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갯불에 콩 구워먹을 사랑 :
음식은 쓰레기다
몸통은 쓰레기통'과 같다. 따라서 사람이 먹는 모든 것은 쓰레기'다. 그렇기에 건강을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쓰레기통의 청결과 위생에 대해 신경을 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뭐, 다들 쓰레기통에 대해서는 척척박사이시리라.
나 또한 쓰레기통에 관심이 많다. 정확히 말하자면 쓰레기통보다는 쓰레기에 관심을 가졌다. 멋진 추리소설을 구상한 적이 있었는데 집 앞에 버린 쓰레기(봉투)를 수거해서 그것을 분석하는 캐릭터가 주인공이었다. 쓰레기봉투 속에서 온갖 정보가 담겨 있다. 담배꽁초 유무를 통해서 흡연자인가 비흡연자인가를 알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구겨진 영수증을 통해서 그 사람이 무엇을 먹고 있는가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생리 날짜도 알 수 있다. 당신이 버린 쓰레기는 곧 당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정보'다. 쓰레기, 허투루 버리지 마시라. 그런데 지금은 쓰레기에 대한 내 관심이 달라졌다. 쓰레기보다는 쓰레기통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쓰레기통 활용법이라고나 할까 ? 이런 가정을 해보자. 네 개의 쓰레기통이 있다. 첫 번째 쓰레기통에는 생선 대가리와 먹다 남은 고기를 버렸고, 두 번째 쓰레기통에는 남은 밥을 버렸다. 그리고 세 번째 쓰레기통에는 버터를 버렸고 네 번째 쓰레기통에는 콩나물 반찬과 과일을 버렸다. 만약에 당신이 출장 때문에 4일 정도 집을 비워야 한다면, 제일 먼저 비워야 할 쓰레기통은( 한 개의 쓰레기통만 비워야 한다면) ? 바보가 아니라면 누구나 첫 번째 쓰레기통을 비우고 출장을 갈 것이다. 왜냐하면 생선 대가리는 빨리 썩고, 썩으면 구더기들이 생길 것이며 시취가 진동을 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악취의 주요 원인은 단백질이다. 첫 번째 쓰레기통은 단백질이고, 두 번째는 탄수화물, 세 번째는 지방에 대한 은유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대체로 처치 곤란한 녀석들이지만 특히나 생선 대가리가 실내 쓰레기통에서 썩으면 인간에게 지옥을 선물한다. 버려진 고깃덩어리는 썩기 전에 쓰레기통을 비워야 한다. 그렇다면 밤낮없이 36도 폭염을 유지하는 몸으로 들어간 음식물 쓰레기는 ? 육식동물은 장 길이가 짧다. 소화액은 초식동물보다 20배나 강한 산성을 분비한다. 육식동물의 장 길이가 짧은 이유는 고깃덩어리가 버려진 쓰레기통을 제일 먼저 비워야 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장이 짧아야 썩기 전에 빨리 몸 밖으로 버릴 수 있다.
장이 길면 고깃덩어리는 장 속에서 썩는다. 전지전능한 조물주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또한 육식동물은 초식동물보다 20배가 강력한 소화액을 가지고 있어서 고깃덩어리를 빨리 녹일 수 있다. 그렇기에 육식동물은 고기를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은 초식에 가까울까, 육식에 가까울까 ? 아니면 잡식 ?! 생물학적 지표는 인간은 초식동물에 가깝다고 말한다. 치아 모양, 상하좌우 움직일 수 있는 턱 구조, 장 길이, 위산의 소화액 모두 인간은 초식동물에 가깝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발 양보해서 이도 저도 아닌 잡식 동물이라 해도 인간은 육식동물에 가까운 잡식동물이라기보다는 초식동물에 가까운 잡식동물인 셈이다.
초식동물에 가까운 인간이 단백질이 많은 고깃덩어리를 과잉 섭취하는 것은 경유차에 등유를 넣는 것과 같은 꼴이다. 물론, 처음에는 굴러는 간다. 문제는 뒤탈이다. 저탄고지 열풍 이후, 탄수화물은 악당이 되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저탄고지 식단은 탄수화물 제한식이면서 동시에 단백질 제한식(저탄고지는 단백질을 20% 이하로 제한한다)로 이기도 하다는 점을 놓치면 안 된다. 그동안 단백질은 건강을 상징하는 최고의 영양소로 오랫동안 인기가 높았지만 오히려 단백질 과잉 섭취는 몸에 좋지 않다. 음식 궁합이 최악인 커플로는 " 콩과 함께 치즈 " 가 뽑힌다. 이 커플은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이 만나 부부가 되었으니 국경을 초월한 사랑처럼 보였으나......
