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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날    은         간      다     :









빨간 개




​더러운 뒷골목을 헤매고 다녀도 / 내 상처를 끌어안은 그대가 곁에 있어 행복했다 / 촛불처럼 짧은 사랑 내 한 몸 아낌없이 바치려 했건만 / 저 하늘이 외면하는 그 순간 내 생에 복날은 간다


- 봄날은 간다, 캔

                                                                                                               그 개는 빨갛다. 누렁이도 아니고 검둥개도 아니다. 흰둥이도 아니다. 그 개는 빨갛다. 내가 그 개를 처음 본 것은 20년 전 서울역 대일학원 앞이었다. 개는 구원을 요청하는 눈빛으로 내 앞으로 다가와 꼬리를 흔들었다. 컹컹, 도와주세요.                             

개를 오래 키운 경험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교감할 수 있는 몸짓 언어였다. 개는 고통스러운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주변을 뱀뱀 돌았다. 안쓰러운 마음에 머리라도 쓰다듬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몸에는 털 한 오라기 하나 없었다. 그리고 몸은 피가 아닌 진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것은 살갗이 벗겨진 것이 아니라 살갗이 녹은 상태였다.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때 골목길에서 누군가가 몽둥이를 손에 쥐고 그 개를 따라 헐레벌떡 뛰어왔다. 개는 도망쳤다. 종합하면 이렇다. 복날에 동네 사람 몇몇이 개를 몽둥이로 때려잡았다.

나무에 묶어 불에 그을렸는데 죽은 줄 알았던 개가 깨어나 도망쳤던 것이다. 나는 지금도 살이 녹아서 진액으로 범벅이 된 몸으로 내게 다가와 살려달라고 낑낑거렸던 천둥벌거숭이 개의 생생한 눈빛을 아직도 기억한다. 복날이 되면...... 늘 그 개가 생각난다. 개를 먹는 문화를 반대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들은 동물 털로 만든 옷을 반대하지는 않는다(짐승의 고통에 대해서 조금만이라도 관심을 가진 이라면 유튜브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우리가 입고 있는 덕 다운(OR 구스다운)은 살아 있는 오리나 거위 몸에서 깃털을 뽑는다. 천둥벌거숭이가 된 짐승은 털이 자랄 때까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다가 다시 한번 뽑힌다.

그렇게 6,7번 뽑히고 나면 죽는다. 그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왜 아니 그러겠는가, 누군가가 당신 머리털을 움켜잡고 통째로 뽑는다고 상상해 보라. 원래 덕 다운은 극지방 사람이나 추운 나라인데 하루 종일 벌판에서 일을 해야 했던 노동자들이 입던 특수한 옷이었다. 요리에 사용하기 위해 뽑은 오리의 깃털을 활용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수요가 지나쳐서 현재 유통되고 있는 덕 다운의 8,90%는 살아 있는 짐승 털을 사용한다. 그 짐승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간의 보온을 위해서 뽑히고 뽑히고 뽑히다가 죽는 것이다. 그들은 인간을 위해 천둥벌거숭이가 되어 죽는 것이다.

동물 윤리만 놓고 보았을 때 덕 다운은 모피보다 더 나쁜 옷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그해의 유행을 위해서 롱패딩을 입고는 동물 윤리를 외치며 반려동물 털을 사랑스럽게 쓰다듬는다. 누군가는 내 글이 매우 불편하겠지만 그것이 진실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입지 마시라. 한겨울에 솜 점퍼 입는다고 얼어죽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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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9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20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7-20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장 보신탕집 근처를 지나간 적이 있었어요. 보신탕집 앞에 털이 완전히 벗겨진 개고기가 놓여져 있어요. 왜 그런 걸 가게 앞에 진열했는지.. 지나가는 애들이 보면 트라우마가 생길 거예요..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8-07-20 11:09   좋아요 0 | URL
보신타은 한국 문화다 운운하는데 시대가 변하면 문화도 바뀌어야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