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한 수컷들이 펼치는

발칙한 엄살들의 향연장



 

 

 

 

 


 

문학 속 한국 남자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접는 결정적 계기가 임권택 영화 때문이었고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을 접은 결정적 계기는 윤대녕 소설 때문이었다.

보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   임권택 영화나 윤대녕 소설 때문에 그들이 꼴도 보기 싫었다기보다는 평단의 아부에 질린 탓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는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이라고나 할까 ?  나는 << 무진기행 >> 류의 소설을 읽다가 학을 뗐다. 기존 문학에서 여성과 남성이 공간을 점유하는 지점은 서로 다르다.  남성은 주로 도시 / 중심 / 도심'을 점령하고 여성은 동네 / 변방 / 향토의 공간을 점유한다. 좋은 예로 도심 속 사우나는 여탕은 없고 남탕만 운영하는 곳이 많은 반면에 주택가 목욕탕에는 반대로 남탕이 없는 경우도 있다. 성별에 따라 나와바리'가 구별되는 것이다.

한국 문학은 남성이 자신의 나와바리를 떠나서 여성의 공간에 침투하는 것은 낭만적 경험으로 다루면서도 정작 여성이 남성의 나와바리에 진입하는 순간에는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국 문학에서 " 도시 여자 " 는 주로 부정적으로 소비된다. 은교라는 소녀가 변두리 동네 여자라는 점은 한국 문학 어르신의 판타지에 불과하다. 은교가 사랑스러운 이유는 도시 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 그렇기에 서울이라는 도시에 사는 남자가 자신이 사는 나와바리(도시, 중심, 도심) 를 떠나서 동네 변두리로 향토 여행을 떠난다는 문학적 상징성은 성적인 코드와 함께 성차별적 시선을 숨기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승옥의 << 무진기행 >> 은 바로 이 도식을 따른다. 윤대녕 소설도 << 무진기행 >> 의 아류작이다. 새로울 것 하나 없다는 점에서 윤대녕 소설은 상투적이며 식상한 작품이다. 쉽게 말해서 고리타분하다는 소리이다.  하지만 평단이 세련된 도시적 감수성과 신선한 문체 운운하며 엄지척 올리고 감탄할 때마다 나는 중지척 올리며 반항했다.  조까라마이싱이다 !                  한국 문단이 주례사를 남발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남진우 평론가가 << 은어 낚시 통신 >> 을 두고

" 안개 속에서 붉게 타오르는 휘황한 불꽃나무, 윤대녕의 소설은 이 성소(聖所)에 도달하기 위한 기나긴 도정이며 이 성소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현실 저편 일상 저편에 자리잡고 있는 그 무엇이 홀연히 이 진부한 사실의 세계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 순간 삶은 무의미한 반복 혹은 추락의 과정이기를 그치고 하나의 불꽃으로 고요히 타오른다. 일상의 나태한 의식으로는 인지되지 않는 낯선 세계가 갑자기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

라고 평가했을 때는 크게 웃었다. 문학평론가 특유의 만연체를 읽을 때마다 원고지 칸 채우려고 애를 쓴다는 생각에 항상 웃게 된다. 나는 남진우의 문장을 다음과 같이 번역했다. 윤대녕의 소설은 여성의 자궁에 도달하기 위한 정자의 기나긴 도정이며 자궁에 대한ㅡ 후끈 달아오른, 아. 아아아아아. 그 정염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비단 이 소설집'뿐만 아니라 다른 소설들도 성격이 대동소이해서 다른 평론가들의 비평도 대부분 시원(始原)을 찾아 떠나는 문학 여행이라든지 성소(聖所) 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게 중평이었다.  남진우의 비평 수준은 비평이라고 하기에는 자격 미달이어서 차라리 하마평이 적당할 텐데,

하마평이라고 하기에도 모자랄 정도로 형편없어서 벼룩평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최순실이 < 의상실 > 에서 옷 고르는 재미에 빠져 있다면 윤대녕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은 < 의욕상실 > 에 빠져 있다. 돈이나 벌려고 직장인이 되었나 자괴감에 빠질 무렵,  서울이라는 도시에 사는 중년 남자는 현대 카드 하나 손에 들고 떠난다. 춘천 청평사로, 부여 무량사로, 땅끝 해남으로, 제주도 성산포'로 ! 개불처럼 히마리 없던 남자는 그곳에서 여자를 만나 원기를 충전한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윤대녕 작품 세계를 장소애(토포필리아)로 이해하는 것은 과연 타당한가 ? 

