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신천지 : 띄어쓰기가 전혀 안 된 문장
아버지가 가방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셨다 /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셨다 " ). 띄어쓰기를 잘 못하면 발생하는 참사다. 이처럼 정확한 문장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낱말과 낱말 사이에 간격을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연인 사이가 아니라면 서로 대면 대화를 나눌 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말을 하는 것도 선을 넘는 것이고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져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선을 넘는 것이다. 그런데 종종 결집과 결속을 위해 혈맹을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 사장이 직원에게 가족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는 경우다. " 가족 같이 지내자 " 는 문장이 " 가 좆같이 지내자 " 로 변질되는 경우는 흔하디흔하디흔하디흔하다. 또한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하겠다는 시어머니의 맹세처럼 간사한 말도 없다.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며느리는 딸이 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사탕발림이다. 이처럼 띄어쓰기는 무시한 채 관계를 맺으려고 하면 메시지는 오염될 수밖에 없다. 띄어쓰기 잘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신천지의 예배 방식은 띄어쓰기가 전혀 안 된 문장을 연상시킨다. 하얀 소복으로 통일한 채 다닥다닥 붙어서 이만희 교주에게 경배를 드리는 모습은 마치 컨템퍼러리 아트 같다는 느낌마저 준다. 신천지가 이단이자 밀교이기 때문에 집단의 내향적 결속을 위해 가족주의를 강조한 결과인데 외향적 운동성을 가진 코로나와 조우하면서 재앙이 된 경우이다. 이처럼 가족주의는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결속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