징적 인물은 친정엄마가 아닐까 ? 결국 같은 이야기의 변주다. 이런 식의 무한반복이 바로 자기계발서'이다. 그러니깐 당신은 10년 전에 읽은 책을 제목만 바뀌어서 나온 책을 다시 읽는 것이다. 10년 전에 그 책을 읽었다면 지금은 성공한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그 모양 그 꼴로 그 책을 다시 읽는 것이다. 성공하기 위해서 말이다.
밑천이 없을 때 바닥을 보이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두둑한 종잣돈을 쌓아두고도 바닥 운운 하며 죽는 시늉을 하면 얄미운 법이다.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극적으로 보이기 위해 개천'을 끌어들이지는 말자. 이만큼 고생해서 이렇게 성공했으니, 당신들도 그만큼 고생해야 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쉽게 말하지 말자. 눈코 뜰 사이 없이 살아온 그녀가 틈틈이 3년 간 9권이나 책을 썼다. 참... 부지런하시다. 이 정도면 조르조 심농과 견줄 만하다. 심농은 평생 300권의 작품을 선보였다. 단, 심농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의 따위'를 하지는 않았다. 오로지 글만 썼다. 다른 건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인문학 서적은 한두 달에 한 권씩 완성될 수는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정약전은 평생을 통해 단 한 권'을 남겼다. 그리고 발터 벤야민은 자신이 쓴 책 때문에 나치에 쫒겨다니다가 어느 낯선 나라의 국경 근처에서 자살을 선택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당신은 언제 단 한 번이라고 목숨 걸며 책을 쓴 적이 있던가 ? 인문학과 자기계발서의 차이다.오빠의 독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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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최근에 나온 책의 발매 시점'을 나열해 보았다.
아트 스피치 2010/05
스토리 건배사 2010/11
언니의 독설 2011/06
키즈 스피치 2011/07
스토리건배사2. 2011/11
한달에 한번... 2012/02
2012 자기계발 2012/02
내 안의 스티브 2012/02
드림온 201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