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들









1. 제이케이 필름 영화 -


JK필름 영화의 특징은 " 양념이 많다 " 는 점이다. 영화 속에 온갖 양념을 아낌없이 퍼부으니 웃짠(웃고 짠하고..)하게 된다. 코미디라는 양념, 볼거리라는 양념, 신파라는 양념...... 맵고, 짜고, 달다. JK필름 영화를 보고 나오면 당신은 알게 모르게 엉덩이에 털이 나는 수치를 경험하게 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윤제균 감독의 철학이 반영되다 보니 흥행만 되면 장땡이라는 모토 아래 JK 필름은 오늘도 돌아간다. 그런데 양념이 많이 들어가거나 부재료가 많이 섞인 음식은 의심을 해야 한다. 내 주장이 아니라, 음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충고'다. 자극적인 양념은 주재료의 품질을 감추는 용도로 적합하다. 한우 꽃등심을 고추장 양념으로 요리하지는 않는다. 왜냐고 묻지 마라, 주재료의 맛 자체가 훌륭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맛이 떨어지는 고기 부위는 대부분 양념 주물럭으로 요리를 한다. 질 낮은 주재료의 맛을 숨기기 위해 자극적인 양념을 과도하게 투하하는 까닭이다. 단맛과 짠맛은 일종의 포장술인 셈이다. 영화라고 해서 다를까 ? JK필름은 한 가지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다. 감독의 인문학적 교양은 박약하고 돈벌이에는 박식하니 웃짠을 대표하는 << 국제시장 >> 이나 << 해운대 >> 같은 영화가 탄생하게 된다. 이병헌이 늙은 복서로 등장하는 << 그것만이 내 세상 >> 은 인문학적 교양이 박약하고 돈벌이 욕심은 박식한 제작자가 영화를 만들 때 범하게 되는 오류'이다. 제이케이 필름은 장애인 인권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그것을 신파로 이용할 생각만 한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보통의 장애인이 아니라 장애인이 천재적 재능을 가졌을 때(영화 속 주인공 동생은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다)이다. 위의 영화 모두 관객 동원에 성공한 영화이니 소비자의 니즈를 분석하는 능력은 탁월하나 이따위 개 같은 쓰레기 영화가 훌륭한 음식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맥도날드 햄버거가 맛은 좋지만 정크푸드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듯이, 제이케이 필름도 맛은 좋지만 영양은 쓰레기'다.






2. 국가대표 2


슬프지 않은 신파를 보는 것도 고역이긴 하지만 웃기지 않은 개그를 보는 것도 고역이긴 마찬가지'다. 영화 << 국가대표 2 >> 는 웃기지 않은 개그와 상황이 연속으로 등장한다. 웃기려고 작정하나 웃기지 않으니 민망할 뿐이다. 무엇보다도 게으른 각본가가 제작에 참여했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총체적 난국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나부터 열까지 억지 설정이다 보니 관객은 이 영화를 콩트로만 받아들이게 된다. 당연히 리얼리티가 주는 실감 나는 체감을 보여주지 못한다. 모든 영화의 핵심은 동병상련이다. 주인공이 느끼는 곤경을 타자인 관객이 받아들일 때 몰입이 발생하게 된다. 이 몰입이 좋은 영화를 만든다. 리얼리티가 중요한 이유이다.



3.  목격자

문장의 앞과 뒤를 이어주는 것은 문맥이다. 요령이 없어서 문맥이 맞지 않으면 맥락이 끊기고, 맥락이 끊기면 부조화가 발생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좋은 문장(장면)이 있고,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는 좋은 문맥(편집)이 있다면 좋은 영화가 탄생하지만, 맥락이 끊기면 부조화가 발생한다. 저잣거리 입말로 쉽게 말하자면 개소리. 장면과 장면을 연결할 때 맥락이 끊기면(논리적 모순에 직면하게 되면) 관객은 영화의 메시지가 PC하다 해도 결국에는 개소리'로 들려서 " AC ~ , 뭔 개소리여 ! "                    영화 << 목격자 >> 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개소리로 일관한다. 살인범이 피해자를 암매장할 장소로 도심 한복판 아파트 뒷산을 선택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가 얼마나 멍청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나 알 수 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살인범이 피해자를 암매장하기 위해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서울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뒤 뒷산이다. 아니, 뒷산도 아니고 그냥 동네 동산이다. 주민 3,000명은 족히 살 법한 아파트 단지 뒷산에 ??!  개연성이 없다 보니 이야기는 점점 산으로 가는데..... 맙소사, 결말은 진짜로 산으로 간다. 아아. 목격자여 ! 산산(山山)이 부서질 이름이여.  이 영화는 문장이 형편 없을 뿐만 아니라 문맥도 맞지 않아서 맥락이 끊긴,  더럽게 재미없는 싸구려 펄프픽션 같다. 감독님, 영화 그따구로 만들지 마세여.







