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브라더후드의 콩글리쉬 버전은 " 불알후드 " 이다. 내 성격이 성마른 데다가 혀가 짧다 보니 섹슈얼한 발음이 되었다. 아, 그놈의 R발음 ! 내 발음에 대하여 눈깔 불알이는 이도 있으나 혓바닥은 죄가 없지 않은가.
나는 앞으로도 대한민국 소년시대를 코리안 불알후드로 호명할 생각이다. 혓바닥 긴 자는 나에게 돌을 던져라 ! 한국 사회는 유독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보이지만 삐딱한 시선으로 그 현상을 응시하다 보면 오히려 한국 남성 사회의 동성애적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남이가 _ 라는 독특한 한국 남성의 의리는 동료애와 동성애가 뒤섞여 있다. 다만, 성관계만 없을 뿐이다. 그것은 아마도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남성과 여성을 분리한 데서 발생한 습속의 잔재처럼 여겨진다. 남중/남고를 거쳐 군대에서 청춘을 바친 남성은 직장인이 되어 부장의 시다바리를 위해 밤문화에 청춘을 바친다.
그리고 중년이 되면 조기 축구회로 다시 뭉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남성 혈맹이 이루어진다. << 내부자들 >> 을 거쳐 << 마약왕 >> 과 << 남산의 부장들 >> 에 다다른 우민호 감독의 영화들은 명백하게 동성애적 코드로 이루어진 서사-들이다. 우민호 영화는 의리와 배신이라는 주제를 끝까지 밀어붙인 것처럼 보이지만 뒤집어보면 사랑과 질투라는 코드를 의리와 배신으로 변주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은폐를 통한 은유의 방식인 것이다. 영화 << 남산의 부장들 >> 은 왕의 남자들이 벌이는 치정 드라마'다.
그것은 마치 남성판 후궁들이 펼치는 궁정극처럼 보인다. 알함불알 궁전의 추억이라고나 할까 ? " 내가 조선의 국모다 ! " 또 다른 시각으로 보자면 왕자들의 난처럼 보이기도 한다. 팔루스적 인간 박통(이성민 분)은 왕자들에게 묻는다. 누가 왕자지 ? 영화는 훌륭한 배우들의 좋은 연기에 힘입어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췄으나 힘만 주다고 허무하게 끝난 변비 환자의 초라한 결말은 아쉽다.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한 시도는 좋으나 아쉽게도 넓게 파는 데 그쳤다(대표적인 영화가 << 마약왕 >> 이다).
그것은 인물을 깊이 있게 파고들지 못하는 우민호 감독의 단점이다. 그가 좋은 감독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산의 부장들, 나쁘지는 않으나 좋은 영화도 아니다. 기억에 오래 남는 영화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