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옷 입은 개

그는 술 한 잔 들어가면 여성 편력을 자랑삼아 몇 시간 동안 주절거리는 카사노바'다. 몸에 좋다는 보양식은 먼길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인물이다. 그는 섹스를 할 때 콘돔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한다. 콘돔을 사용하느니 차라리 섹스를 하지 않겠다는 주의'다. 촉감이야말로 섹스의 환희인데 고무 라텍스 끼우고 섹스를 하다니요. 내가 그에게 노-콘돔 섹스로 인해 상대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적 없냐고 묻자 그는 화들짝 놀라며 단호한 어투로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운동 신경을 너무 무시한다나 ?  그런 그는 작은 개 한 마리를 키우는데 개에게 항상 예쁜 옷을 입힌다. 그 정도면 꽃단장'이다. 그가 사진을 보여주며 귀엽죠 _ 라고 묻자 일동 귀여워 !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했다. " 아마 그 개는 콘돔 낀 자지 같은 기분일 거야 ! " 짐승이 바람 부는 날을 좋아하는 이유는 스쳐가는 바람이 털에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의 미학적 관점에서 개에게 예쁜 옷을 입히다 보면 좋은 촉감이 차단된다. 과연 그것이 짐승 입장에서 좋을까 ?  추운 겨울, 혹한에 털 없는 개를 산책시키는 일이 아니라면 개에게 옷을 입히는 것은 동물 학대'다. 개의 털은 그 자체로 훌륭한 코트이다. 노벨상 수상자 콘라드 로렌츠는 동물을 " 의인화 " 하는 것에 반대한다. 나 또한 그의 지적에 동의한다.






2 장 애 인

옛날에 애인과 술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가 " 갑분싸 " 한 적이 있다. 내가 패럴림픽은 없어져야 할 운동 대회'라고 말했기 때문이다(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올림픽과 패럴림픽 모두 없어져야 할 스포츠 이벤트'라고 말했던 것 같다). 그때 애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차별주의자 취급을 했다. 그 시절에 일베가 있었다면 일베 보듯 했을 것이다. 이 글을 읽고 나서 옛 애인처럼 눈물을 글썽거리며 나를 비난하는 이웃이 있을지라도 나는 여전히 장애와 싸워 이기는, 인간 승리를 다룬 장애인 올림픽 대회를 볼 때마다 거부감이 든다. 장애인이 장애를 극복하는 장면을 통해 얻게 되는 비장애인의 감동은 어딘지 모르게 천박한 구석이 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에게 삶의 의미 따위를 부여하기 위해 소비되는 존재가 아니다. 나는 장애와 싸워서 이긴 인간 승리의 서사를 찬양하며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_ 라고 말한 후 사지 멀쩡한 자신의 나약함을 부끄러워하는 명사의 글을 읽을 때마다 정말 좆같은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장애는 장애를 극복해야지만 비로소 아름다운 것으로 환골탈퇴하는 대상인가 ? 극복하지 못한 장애는 ?!  장애는 싸워서 극복해야 될 대상이 아닐 뿐더러 장애는 대부분 싸워서 극복되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결국 장애는 극복의 대상도 아니고 연민의 대상도 아니다. 장애는 그저 장애일 뿐이다. 당신의 그 싸구려 연민 따위는 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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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01-18 2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애를 이겨내야할 대상이나 한계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이들이 불편을 최소한으로 느끼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에 더 힘써야 할 것이라 여겨집니다. 조금 운 좋은 사림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평가하는 것과 큰 차이 없을 것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01-19 15:50   좋아요 2 | URL
성공도 따지고 보면 운에 기반한 선물이란 생각이 듭니다. 자기가 잘라서 성공한 것은 아니란 말이죠. 그것도 모르고 자기 잘난 맛에 설치다가는 설치류되기 딱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