4. 신과 함께 1,2


<< 신과 함께 >> 시리즈는 온갖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영화이다. 토속 신앙에 기반을 둔 스토리이다 보니 궁중요리 같다가도 화려한 볼거리가 제공되니 퓨전요리 같기도 하다. 남녀노소 모두 좋아할 재료-들이다. 일종의 거대한 냉장고 같다고나 할까. 식재료가 다양하다 보니 그 어떤 요리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은 욕심이 생긴다. 매운맛이 나는 재료를 사용하면 신파가 될 것이요, 겨자를 겯들이면 하늘을 나는 맛이 될 것이다. 그런데 재료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음식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소울-푸드'라고 말하는 음식의 핵심은 결핍에 있다. 정신적 허기는 결핍에서 파생되는 감정이지 풍요에서 발생하는 풍미는 아니다. 그렇기에 볼거리 많은 << 신과 함께 >> 는 단백해서 맛있는 영화가 아니라 기름져서 맛있는 영화일 뿐이다. 튀겨서 맛이 없는 음식은 없다. 보고 나면 느끼한 맛에 동치미 국물 한 대접 마시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는 용량이 작은 냉장고 속에 보관된 몇 가지 재료'로 단백한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모자란 재료는 집 앞 구멍가게에서 그때그때 공수해서 사용하면 된다. 영화를 만드는 감독 입장에서는 용량이 큰 냉장고를 원하겠지만, 자칫하면 대용량 냉장고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 물괴 >> , << 인랑 >>, << 군함도 >> 가 대표적이다.





※  내가 아는 지인은 강남에 살지는 않지만 강남 좌파'처럼 행동한다. 진보 단체 활동도 하고 정기적으로 후원도 한다. 그리고 공정무역거래 상품을 주로 구매하는 착한-소비'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면 커피콩을 경작하는 흑인에게 이윤이 갈 수 있도록 만든 착한 무역 상품을 웃돈 주고 사는 식이다. 그런데 나는 그가 윤리적 소비자라는 데 1%도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한 달에 두세 번 창고형 대기업 마트에서 식재료를 대량 구입해서 사용한다. 집에는 대용량 냉장고와 대용량 김치냉장고가 있을 뿐만 아니라 대용량 냉동고'도 있다. 음식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넓다 보니  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속으로 나는 생각한다. 조까고 자빠졌네. 착한 소비는 별것 없다. 집앞 구멍가게에서 파는 맥주가 대기업 대형 할인 마트에서 파는 맥주보다 2,300원 더 비싸도 그때그때 구멍가게를 이용하는 것이 공정무역거래라며 웃돈 주고 사는 착한 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윤리적'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창고형 대형마트가 있지만 나는 일부러 구멍가게를 이용한다. 어느 때는 맥주 가격이 대형할인마트보다 300원이나 더 비싸지만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동네 구멍가게는 오랫동안 대형 냉동고와 냉장고 역할을 담당했다. 구멍가게에서 파는 맥주가 공장 출시 가격보다 비싼 까닭은 구멍가게의 대형 냉장고와 냉장고 사용료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구멍가게가 냉동고와 냉장고 그리고 음식 저장소 역할을 대신하다 보니 굳이 우리는 집에 대형 냉장고를 둘 필요 없다. 용량이 작은 냉장고만으로도 싱싱한 식품을 얻는데 불편함이 없는 것이다. 그것이 착한 경제적 순환이다. 미국처럼 땅덩어리가 넓어서 식품을 공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문제는 달라지겠지만,  24시간 동네 슈퍼가 불을 밝히는 대한민국에서 식품을 대용량으로 구매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구멍가게에서 사용하던 대형 냉장고를 집집마다 구매하고는 식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  먹다가 남긴 고기는 냉동고로 직행하다가 결국에는 버리게 되고, 할인 행사 때 산 유제품 묶음도 결국에는 유통기간이 지나 버리기 일쑤다. 이게 윤리적이며 합리적 소비 형태인가. 냉장고에 식재료가 가득 차면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인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자유를 제한할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보다 선택의 폭이 넓을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 냉장고는 작을수록, 그리고 적을수록 좋다. 그것이 윤리적 소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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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당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 아비정전 >> 을 상영한다. 오후 6시 30분 1회. 갈까 말까 고민 중이다. 마흔 번 넘게 보았으니 볼 것 안 볼 것 다 본 사이이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아련한 향수에 젖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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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8-09-25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유를 제한할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보다 선택의 폭이 넓을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 이 문장에 무릎을 치고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8-09-25 14:37   좋아요 0 | URL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은 그만큼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ox 문제보다 4지선다형 문제를 틀릴 확률이 더 높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