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1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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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작 새 와    만 연 체   :











깃털들, 레이몬드 카버







                                                                                               아름다운 새의 대명사는 " 공작새 " 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 아름다운 새의 대명사 " 라는 수식어에 불만을 가질 것이다. 좋다, 양보해서 공작은 아름다운 새의 명사, 조사, 형용사, to부정사 정도'라고 하자. 하여튼 공작새는 아름답다(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동의할 수 없다. 공작새는 조금 징그럽고 약간 괴상하며 너무 과도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작의 화려한 " 날개 " 는 사실은 " 꽁지 " 이다.  날개보다 꼬리가 크다 보니 비행술도 최악이다.  멋을 과도하게 부리다가 나중에는 새의 본능도 상실한 것이니 주객이 전도된 삶이다.  그리고 울음소리도 듣기 좋은 음색이 아니다. 불혐화음에 가깝다.  지나치게 " 투머치-스럽다 " 라고나 할까 ?  공작(수컷)이 하늘을 멋지게 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비행기의 디자인이 오로지 날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장식을 최소화한 결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작새는 무거운 꽁지 깃털을 모두 다 뽑아버려야 할 것이다. 그래야 몸이 가벼워지니깐 말이다. 레이몬드 카버 단편소설 << 깃털들 >> 의 주인공 '나(잭)'는 프랜의 긴 금발머리와 잘록한 허리에 반해 결혼한다. 젊고 매력적인 신혼 부부는 아이를 낳지 않고 즐겁게 살자고 약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 동료인 버드와 올라 부부의 초대를 받고 그들의 집을 향한다. 잭과 프랜 부부를 맞이한 것은 버드와 올라 부부가 애지중지 키우는 공작새'였다. 미적 취향은 제각각이어서 잭과 프랜 부부는 공작새가 조금 징그럽고 약간 괴상하다고 느낀다. 


버드와 올라 부부의 아기는 공작새보다 조금 더 징그럽고 괴상하다. " 여태 본 적 없는 못생긴 아이 " 이다. 너무 못생겨서 차마 예쁘다는 흘림말조차 할 수 없다. 잭과 프랜 부부는 촌스럽고 못생긴 버드와 올라 부부를 보며 행복감을 느낀다. 그 행복감은 비교 우위를 선점한 자의 우월감이다.  잭은 " 그날 저녁 나는 내 인생이 여러모로 썩 괜찮다고 느낀다 " 이처럼 행복이란 상대적인 것이다.  잔인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나보다 불행한 사람을 발견할 때 느끼게 되는 것은 행복'이다.  마치, 잭과 프랜 부부가 그날 밤에 느꼈던 행복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행복은 또 다른 불행을 낳는다.  그날 밤,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느낀 잭과 프랜 부부는 뜨거운 밤을 보내고 임신을 한다.  그리고 아이를 낳는다.  출산한 아내는 긴 머리를 잘랐고 뚱뚱해 졌다.  그리고 아이는 음흉한 구석이 있다.  가족은 어딘지 모르게 뚱뚱한 공작새를 닮았다. 





+

단편소설 << 깃털들 >> 은 레이몬드 카버 자신이 이룩한 문학적 성취에 대한 불안으로 읽힌다. " 공작새의 깃털들 " 은 카버가 그동안 갈망했던 미니멀한 문장과는 결을 달리하는 만연체에 대한 은유처럼 보인다. 작가가 보기에 공작새의 깃털(화려한 만연체)은 솎아내야 할 악덕이다. 카버가 이 작품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간절함을 잃어버린 순간 자신의 문장에 덕지덕지 붙게 될 만연체'에 대한 공포였을 것이다.  단편집 << 대성당 >>  은 걸작이다. 여기에 덧대어 약간 과장하자면 압도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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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6-18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버의 대성당 작품집이 걸작이라는데 동의합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20-06-19 12:02   좋아요 0 | URL
읽다가 기절할 뻔했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