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는 남자다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만들어지는 것'이다. 명저 << 제 2의 성 >> 에서 시몬느 드 보봐르가 한 말이다. 여기서 억압의 주체는 기득권 / 주류 / 아버지 / 결혼한 남성'이다. 그들은 은밀한 방식으로 여자를 작고 좁게, 그리고 무해하게 만들도록 교육한다. 

코르셋은 여자의 몸을 작고 좁게 만드는 억압 장치로 " 44 / 死死 사이즈 옷 " 은 현대판 코르셋'이자 전족'이다.  그것은 여성 스스로 44 / 死死 사이즈 옷을 욕망한다기보다는 남성 주류 사회가 여자 스스로 작고 좁게, 그리고 무해하게 만들도록 교육(/ 세뇌)시킨 결과이다.  만약에 여자가 남성의 요구를 거부하고 크고 넓게, 그리고 남성에 대항하여 강한 힘을 과시하려고 하면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는다. 그들은 이들을 싸잡에 멧돼지' 라고 공격한다. 몸이 팽창하는 여성은 남성에게는 적이다. 그렇기에 헐크는 여성일 수가 없는 것이다(킹콩과 헐크, 모두 다 수컷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여자가 " 축소 지향적 교육 " 을 받는다면 남자는 " 확대 지향적 교육 " 을 강요받는다. 전자는 수축 이미지이고 후자는 팽창 이미지이다. 그러니까 여자는 내부를 향하고(내향적-) 남자는 외부를 향한다(외향적-). 여자는 앉을 때 다리를 오므리라고 가르치지만 남자에게는 그것을 애써 강요하지 않는다. 또한 여자는 가슴을 가려야 하지만 남자의 가슴은 당당하게 펼칠 때 멋있다고 가르친다. 반대로 남자는 웅크리거나 고개를 숙이거나 다소곳한 태도는 남자답지 못한 모양새로 비춰진다. 이것이 바로 성별에 따라서 여자는 축소 지향적 교육을 받고 남자는 확대 지향적 교육을 받은 결과이다. 교육이라기보다는 세뇌에 가깝다.

세뇌의 흔적은 언어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 내외(內外) " 라는 단어는 內 가 여성을 지시하고 外가 남성을 지시한다. 그리고 內와 外의 경계는 곧 私와 公의 경계'이다.

 

 

한자 私 는 ( 사 : 사사롭다 ) 의 본자'이다. 厶 는 팔꿈치를 구부려 물건을 자기 쪽으로 감싸는 형국으로 사사롭다는 의미'이다.  쉽게 말해서 " 팔은 안쪽으로 구부려진다잉~ " 이라는 속담과 일맥상통하는 한자'이다. 그런데 이 한자를 해체하다 보면 갓 쓴 아버지의 편협하고 쩨쩨한 갬성에 실소를 금치 못하게 된다.  한자 私 는 사사롭다는 뜻과 함께 오줌, 간통, 혼자, 여성 성기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 사생아 " 라는 단어는 여성 성기를 가진 이가 임신을 하여 혼자 낳은 오줌 냄새 나는 아이'라는 속내를 품고 있다. 이 얼마나 꼼꼼하고 치밀한 갬성인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이 모든 잘못을 여자 몫으로 돌리려는 사생아의 아버지를 보다 보면 이성복의 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 아버지 씹새끼 / 입이 열이라도 할 말 없어.  이 글을 읽고 화가 난 이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아니 시발.... 그러면 私적 출생이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 탓이라면  公적 출생은 남성 덕'이냐 ?   그에 대한 내 대답은 그렇다 _ 이다. 공생아는 국가와 사회로부터 부계의 권력과 재산을 승계하지만 사생아는 공적 영역에서 승인을 받지 못한다.

한자 公 은 八 + 厶 으로 구성된 한자'다. 뜻풀이를 하자면, 구부러진 팔을 펼친다는 의미로 사사로운 일과는 등을 진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펼치겠다는 포부이다. 미시는 경멸하고 거시를 찬양함이 바로 公의 철학이다. 그런데 이 한자는 남자의 이름 뒤에 붙이어 부르는 말로 관직에 오른 남성에 대한 경의를 나타내는 말이다(혹은 2인칭과 3인칭 남성을 지시한다).

 

 

ㅡ 애타게 아버지를 찾습니다 中

 

 

이처럼 여자는 오랫동안 外와 公의 세계로 진출하지 못한 채 內와 私의 영역에 갇힐 수밖에 없었다. 새장 속에 오랫동안 갇힌 새는 나중에 새장 문이 열려도 세상 밖으로 날아갈 생각을 하지 못하듯이 축소 지향적 교육에 길들여진 여성은 내부의 안온에 길들여진다. 한국 사회에서 여자는 內를 벗어나 外에 나가는 순간 비판의 대상이 된다. 김치녀, 된장녀, 김여사, 맘충 따위는 모두 여자가 바깥 활동을 할 때 벌어지게 되는 미소지니 misogyny 의 결과'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자는 집에 처박혀서 밥이나 차릴 때가 가장 안전하다.

 

 

헐리우드에서 헐크의 여성 버전인 << 쉬-헐크 >> 라는 영화를 기획한 적이 있으나 무산된 적이 있다. 어느 누구도 여성이 초인적인 힘을 얻기 위해 헐크처럼 벌크-업되는 영화를 보려 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세뇌는 세뇌된 사람이 자신이 세뇌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때 성공한다. 억압도 마찬가지다. 억압은 억압된 자가 자신이 억압된 상태라는 사실을 모를 때 성공한다. 새장 문은 열려 있다. 선택은 당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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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3-18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나온 B급 영화 중에 ‘퀸콩‘이란 제목의 작품이 있어요. 제목 그대로 암컷 거대 고릴라가 나옵니다. 괴작으로 회자되는데 더 최악인 건 브래지어를 입힌 퀸콩의 모습입니다. 여성성을 노골적으로 강조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9-03-18 16:2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킹콩에게 뭔 브라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