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 지 도 못 하 면 서 :
뜨거워. 몸속에서 밀려나와 !
지피지기는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너를 알고 나를 알면 그 어떤 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말이지만 본래 인간이란 < 너 > 를 모를 뿐 아니라 < 나 > 에 대해서도 모르는 족속이다. 말이 쉽지 지피지기는 신공에 가까운 내공'이다. < 지피 > 까지는 아니더라도 < 지기 > 만 해도 그 인간은 훌륭한 사람이다. < 남 > 을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은 < 나 > 에 대한 관심도 없다. 남자들은 종종 여자의 생리가 오줌을 누는 것과 같다고 믿곤 한다. 그러다 보니 김훈의 << 언니의 폐경 >> 과 같은 " 저세상 텐션의 발광 다이오드적 삼파장 극성 " 이 탄생하는 것이다.
- 얘, 어떡하지. 갑자기 왜 이러지...
- 왜 그래, 언니?
- 뜨거워. 몸 속에서 밀려나와.
나는 갓길에 차를 세웠다. 자정이 지난 시간이었다. 나도 생리날이 임박해 있었으므로 핸드백 안에 패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룸 라이트를 켜고 패드를 꺼내 포장지를 뜯었다. 내 옆자리에서 언니는 바지 지퍼를 내리고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나는 언니의 엉덩이 밑으로 바지를 걷어내주었다. 언니의 팬티는 젖어 있었고, 물고기 냄새가 났다. 갑자기 많은 양이 밀려나온 모양이었다. 팬티 옆으로 피가 비어져나와 언니의 허벅지에 묻어 있었다. 나는 손톱깎이에 달린 작은 칼을 펴서 팬티의 가랑이 이음새를 잘라냈다. 팬티의 양쪽 옆구리마저 잘라내자 언니가 두 다리를 들지 않아도 팬티를 벗겨낼 수 있었다. 팬티가 조였는지 언니의 아랫배에 고무줄 자국이 나 있었다. 나는 패드로 언니의 허벅지 안쪽을 닦아냈다. 닦을 때 언니가 다리를 벌려주었다. 나는 벗겨낸 팬티와 쓰고난 패드를 비닐봉지에 담아서 차 뒷자리로 던졌다.
<언니의 폐경> 일부 발췌
이 소설에서 묘사된 생리 장면을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는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김훈은 겨울 내내 얼었던 마당의 수도가 봄볕에 녹아 느닷없이 녹물을 쏟아내는 수돗물처럼 언니의 생리를 묘사한다. 더욱 황당한 것은 동생의 행동이다. 생리가 시작되면 가까운 휴게소로 차를 몰아 24시 편의점에서 팬티를 구입한 후 언니를 화장실로 안내하면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이 될 텐데 동생은 차 안에서 칼로 언니의 팬티를 찢는다. 언니의 행동은 더욱 기괴하다. 언니는 " 엉덩이를 들어올리며 다리를 벌린다. "
문장 안에 들어갈 조사 하나 때문에 열흘 동안 깊은 고민에 빠졌다는 완벽주의자가 여성 생리에 대한 기초 조사도 없이 궁서체스러운 문장을 뽑아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뜻밖에도 내가 이 장면에서 연상되었던 것은 전우가 총상 입은 동료 병사의 지혈을 막는 이미지'였다. 김훈은 철저하게 남성의 시각으로 두 여자의 곤경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발췌한 장면이 자매애보다는 전우애로 읽히는 대목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작품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의문은 쉽게 풀렸다. 심사위원 5명 모두 늙은 남자였다. 두 눈에 쌈심지를 켜고 잘잘못을 따지는 심사위원 눈에는 이 장면이 매우 자연스러웠던 모양이다. 아카데미상이 아카데미 회원(성공한 50대 백인 남성)의 욕망을 그대로 반영하듯이 한국의 문학상 또한 한국 문단에 소속된 늙은 남성의 욕망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런 인간들이 " 일상 속에 느닷없이 침범한 곤경 앞에서 무력한 여성을 묘사한 걸작 " 이라며 설레발을 떨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어르신, 생리에 대한 대처는 초등학생이라면 혼자서도 할 수 있습니다. 문단 어르신들 하는 꼬라지를 보면 이 양반들은 차 안에서 생리하면 911 이라도 부를 태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