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황홀 - 성석제의 음식 이야기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칼과 황홀







멸치 중에서 최상품은 " 죽방멸치 " 이다. 죽방(렴)은 대나무로 만든 부채꼴 모양의 말뚝으로 밀물 때 물의 흐름에 따라 문이 열렸다가 썰물 때 문이 닫히면서 잡힌 멸치를 죽방멸치라고 부른다. 맛이 뛰어나서 멸치 떼를 대형 그물에 가둬 잡는 일반 멸치보다 그 가격이 10배 더 비싸다.  산문집 << 칼과 황홀 >> 에서 성석제는 죽방멸치 한 마리 가격이 어림잡아 200원꼴이라고 계산하기도 한다. 그만큼 귀한 멸치인 것이다. 처음에는 멸치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겠지만 먹어본 사람은 죽방멸치의 가치를 인정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죽방멸치는 비린내가 거의 없다. 


또한 멸치 똥은 일반 멸치처럼 검지 않고 주황색을 띤다. 그렇다면 무엇이 맛의 차이를 결정하는 것일까 ? 죽음에 대한 공포가 맛의 차이를 결정한다. 촘촘한 그물코에 머리가 꽂힌 멸치는 어두컴컴한 바닷속에서 다가올 죽음을 직감한다. 움직여야지만 살 수 있는 세계에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공포이다. 멸치는 이 과정에서 속이 까맣게 썩는다. 우리가 멸치를 씹을 때 느끼게 되는 멸치의 쌉싸래한 비린내는 공포의 결과인 셈이다. 반면, 죽방림에서 잡힌 멸치는 자신이 죽방림에 갇혔다는 사실도 모르다가 죽기 직전에 가서야 알게 된다. 그래서 성석제는 죽방림을 멸치의 천국이라고 말한다. 


어부는 죽방에 갇힌 멸치를 뜰채로 건져내자마자 곧바로 끓는 물에 넣어 삶기 때문에 죽방에 갇힌 멸치는 그물에 잡힌 멸치에 비해 죽음에 대한 공포가 거의 없다. 놀다가 죽은 멸치가 죽방멸치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죽방멸치는 맑은 광택이 나며 투명하다. 그리고 예쁘고 날씬하다. 뒤틀려서 비명을 지르는 표정을 한 일반 멸치와 사뭇 다른 것이다. 먹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 하는데 멸치도 그렇다. 신나게 놀다 죽은 멸치는 때깔도 좋다. 내가 김난도와 혜민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들이 젊어서 하는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식으로 말을 하기 때문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 아니다. 


그것은 성장통이 아니라 속이 까맣게 썩는 과정일 뿐이다. 청춘 멘토라는 사람이 고작 가난한 청춘에게 한다는 소리가 고생 타령이라니 한심할 뿐이다. 고생이 돈 주고 살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내 고생을 당신에게 팔겠다. 그의 철학이 그토록 확고하다면 당신 자식새끼도 멸치잡이 그물에 머리가 꽂혀서 캄캄한 바닷속에서 두려움에 속이 까맣게 썩는 마음고생을 경험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꼬리는 힘차게 움직이는데 몸은 그물코에 꽂혀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 때의 공포가 성장의 밑거름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나는 그런 너님이 역겹다. 




+

은갈치와 먹갈치는 가격이 2배 차이가 난다. 당연히 은갈치가 맛이 좋다. 은갈치는 낚시로 잡은 갈치이고 먹갈치는 대형 그물로 잡는다. 먹갈치의 속이 먹처럼 까맣게 썩는 과정은 그물에 잡힌 멸치와 동일하다. 일반 멸치를 유심히 본 적 있다. 눈알은 짙은 색을 내며 움푹 들어가 있고 항상 고통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다. 저 속을 뒤집어 보지 않아도 속이 새카맣게 탔으리라는 것은 짐작 가능하다. 가끔 멸치 똥을 떼다 보면 미안한 생각이 들곤 한다. 도대체 얼마나 두려웠기에 이렇게 까맣게 태웠을까......



++

산문집 << 칼과 황홀 >> 에 대한 리뷰에서 이 책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는 이유는 마땅히 칭찬할 만한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들어간 삽화는 오히려 읽기를 방해하고 성석제의 글은 심심하다. 또한 음식 에세이이면서 음식에 대한 애정도 찾아볼 수 없다. 이 정도 애정이라면 황홀이 아니라 소홀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9-11-28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의 본질은 기억이다. 예를 들면 군대 생활이나 교도소 생활‘을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요리 1순위는 자장면이라고 한다. 생각해 보니 내가 군 생활을 할 때, 휴가 나와서 제일 먼저 간 곳은 집이 아니라 중국집이었다. 왜 많고 많은 맛있는 요리가 많은데 하필 자장면인가 ? 맛에 대한 기억은 7살에 고착되어 있다고 한다. 7살 때 먹은 음식을 기억하는 것이다. 자장면은 특별한 요리였다. 주로 입학식이나 졸업식 때 온가족이 모여서 즐겁게 외식을 할 때 단골 메뉴가 자장면이어서 자장면에 특별히 맛있는 요리가 아니지만 외부와 단절한 우울한 생활을 하다 보면 자장면이 생각나는 것이다. 맛의 본질은 맛이 아니라 기억이다.

수다맨 2019-11-28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정으로 고생만 죽도록 하고, 권세와 재물과 무관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 고생 예찬론을 언급한다면 최소한의 진실성은 있지요. 그리고 막상 그런 사람들일수록 고생이나 노동은 그냥 통증에 지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김난도는 물론이거니와 조국(장관 되기 전)이나 신형철 같은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모종의 불편함도 곰곰발님께서 쓰신 글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11-28 16:20   좋아요 0 | URL
그래도 조국은 아프니깐 청춘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잖습니까. ㅎ 김난도는 가난한 청년을 상대로 ˝ 가난-코인 ˝ 벌이를 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