혹자는 청평사, 무량사, 성산포가 평론가들이 말하는 성소나 시원이겠구나 지레짐작하겠지만 윤대녕 문학 속 장소는 여행지(로컬리티) 가 아니라 성적인 의미에서의 처녀지(處女地) 다. 그러니까 도시 서울에 사는 중년 남성이 지방에 내려가 젊고 아름다운 묘령의 여성을 정복하고 상경한다는 점에서 처녀지'인 것이다. 윤대녕 소설에 등장하는, 히마리 없는 남자가 여행을 통해 원기를 회복하는 곳은 지(地)가 아니라 여성의 체(體)다. 한국 문학 속 남자들이 자주 써먹는 수법이 자기 연민이다.  나는 외롭고, 나는 아프고, 나는 지치고, 너는 내 알 바 아니고, 나는 버티고, 너도 아프면 나는 더 많이 아프고, 자니 ? ......  

내가 윤대녕과 평론가를 싸잡아서 비판하는 대목은 한국 사회가 여성을 소비하는 싸구려 방식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커녕 적극적으로 옹호한다는 점이다.  한국 문단이 유독 " 처녀지 " 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이 여성의 몸을 로컬리티(locality)에 빗대어 문학적 감수성으로 풀어내는 방식은 꽤나 로 컬리티(low  quality)하다.  유식하게 말해서 그렇지,  무식하게 풀어서 말하자면 " 시바, 졸라 촌스럽다 ~ "  그들은 여성 - 몸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피로할 때 먹는 비타민C이거나 박카스 F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출판사 사장이라면 윤대녕 소설 띠지를 다음과 같이  만들 것이다.

남성이여 ! 피로할 때 떠나라, 원기 회복엔 묘령의 여자. 아침에 먹는 사과보다 맛있습니다. 절찬리에 판매 중 ! 충남 보령군 음성읍 절찬리에서는 안 팔아요, 팔아요, 요, 요, 요, 요, 요, 요........    

이 싸구려 남성 판타지에 질려서 더 이상 윤대녕 소설 따위는 읽지 않는다. 차라리 순문학보다는 장르문학이 느끼하지 않아서 좋다. 튀김 문학보다는 차라리 스시 문학이 낫다. 과연 여성의 몸은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신비하며 위대한 성소(聖所)이자 시원(始原)일까 ?  문제는 윤대녕만의 판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박범신의 << 은교 >> 도 마찬가지다. 문학적 감수성으로 포장된 서사는 겉으로 보기에는 여성 숭배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여성 숭배가 아니다.  오히려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차기 일쑤다. 여자 옆에 끼고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사장님일수록 평소에는 여성 비하 발언을 사슴도 아니면서 서슴없이 하는 것과도 같은 모순'이다. 

그들이 숭배하는 것은 탐나는 여성 육체이지 평범한 여성 육체가 아니다. 이처럼 體를 食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할수록 여성 육체는 숭배받는다. 바로 이런 남자 때문에 바바라 크루거는 " 당신(여성)의 몸은 전쟁터 " 라고 폭로한다. 한국 남자들은 애나 어른이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많이 아픈 모양이다. 위로를 전한다. " 마이 아파 ? "


2016-12-04에 쓴 격문을 다시 고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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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9-05-11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었어요 윤대녕 소설 제목을 못찾아 이렇게 댓글 남김니다. 알려주심 다시 찾아와 읽어보려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05-11 19:20   좋아요 1 | URL
검색창에 윤대녕 입력하면 책 제목이 주르르르륵 나옵니다.. ㅎㅎ

21세기컴맹 2019-05-13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체적으로 책 제목을요.
제가 읽은 몇 권에서는 여기서 말하시는 걸 감지 못해서요.
구체적으로 책 이름을 주세요. 호기심..

곰곰생각하는발 2019-05-13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어낙시통신 읽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