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지왕(우리엔터연말행사)(King Of Comedy)
우리엔터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                                         

 막   간   에         울    다    :


 




킹 오브 코미디


 

 

 


 


                                                                                               민둥산 같던 주둥이에 털이 듬성듬성 자라기 시작해서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  :  나는 주로 A급 영화'만 보았다.  칸느,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 따위의 명성 자자한 영화제는 물론이고 기타 각종 유수 영화제 수상작만 골라 보았다.

그때는 허세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이었던 모양이다. 또래들이 에로 영화에 발기탱천하고 친구들은 나이 제한 때문에 에로 영화를 볼 수 없다는 애로 사항을 내게 하소연하곤 했다.         총질에 삽질할 때  나는 격조 높은 영화를 보며 도도한 삶을 꿈꿨다.  도도한 이상과는 달리 노동자로서 나는 점점 미미하고 시시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상은 도했으나 성격은 개걸스러웠으며 하는 일마다 실패의 연속이었다.  바다 짠물을 잔뜩 먹은 솜옷처럼 축 늘어진 인생이었다. 나는 외쳤다.  대한민국, 다 (엿) 먹어라 그래  C !           (뭐), 이런 삐딱한 심정, (뭐) 이런 (욱)하는 마음.

격조 높은 영화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나는 개똥밭에서 뒹구는데 너무나 향기로운 높은 성에서 사는 꿈을 꾸고 있었구나. 그때부터 B급 병맛 영화를 즐겨 보게 되었다.  병맛 영화는 소프트 바디와 하드 바디가 모두 뛰어난 배우보다는 나와 비슷한 만무방이 나와서 쓴맛, 단맛, 병맛을 모두 경험한다는 점에서 내 루저 취향을 저격했다.  병맛의 참맛을 알게 해준 사람은 주성치'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가 병맛을 알아 ?   주성치 영화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 희극지왕, 1999 >> 이다.  이 영화는 주성치가 영화판에서 7년 동안 무명배우로 뒹굴면서 느꼈던 서러움이 고스란히 묻어난 영화'였다.


 

▶ 영화 오프닝 장면은  한 남자(주성치 분)가 바다를 향해 자기계발서에서  단골로 사용되는 구호를 외치면서 시작한다. 나는 이 맬랑꼴리하며 블루스한 오프닝에 당황했다. " 투머치 슬랩스틱 오버 코미디 영화 " 에서 타이틀이 채 뜨기도 전에 쓸쓸한 < 뒷모습 > 을 보여준다는 것은 일종의 변칙이자 변종이다.  이 영화는 앞모습에 가려진 뒷모습에 대한 영화이다.

 


 

 

그는 시종일관 관객을 웃기려고 노력했으나 슬랩스틱 너머에 내재된 파토스는 숨길 수 없었다( 정극 배우의 슬픈 연기보다 희극 배우의 슬픈 연기가 더욱 돋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 이는 찰리 채플린이었다. 그가 << 라임라이트 >> 란 영화에서 거울 앞에서 화장을 지우며 표정 없이 카메라 정면을 응시했을 때,  나는 까닭 모를 연민에 허우적거렸다 ).  그리고 피우피우 역을 연기한 배우가 택시 안에서 12월에 내리는 눈처럼 펑펑 울 때에는 나도 모르게 그만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 럭키금성의 삼 파장 초정밀 발광 다이오드적 극성에 가까운 주성치의 유치찬란한 투머치 오두방정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 " 를 보다가

 

싱싱한 가거도 우럭처럼 울컥한 감정이 찾아오리라고는 그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이때 피우피우 역을 연기한 배우가 바로 장백지'였다. 그는 이 영화에서 술집 여자'로 등장한다(그녀는 이 영화로 데뷔했다).  영화 줄거리를 당신에게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주성치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맥락이 아니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배운 것은 연극(적)이 때로는 최상의 현실성이며 삶의 진정성을 표현하기에 좋은 수단이라는 점'이다. 이 영화는 허술하고 서툴지만 주성치의 진심이 담긴 멜로'이다. " 유치찬란 " 한 삶도 때로는 " 유치하지만 찬란한 삶 " 이 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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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5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05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9-06-05 23:54   좋아요 0 | URL
요즘 세대에게도 잘 통할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린 아해들이 잘 몰라 그렇지 알게 되면 다시 주성치형아 전성시대가 열릴 지도 모르는데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9-06-06 14:36   좋아요 0 | URL
주성치 영화가 좀 마니아적이기는 하죠... 불량식품이라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