으째쓰까나, 나중에 콩가루 집안으로 판정이 났다. 두 음식을 같이 섭취하면 두 음식에 다량 포함된 단백질로 인하여 소화 작용에 무리를 주게 된다. 그래서 위장에 많은 가스가 차서 복통을 유발한다1). 사실, 시대에 따라 평가가 시시각각 달라지는 3대 영양소는 억울하다. 내가 위에서 언급한 콩만 해도 그렇다. 콩의 사생활을 들먹이며 이러콩저러콩하니 콩은 억울하리라. 페루애 씹새끼, 남의 대소사에 네가 뭔데 일해라절해라야 ! 이들 입장에서 보면 독이 아닌데 독이라 하니 독이 오를 만하다. 진짜 독은 과식이다. 과식이야말로 독이다. 천하의 인삼 불패'라 한들 인삼 많이 먹으면 인사 불성 되기 쉽다.
현대인은 결핍으로 인해 병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과식으로 인해 병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라는 탈을 쓴 자본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며 새로운 다이어트 비법을 공개한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 결론은 먹어라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하루에 조금씩 여섯 끼를 먹어라, 단백질을 많이 먹어라, 아침을 꼭 먹어라, 시리얼을 먹어라, 주기적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하라, 주기적으로 종합 비타민을 섭취하라, 칼슘이 많이 든 음식을 먹어라. 노림수는 분명하다. << 먹고 단식하고 먹어라 >> 의 저자는 미국 식품 업계가 날마다 일인당 4,000칼로리를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식료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연간 10억 달러 이상이 식품 광고에 쓰인다. 미국 국민이 일주일 중 하루만 음식을 먹지 않아도 먹거리 산업은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다. 최종 결론은 비우는 것이다. 쓰레기통은 쓰레기를 비우면 비울수록 깨끗하다. 우리는 며칠 동안 쓰레기통 속에 쓰레기가 없다고 해서 쓰레기통을 쓸데없는 물건으로 취급하지는 않는다. 사람 몸도 마찬가지다. 쓰레기통(몸속)에 쓰레기(음식물)가 없다고 해서 쓰레기통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삼시 세 끼'라는 허구적 신화 앞에서 나는 날마다 반기를 든다. 하루에 두 끼를 굶는다는 것은 꽤나 행복한 일이다. 끝으로 콩에게 미안하다. 너의 불 같은 사랑을 믿는다.
주변의 만류와 편견에도 불구하고 종을 초월해서 콩과 치즈가 만나 두부가 되었으니, 아니 부부가 되었으니...... 아아,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그런 사랑. 오메, 뜨거워서 미쳐불것다. 앞으로는 이러콩저러콩하지 않겠다.
▤ 어제의 한 끼 : 술자리 ( 필름 끊김 )
산성 식품 : 소주 2병, 맥주 500cc 3잔 ??!, 삼겹살, 치킨 몇 조각,
알칼리성 : 시래기 된장 무침 한 대접( 밥 x ), 바나나 4개, 거봉 한 송이
1 ) 탄수화물이 많은 밀가루 음식과 옥수수를 다량 섭취해도 같은 증상이 발생한다. 옥수수, 밀가루, 콩, 치즈, 고깃덩어리의 공통점은 산성 식품이다. 50년대 이후, 생활이 풍요로워지자 미국은 비만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때 미 농림부가 내놓은 것이 fat - free 식단(지방 제한식)이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고단백질-고탄수화물 식단인 셈이다. 하지만 이 식단은 오히려 비만 인구를 가속화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게 아니라 불난 집에 석유를 뿌렸다고나 할까 ? 급하면 불난 집에 오줌이라도 싸야 할 판에 미 농림부는 석유를 뿌린 것이다. 고단백질-고탄수화물 식단이 비만의 주범이라면 반대로 저단백질-저탄수화물 식단으로 구성하면 어떨까 ?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저탄 - 저단 - 고지 식단이다. 그동안 우리는 단백질이 3대 영양소의 왕이라 믿었지만, 사실 단백질은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영양소'다. 모유에 함유된 3대 영양소 중에서 가장 적은 양이 바로 단백질(1.1g)이다. 이에 반해 탄수화물은7.2g , 지방은 3.5g, 당류는 6.4g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