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문  과     잡  문     사  이  : 

 

 

 

 

 

 

 

 

더 나쁜 쪽으로  :  숙주와 기생충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문학을 순수 문학(純粹 ) 이라고 한다. 그리교양이 비교적 낮은 독자를 대상으로 하여 흥미에 중점을 둔 내용으로 평이하게 쓴 문학을 통속 문학(通俗 )이라고 한다.

전자는 한자 純(聖) : 순수할 순 에 방점이 찍혔고 후자는 俗 : 속될 속 에 방점이 찍혔다. < 순수 > 가 다른 것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순수 문학이냐 / 통속 문학이냐라는 질문은 곧 뉘 집 자식이니 ?  _  라는 질문과 일맥상통한다.  그 질문의 핵심은 순혈주의'다.  순수 문학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평단은 작가에게 혈통이 무엇인지 / 뉘 집 자식인지 / 그리고 아버지는 뭐 하시노 ? _ 라고 묻는다. 문단 어르신의 질문에 우리 아버지, 건달입니더 _ 라고 말하는 순간, 그 결말을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 

내가 문단의 이분법적 잣대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계기는 신경숙 때문이었다. 내가 보기에 신경숙 문학은 아무리 봐도 통속 문학에 가까웠다. 아니, 통속문학의 정수였다. 속되도다. 아아,  졸라 속되도다.               그런데 한국 문단은 왜 신경숙 소설을 대한민국을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누가 봐도 크리넥스 티슈와 다를 바 없는 데 말이다. 나는 신경숙의 촌스러운 쌍팔련도 키친아트적 욕망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신경숙은 통속 작가로서 꽤 재능 있는 작가라는 점인 인정한다.  문제는 신경숙이 잡문가가 아니라 순문가'로 둔갑한 데 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신경숙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

잡문가를 순문가라며 띄워 준 집단은 문단 어르신'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경숙을 앞세워 문단 권력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신경숙은 일종의 가케무사가 아니었을까 ?  이들은 숙주와 기생충의 관계로 숙주가 죽으면 기생충도 죽는 공생'이다. 그렇다고 신경숙을 헤게모니 싸움의 피해자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 누구보다도 그 권력의 단물을 만끽한 이는 신경숙이었으니 말이다. 송충이가 갈잎을 먹으면 죽는다는 속담이 있다. 솔잎을 먹고 사는 송충이가 먹을 것을 찾아 갈밭에 내려와 갈잎을 먹는다는 말로 자기 분수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비꼬는 말이다.

순문과 잡문을 순혈의 잣대로 나누는 속된 짓을 하면서도 입만 열면 순문학'을 예찬하는 꼴을 보면 역겹다. 신경숙보다 더 나쁜 쪽은 한국 문단이다. " 나이가 들어도 자라지 않는 비평가의 꼴을 보는 일은 슬프다. " 故 김현 문학평론가의 지적'이다. 한국 문단은 판타스틱하다, 더 나쁜 쪽으로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다맨 2019-06-08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경숙은 논외로 하더라도, 백낙청 교수에 대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럼에도 작게나마 존경의 마음을 가진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이런 것도 다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9-06-08 17:04   좋아요 0 | URL
수다맨 님, 29일(토)에 한 잔 합시다. 그때 솔방울 님 새로운 전시가 광화문에서 하는데 전시 보고 나서 우리 둘이 오붓하고 한 잔.. 어떻습니까 ?

수다맨 2019-06-10 09:20   좋아요 1 | URL
답글이 늦었습니다.
29일에는 제가 선약이 있어서 아무래도 약속을 잡기가 어려울 듯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06-10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에. 잘 알겠습니다. 나중에 변심이라도 생기시면 알려주시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