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공명과 조국
제갈공명은 해무가 짙게 드리우는 날을 기다렸다가 새벽에 배 열 척을 조조 진영'을 향해 띄운다. 배에 병사는 없다. 지푸라기 병사(짚단으로 만든 허수아비)들이 있을 뿐이다. 조조는 해무가 짙게 깔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제갈공명의 배를 향해 10만 개의 화살을 날린다. 이 화살은 그대로 지푸라기 병사'에 꽂힌다.
제갈공명은 화살 무덤이 된 배를 이끌고 되돌아간다. 그의 목적은 조조 진영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화살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 유명한 적벽대전의 하이라이트요, 클라이막스이다. 결과적으로 제갈공명은 조조의 화살로 조조 진영을 물리쳤으니 이이제이(以夷制夷)인 셈이다. 적벽대전과 쌍벽을 이루는 조국대전의 하이라이트는 화살이 아니라 짜장면과 케이크'였다. 배달의 민족이자 먹방의 원조인 한국인'에게 있어서 짱깨와 케잌'만큼 이 사태를 정확히 설명하는 오브제는 없다. 검찰 역사 100년을 통틀어서 가정집을 압수수색할 때 거실에 퍼질러 앉아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은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모습을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그로테스크'하다. 그 풍경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것은 마치 사채업자들이 돈을 받아낼 목적으로 채무자 집에 쳐들어가서 짱깨를 시켜 먹는 조폭 영화의 한 장면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조국의 집 거실 한편에는 한입 베어 문 단무지 몇 조각과 입술을 닦은 두루마리 휴지가 그릇에 담겨 있었으리라. 반면에 케잌은 피도 눈물도 없는 서정과는 어울리지 않는 소품이다. 가족 범죄 사기단이라는 온갖 비난으로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있지만 조국은 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케잌을 손에 들고 퇴근한다.
케잌이라는 생크림 양과자'가 기념일을 축하하고 가족의 단합을 소망하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짱깨와 케잌은 정반대의 가족 풍경을 연출하는 오브제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케잌을 들고 퇴근하는 조국의 뒷모습을 몰래 찍으며 이 사진을 정국을 혼란하게 만든 장본인이 정작 가족만 챙긴다는 이미지의 서사'를 강조하고 싶었으나 역설적이게도 이 사진은 가족만 챙기는 가장의 이기利己(心)'가 아니라 가장의 비애로 읽혔다. 그동안 검찰과 언론을 조국을 향해 수많은 비난의 화살을 쏘았다. 130만 개에 육박하는 의혹 보도 기사를 작성했으니 130만 개의 화살'이다.
조국은 짚단으로 만든 허수아비가 되어 묵묵히 이 화살을 맞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반격을 도모할 때이다. 제갈공명이 그랬듯이 이 화살은 그대로 검찰 개혁을 위한 무기로 활용되어야 마땅하다. 전쟁에서 칼보다 훌륭한 무기는 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