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하는 인간, 호모픽투스 :
지옥은 인간 친화적이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징은 무엇일까요 ? 한때는 " 웃음 ㅡ " 이야말로 인간 고유의 특징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습니다만 최근에는 동물들도 웃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호모루덴스, " 놀이 ㅡ " 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동물들도 놀이를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정은 " 스토리텔링 ㅡ " 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야기하는 인간, 호모픽투스(Homo fictus)입니다. 앵무새는 인간의 말을 흉내 낼 수는 있지만 이야기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인간만이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인간은 잠을 잘 때에도 이야기(꿈)를 만드는 스토리텔링 중독자입니다. 스토리텔링의 궁극이 바로 문학이죠.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시나요 ? 저는 지옥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그 지옥이 아니라 " 지옥 같은 삶 ㅡ " 을 다룬 이야기를 좋아하죠.
지옥 같은 삶을 살던 주인공이 악전고투 끝에 지옥을 벗어나는 이야기야말로 심금을 울립니다. 문예 창작과 교수이자 단편소설 작가이기도 한 찰스 벡스터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 지옥은 인간 친화적이다 ! " 동의하시나요 ? 저는 100% 동의합니다. << 홍길동전 >> 이나 << 춘향전 >> 도 사실은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는 이야기'입니다. < 홍길동전 > 은 홍길동이 호부호형을 허락하지 않는 삶을 벗어나는 이야기이고 < 춘향전 > 은 춘향이 변 사또의 수청을 들어야 하는 삶에서 벗어나는 이야기죠. 사람들이 지옥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파란만장하기 때문입니다.
천국에서는 파란만장은 불가능하죠. 사건과 사고가 없는 곳이 천국인데 이곳에서 어찌 파란만장하며 쓰빽따끌한 인생 이야기가 펼쳐지겠습니까. 스토리텔링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스토리텔링의 99.9999999%가 바로 과정입니다. 과정은 이야기의 핵심이죠. 스토리텔링은 비단 문학에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인간에게도 스토리텔링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인생이라고 말합니다.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이 파란만장할수록 흥미를 끌죠. 그 사람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제가 노무현과 노회찬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파란만장도 없고 우여곡절도 없는 인생 이야기는 재미가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매력도 없고 재미도 없죠. 예를 들어볼까요 ? 다음과 같은 줄거리를 가진 소설이 있다고 칩시다. 그는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했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한 그는 중학교 때도 공부를 잘했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한 그는 중학교 때도 공부를 잘했는데 고등학교에서도 공부를 잘했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한 그는 중학교 때 공부를 잘했는데 고등학교에서도 공부를 잘했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공부를 잘했다. 여러분은 여기까지 읽고 나면 이런 소리를 하실 겁니다. " 작가 새끼, 장난 지금 나랑 하냐 ? "
윤석열의 스토리텔링이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이 재미없는 스토리텔링에 덧대어 사법 고시 낙방 9수 이야기가 펼쳐지면 나자빠집니다. 그는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했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한 그는 중학교 때도 공부를 잘했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한 그는 중학교 때도 공부를 잘했는데 고등학교에서도 공부를 잘했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한 그는 중학교 때 공부를 잘했는데 고등학교에서도 공부를 잘했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주 120시간 열공해서 사법 고시에 도전했다 낙방한 후 다시 도전했으나 낙방한 후 다시 도전했으나 낙방한 후 다......
재미있나요 ? 이것이 바로 윤석열이 살아온 스토리텔링입니다. 정치인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바로 스토리텔링입니다. 사실, 윤석열의 스토리텔링보다는 김건희의 스토리텔링이 흥미진진합니다. 문제는 " 김건희 " 라는 제목의 소설 장르가 피카레스크( : 악당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문학 양식) 라는 점입니다. 크아, 어쩔어쩔 ~ 저는 요즘 윤석열이라는 이름의 드라마에 푹 빠졌습니다. 그에게는 지금의 대선 행보야말로 지옥 같은 삶일 겁니다. 그동안 사쁜히 즈려밟고 다니던 꽃밭이 어느새 똥밭이 되었거든요. 피한다고 피하긴 하는데 피할 때마다 똥을 밟네요.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윤석열 스토리텔링의 화룡점정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저는 쇼파에 앉아 팝콘을 먹으며 티븨를 봅니다. 멧돼지는 시력이 좋지 않고 겁을 먹으면 도망치기보다는 공격하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 그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시간을 쪼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납니다. 일단, 들이대고 보는 것이죠. 저는 그의 공격적 행보를 보면서 그가 지금 겁을 먹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봇대를 나무로 착각하고 돌진하는 멧돼지를 보면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하고 돌진하는 돈키호테가 떠오릅니다. 냐하하하하하하하. 미췌버리겠네요. 하여튼 재미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