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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괴물, 억압과 위반 사이 - 영화, 페미니즘, 정신분석학, 개정판 ㅣ 여이연문화 3
바바라 크리드 지음, 손희정 옮김 /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여이연) / 2017년 6월
평점 :
발 기 와 어 퍼 컷 :
페니스 덴타타 : 이빨 달린 남근
바바라 크리드의 << 여성 괴물, 억압과 위반 사이 >> 는 기존의 영화 비평과는 달리 여성 괴물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 중심은 바기나 덴타타(이빨 달린 질) 서사이다. 탁월한 비평서다.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바기나 덴타타가 있다면 페니스 덴타타는 없는가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315/pimg_7499151043342932.jpg)
장르마다 그 장르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있다. 서부 영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은 존 웨인이고 마카로니 웨스턴 장르를 대표하는 아이콘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악당을 향해서만 총을 겨룬다기보다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쪽을 선택하는 ㅡ, 조금 애......매모호한 영웅이다.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한다. 머니머니해도 현상금이 최고여 ~
장르마다 그 시대에 어울리는 배우의 얼굴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상하게도 슬래셔 장르(피범벅 난도질 영화 장르)를 대표하는 배우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열광하는 슬래셔 괴물들 : 할로윈, 13일밤의 금요일, 스크림, 나이트메어 의 얼굴은 가면으로 가려졌기 때문이다. 익명의 괴물인 셈이다. 가면으로 가려진 슬래셔 괴물 중에서도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는 것은 토비 후퍼 감독이 연출한 <<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 1974 >> 에서 인간의 살가죽을 뒤집어쓴 채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 레더 페이스 " 일 것이다. 그는 전기톱을 하늘 높이 쳐들고 당신을 향해 달려온다. 시바, 모두 다 절단낼껴 ~
이 전설적인 영화는 슬래셔 무비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로 알려져 있다. 슬래셔 장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총보다는 (살을 찢고, 살갗을 벗기고, 신체를 절단하는) 날카로운 도구를 사용할 것. 쉴 틈 없이 죽일 것. 가면으로 얼굴을 가릴 것. <<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 >> 의 내용은 단순하다. 전기톱을 든 살인마가 마을에 도착한 젊은 여행객들을 아무 이유 없이 죽인다는 내용이다.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레더페이스가 손에 들고 있는 전기톱이었다. < 그 > 가 허리춤에서 전기톱을 추켜올렸을 때 나는 그것이 마치 발기한 페니스가 어퍼컷(?)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전기톱은 발기한 남근에 대한 노골적인 은유가 아닐까 ? 무엇보다도 나의 말초신경을 건드린 것은 전기톱에 붙어있는 톱니였다. 전기톱 몸통이 강철로 된 페니스라면 톱니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때 번개처럼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 있었으니 덴타타(: 이빨 달린ㅡ)라는 단어였다. 전기톱은 페니스 덴타타(이빨 달린 페니스)닷 !!! 아, 불알한 너의 그것. 페니스 덴타타 괴물인 레더페이스의 탄생은 1970년대 미국의 불안정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미국 연쇄 살인 사건은 대부분 1970년대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테드 번디, 골든스테이트킬러, 존 웨인 게이시, 에드 컴퍼는 모두 70년대 미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여성을 살인했던 연쇄살인범들이다. 극영화는 물론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연쇄 살인범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나 다큐)조차 거의 대부분 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놀라운 우연이 아니다. 그 당시 여성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연쇄 살인마에 의해 도륙 당했고 신체는 절단된 채로 발견되었다. 바기나 덴타타 서사가 자신의 페니스가 거세될 지도 모른다는 남성의 막연한 공포에서 비롯된 환상이라면 70년대 여성들은 이빨 달린 페니스 괴물에게 자신의 신체가 두 동강이 날 것이라는 공포에 사로잡힌 결과가 레더페이스다.
그것을 반영한 것이 70년대 슬래셔 장르의 유행이었다. 모든 현상은 작용과 반작용의 결과이다. 70년대에 이르러 스크린에 이빨 달린 페니스 남성 괴물이 등장해서 여성 신체를 슬래시(거세,토막)하는 현상은 60년대에 대한 70년대 남성의 백래시가 원인이다. 그렇다면 60년대 주류 담론은 무엇이었을까. 60년대 시대 정신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 아버지, 아버지 쌥새끼. 너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어 ! 젊은 68세대들이 주장했던 것은 아버지의 억압에서 벗어난 완전한 해방'이었으며 그 중심은 여성 해방 운동이다.
70년대 남성들은 68세대들이 광장에서 외쳤던 아버지 조까 _ 라는 외침에 충격을 받는다. " 허허허. 나의 페니스가 슬래시 당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로구나. 에헴. " 그 반작용이 레더페이스다. 최근 대한민국 사회를 강타하는 여성 혐오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명백한 백래시'다. 이대남 현상을 볼 때마다 나는 전기톱을 들고 돌진하는 페니스 덴타타 괴물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젊은 레더페이스 등에 올라탄 것은 국민의힘이다. 윤석열이 어퍼컷을 할 때 전기톱을 높이 쳐들고 괴성을 지르며 뛰어다니는 몸집이 큰 레더 페이스가 떠오르는 것은 나의 과대망상일까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발기(어퍼컷) 세레머니하는 K-레더페이스는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