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백 은   바 람 개 비 와   같 다   :












발화된 언어는 물리적 성질을 갖는다






- 날 사랑한다는 말을 안 했어요
-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도 있소
- 난 그 말을 듣고 싶었는데 그는 말해주지 않았어요
 
_ 동사서독 中 







영화 << 동사서독 >> 에서 장만옥은 장국영을 사랑한다. 장국영도 장만옥을 사랑한다. 끝 !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멜로-서사'가 아니라 메로나와 누가봐-서사'이다.  선남선녀가 서로 좋아하다 보니 그 사랑은 결실을 맺을 것 같지만 장만옥은 장국영의 형과 결혼을 한다. 그리고 장국영은 홀로 사막에 여관을 짓고 무사의 삶을 산다. 도대체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장국영을 잘 아는 무사가 장만옥을 찾아가 그녀에게 묻는다. " 왜 당신은 사랑하는 장국영을 배신했는가 ? " 그녀는 비를 잔뜩 머금은 검은 구름처럼 슬픈 표정으로 말한다. " 날 사랑한다는 말을 안 했어요. " 그 말을 들은 무사는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도 있소 _ 라고 말한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마음 표현을 굳이 말로 표현해야 아느냐는 소리'이다.  여자는 말한다. " 난 그 말을 듣고 싶었는데 그는 말해주지 않았어요. "  그 고백 이후, 그녀는 자살을 선택한다. 이 장면은 << 동사서독 >> 이라는 난삽한 서사의 핵심이기에 이 행간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자는 言(말)보다 心(마음)의 우위를 주장한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心보다 중요한 것은 言이라고 주장한다. 이 간극이 동사서독의 핵심이다.  고백은 바람개비와 같다. 바람개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볼 수 있게 만드는 도구'이듯이 고백은 그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는 장치'이다.  고백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심성)을 눈에 보이는 현상으로 드러내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 물성 " 을 띤다.  발화된 언어는 공간을 차지하거나 부피와 질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물질'이라 할 수는 없으나 


고백 행위가 물성'을 갖는다라는 접근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다면 장국영이 유심론자'에 가깝고 장만옥은 유물론자에 가깝다.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마음은 물성을 띤 현상으로 나타난다.  목이 마른 사람에게 물잔을 건네는 것, 그러니까 목이 마른 사람이 받은 잔(盞)은 물을 건네준 사람의 심성이 물성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선의가 물잔이라는 물성으로 변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주고받는 것이 인지상정이어서 인간 관계란 결국 물성을 띤 물적 관계의 교환인 셈이다. 영화 << 동사서독 >> 에서 장국영과 장만옥의 엇갈림은 결국 물물교환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고 말하는 초코파이의 유심론을 볼 때마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라고 말대답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나는 유물론자'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다면 당당하게 말로써 고백하라. 자본이 필요 없는 투자이자 가장 저렴한 기부 행위인 셈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1세기컴맹 2019-10-19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나는 왜 유심론자가 된건지 이해못해서 번복해 읽지만

곰곰생각하는발 2019-10-20 13:13   좋아요 0 | URL
21세기 님의 문해력 때문이 아니라 저의 문장력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