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발이냐 불발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섹스 피스톨즈

- 리오 브라보, 1959
영화 속에서 " 총 " 은 " 딱딱한 페니스 " 에 대한 은유'이다(섹스 피스톨즈'라는 이름의 미국 롹밴드도 있다). 격발은 사정이며 불발은 발기 불능'이다. 그리고 총알은 강철로 만든 정자'이고 리볼버 회전식 탄창은, 음.... 그러니까, 그게 일종의 불알'이다.
그것은 남성의 욕망이자 그 욕망이 반영된 페티시'다. 영화 << 다이 하드 >> 에서 도시를 순찰하는 흑인 형사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총을 겨누지 못하는데 이것은 명백히 성 불능에 대한 은유이다. 그와 무전기로 대화를 나누며 동병상련을 느끼는 존 맥클레인 형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그는 무능한 남편으로 아내와는 이혼 위기에 처해 있으며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아내는 남편의 성을 숨긴 채 처녀적 이름으로 직장 생활을 한다. 그러니깐 아내는 < 홀리 맥클레인 > 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결혼 전 이름인 < 홀리 제네로 > 로 처녀 행세를 하는 것이다.
맥클레인 형사는 나카토미 빌딩 로비에 있는 방문자 명단에서 아내가 처녀적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살을 찌푸린다. 맥클레인'이라는 성'은 말 그대로 아내로부터 제거(거세)된 상태인 것이다. 지금 그의 페니스는 발기와 거세 사이에 있다. 잘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꼴린 것도 아닌 상태. 마치 휴대폰 표시창에 방전을 알리는, 깜박거리는 아이콘’처럼 말이다. 그는 자신의 남근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그는 자세를 고추세우며 외친다. " 우린, 죽지 않아 !!!!! " 영화 << 다이하드 >> 는 서부 LA에서 벌어지는 현대판 마천루 서부극이다.

< 총 > 이 중요한 오브제로 활용되는 서부 영화 장르는 발기된 불알후드의 세계를 다룬다. 주인공은 총구에 불을 품어냄으로써 남성다움을 과시'한다. 퐈이야 ~ 그러니까 웨스턴 무비는 기본적으로 남근 선망 판타지에 기반을 둔 장르인 셈이다. 서부 영화의 아이콘이었던 배우 존 웨인과 하워드 혹스 감독이 프레드 진네만 감독이 연출한 << 하이 눈, 1952 >> 에 대하여 격렬한 어조로 비난한 이유는 그들이 보기에 윌 케인 보안관(게리 쿠퍼 분)이 히마리 없는 거세된 남성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형사가 트라우마로 인해 그 어느 누구에게도 총을 겨누지 못한다고 고백하는 << 다이 하드 >> 의 흑인 형사를 닮았다.
윌 케인 보안관은 악당과의 대결보다는 마을 사람들의 연대를 강조한다. 또한 그는 부보안관에게 애인을 빼앗긴 상관이며 그와의 몸싸움에서도 가까스로 이긴다. 어디 그뿐인가, 그는 여성을 구원하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남성'이다. 존 웨인과 하워드 혹스가 보기에 월 케인 보안관은 겁쟁이'다. 그래서 그들이 손을 잡고 만든 영화가 << 리오 브라보, 1959 >> 이다. 영화 << 리오 브라보 >> 는 << 하이 눈 >> 제작진에게 보내는 발기한 남성-들의 딱딱한 답장'인 셈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보안관(존 웨인 분)은 악당과 시시때때로 대결하는데, 그는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들의 선의를 모두 거부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는 오로지 독고다이 정신으로 수많은 악당과 대결하여 승리를 거둔다. 게리 쿠퍼 보안관이 고뇌하는 햄릿 유형이라면 존 웨인 보안관은 돈키호테'다. 다시 말해서 게리 쿠퍼 보안관이 당기되 쏘지는 않는다는 " 인이불발 引而不發" 을 실천한다면, 존 웨인 보안관은 " 일단격발 一旦擊發 " 을 주장한다. 전자가 지루라면 후자는 조루다. 이처럼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두 영화를 감상하며 그 차이를 발견하는 것은 시각적 쾌락 너머의 지적 유희'이다. 불알후드의 극렬 다이오드적 시네마틱 극성 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고개 숙인 남성의 히마리 없는 불발'에 애정이 간다. 무릇 총이란 위험한 무기'로 언제나 격발이 가능하기에 조심히 다루어야 한다.
남근도 총이다(아님 말고). 당기되 아무때나 쏘지는 마라, 잉글랜드 토끼가 비웃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