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플라토닉 사랑 예찬 :












궤변에서 개변으로











고백합니다. 저는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이완용을 친일파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친일파라기보다는 친한파'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비록 그가 돈에 눈이 멀어서 나라를 팔아먹는 이기적인 결정을 했지만 인과율을 따지자면 대한제국이 일본에게 백기 투항한 것은 결과적으로 많은 백성의 생명을 구한 꼴이 되었습니다. 만약에 대한제국이 일본에 대항하여 결사 항전을 했다면 수많은 백성이 전쟁으로 사망했을 겁니다. 당시 일본의 군사력은 막강했으니까요. 이유를 막론하고 이완용은 조선 백성의 생명을 구한 꼴이 되었습니다.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은 법이잖습니까. 


어줍잖게 허리 꼿꼿이 세우고 만주 벌판에서 결사 항전을 불사했던 독립 투사들이야말로 비난을 받아 마땅합니다. 독립운동가 나부랭이들이 독립 운동 한답시고 설치다가 얼마나 많은 백성이 죽었습니까 ?  친애하는 이웃 여러분, 제 주장에 동의하시렵니까 ? 그럴 듯하잖아요. 이완용이 나라 팔아먹어서 전쟁을 하지 않게 되었고, 백성의 생명을 구했으며, 일본 자본으로 철로를 놓지 않았습니까. 아마도 제 의견에 동조하는 분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제 주장은 궤변이거든요. 궤변을 궤변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이런 엉터리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궤변을 궤변으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람입니다. 


궤변을 분별하지 못하면 스스로 개변(ㅡ便)이 됩니다. 개똥 같은 인간이 된다는 것이죠. 마이클 셀렌버거는 << 지구를 구한다는 착각 >> 이라는 책에서 이와 똑같은 궤변을 늘어놓습니다. 그는 석유와 석유 파생 상품인 플라스틱이 고래와 바다거북의 생명을 구했다고 지적합니다. 독자의 궁금증을 폭발시키는 도발적 주장입니다. 그는 펜실베니아에서 발견된 값싼 석유가 고래를 멸종에서 구했다고 주장합니다. 석유와 그 파생 상품이 고래 기름과 자연 상품을 대체해서 더이상 고래를 잡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겁니다. 해양 생명을 죽이는 살인 도구가 생명을 구하는 백신으로 둔갑하는 순간입니다. 


그렇기에 플라스틱 해양 오염으로 바다 생물이 죽는 경우는 단순히 지엽적인 문제라는 겁니다. 이 궤변을 받아들인다면 이완용은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가 아니라 백성을 살린 애국노가 됩니다. 주권 포기 각서로 인하여 지엽적인 저항은 발생했지만  넓게 보자면 항전 대신 항복을 선택함으로써 대다수 백성의 목숨을 구했다는 겁니다. 동의하십니까 ? 일베에서 통용되는 수준의 궤변입니다. 그렇다면 석유와 플라스틱은 고래를 구했을까요 ? 방법은 간단합니다.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했던 시기와 그렇지 않았던 시기의 차이를 분석하면 됩니다.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미친듯이 사용했던 1904년에서 1978년, 고래잡이들은 100만 마리의 고래를 죽였습니다. 이는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과거보다 3배나 많은 수치입니다. 이 결과는 저자의 주장과는 정반대입니다. 값싼 석유의 발견으로 인하여 고래는 더 많이 죽었습니다. 이 사실은 저자가 이 책에서도 지적한 대목입니다. 그는 석유가 고래 생명을 구했다고 주장하고서는 뒤이어 이런 소리를 하고 자빠졌습니다. " 하지만 고래 사냥은 다시 훨씬 더 큰 규모로 재개되었다. 1904년에서 1978년, 고래잡이들은 100만 마리의 고래를 사냥했고 이는 과거의 세 배에 달하는 수이다. 


이것은 그가 앞에서 주장했던 내용을 180도로 뒤집는 내용입니다. 그가 지적한 1904~1978년은 석유가 절대적인 에너지원으로 자리잡은 시기였습니다. 석유 자원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무기였습니다. 1,2차 석유 파동이 발생한 해는 바로 1970년대였죠. 유럽의 대항해 시대가 아프리카 흑인에게는 지옥의 홀로코스트 시대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석유 시대는 고래에게 있어서는 해양판 홀로코스트였던 셈입니다. 뒤집기 신공을 선보이는 저 위의 발췌 문장은 저자의 은유입니까, 풍자입니까. 아니면 자아 비판입니까. 이 정도면 저자야말로 찐따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주장의 궤변을 독자들이 알아듣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문해력의 수준이 지하 밑바닥인 겁니다. 그들은 이 책을 읽고 감명한 나머지 플라스틱 천국 환경론자 지옥을 외치고 있습니다. 여러분, 플라스띡을 믿슙니까 ? (독자 일동) 네에. 믿슙니다 !!!!!!!!!!!    아니 시발. 이 정도 문해력을 가지고 있다면 도대체 책은 왜 읽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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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28 14: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부키에서 나온 거 보고 부키 자체에 실망감이 크게 들더라고요.
책 표지에는 심지어 레이첼 카슨 운운.... ㅠ_ㅠ
상금 크게 걸고 리뷰대회도 했던데, 아무리 상금이 탐나도 그렇지 빨아줄 책이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21-06-28 14:44   좋아요 4 | URL
이 책의 논조는 그런 겁니다. 몇 년 후에는 이런이런 문제가 발생해.
야,, 이 바보야. 몇 년 후에 그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발명될 거야. 걱정 쌈 싸드셔.. ㅎㅎㅎ

이런 태도로 일관해요. 원자력 고장나면 걱정하지 마. 사람들이 들어가서 고칠 테니까.. 걱정 붙들어매셔잉.. 이런 태도.. 뭐라더라 ?

˝ 설령 사용 후 핵연료가 대기 중에 다소 노출된다 한들 세상이 멸망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런 일에 대응할 수 있는 인원들이 늘 대기 중이다. ˝

아니 이게 과학 에세이가 할 소리입니까. 고장난 원자력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다들 노동자이고 대부분은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데 태연하게 누군가는 들어가겠지.. 헤헤.. 이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