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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평점 :
개소리의 끝없는 향연 :
초록은 동색
옛날에는 권력자가 권력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 전시(展示) " 를 선택했다. 행렬도 그림을 보면 대규모 인력이 가장 화려한 옷을 입고 깃발과 풍악을 울리며 행차했다. 당시에는 볼것이 귀한 시대여서 임금님 행차는 하나의 거대한 엔터테인먼트였다. 임금은 규모의 스펙타클을 강조함으로써 백성들 앞에서 왕권을 과시했다. 공개 처형도 마찬가지다. 공개 처형을 통해 보게 되는 것은 사형수의 죽음이 아니라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권력자의 권력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서 법과 제도가 개선되자 권력자가 권력을 과시하던 방법은 전시에서 은폐로 바뀌었다. 옛날에는 권력자가 노예를 죽여도 죄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옛날에는 육체적 폭력이었다면 지금은 정신적 폭력으로 바뀌었다. 권력자들은 채찍, 단두대, 몽둥이질 대신 수치, 모멸감, 협박, 왕따를 폭력 수단으로 사용하기에 이른 것이다. 어느 상담사의 기록을 보면 정신적 폭력을 받은 피해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차라리 육체적 폭력은 견딜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육체적 폭력보다 정신적 폭력이 더 잔인한 것이다.
스티븐 핑커는 <<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라는 책을 통해서 온갖 종류의 방대한 자료와 지표(100여개의 그래프와 표들)를 이용하여 현대는 과거에 비해 폭력이 줄어들었다고 선언한다. 그리고는 인류는 내면의 선한 천사가 악한 본성을 억누르고 덜 폭력적인 세계, 점차 더 인도적인 세계로 진화했다고 단언한다. 푸코와 레비스트로스가 살아계셨다면 서로 스티븐 핑커의 멱살을 잡고 쌍으로 뺨따구 스매싱 열 대를 날렸을 것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 밥은..... 먹고 다니냐 ? 스티븐 핑커는 폭력이 육체적 폭력에서 정신적 폭력으로 전환했다는 사실은 감춘 채 오로지 육체적 폭력 횟수만 놓고 폭력이 감소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체리피킹( 일반적으로 자기에게 불리한 사례나 자료를 숨기고 유리한 자료를 보여주며 자신의 견해 또는 입장을 지켜내려는 편향적 태도를 지칭하는 말이다. 과수업자들은 일반적으로 잘 익고 빛깔 좋은 과일 위주로 채집해 유통시키고, 품질이 떨어지는 과일들은 버리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태도에서 유래했다. 자신이 생산하는 과일에 대한 나쁜 평판을 우려하기 때문이다.)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육두문자를 뛰어넘는 칠두, 팔두, 구두, 십두문자를 남발한 이유이다. 스티븐 핑커는 전형적인 사이비 교수로 체리피커라 할 만하다.
세상의 모든 책이 모두 이로운 것은 아니나 이런 책은 해롭다. 마이클 샐런버거의 <<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은 환경론자들의 태산 같은 걱정은 허풍이라고 폭로한다. 그는 이 책에서 필사적일 정도로 악의를 가지고 환경론자를 공격한다. 북극곰 안 죽거덩, 아마존 불 타 없어지지 않거덩, 고래와 바다거북은 플라스틱이 살렸거덩, 물 졸라 철철 넘치거덩 ! 이 책을 읽노라면 환경론자들이 환경을 이용해서 돈벌이로 활용하는 녹색마피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왜 그토록 환경론자를 비난하는 것일까 ? 이 책이 내용이 알차고 좋은 책이었다면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이야기하겠지만
대부분은 하나 마나 한 소리의 향연이어서 소개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예를 하나 들어볼까 ? 그는 식량 증산은 기후 변화가 아니라 기계화가 좌우하므로 기후 변화에 따른 위험 요소는 낮다고 주장한다. 식량 생산량 증가는 기후 변화보다 트랙터, 관개 시설 개선, 비료 등의 요소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의 대안은 기계화란 소리로 들린다. 그리고는 바다 생물의 멸종은 기후 변화 요소보다는 인간의 남획이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이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도록 하자. 그런데 바다 생물 자원의 남획을 이끈 것은 어업의 기업화와 기계화'가 주범이다.
그렇다면 기계화는 바다 식량 자원을 고갈시키는 주범이 아닌가 ? 그는 이런 소리도 한다. " 2020년 영국에서 수행된 대규모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영국 어린이 5명 중 1명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악몽을 꾼 적 있다. " 쉽게 말해서 환경론자들이 지나치게 기후 위기를 과장해서 어린이 5명 중 1명은 겁을 먹는다는 것이다. 이 주장의 출처를 찾아 보니 없다. 그런데 이 주장을 다르게 해석하면 어린이 5명 중 4명은 악몽을 꾼 적이 없다는 소리가 아닌가 ! 나라면 이 설문 조사를 이용하여 이렇게 말할 것이다.
" 극단적 환경론자들이 기후 위기를 지나치게 과장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2020년 영국에서 수행된 대규모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영국 어린이 5명 중 4명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악몽을 꾼 적이 없다. 아이들, 존나 발랄하다. ( 페루애 ) "
그런데 이 모든 그의 격정은 8장 << 지구를 지키는 원자력 >> 이라는 챕터를 위한 스끼다시'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가 이 책에서 하고 싶었던 핵심 주장은 원자력 찬양이다. 그는 8장에서 원자력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에너지'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경배하라, 원자력 !!! 그리고는 다양한 원자력 누출 사고가 발생했지만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0명이라는 충격적인 주장을 한다. 나는 이 지점에서 그가 원전마피아의 후원을 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이지 않은, 절대 합리적이지 않은 해괴한 망상을 하게 된다.
마이클 샐런버거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암, 그렇고 말고. 적어도 그는 스티븐 핑커 같은 체리피커는 아닐 거야. 책을 덮다가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된다. 스티븐 핑커는 이 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칭찬을 한다. " 환경 운동의 일부 진영은 비생산적이고 반인간적이며 대단히 비과학적인, 죄와 파멸이란 담론에 스스로를 가두어 왔다. 셸런버거는 진실을 똑바로 꿰뚫어 보면서 우리가 정말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우쳐 준다. " 반인간적이며 비과학적인 스티븐 핑커의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오니 헛웃음만 나왔다. 초록은 동색이로구나. 씁씁한 마음에 빅엿 한 번 날려본다. 이런 책은 읽지 않는 것이 좋다. 모든 책이 이로운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