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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
김살로메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5월
평점 :
미니멀 룩의 정석
책을 읽을 때 본문 뒤에 부록처럼 붙은 작품 해제는 잘 읽지 않는 편이지만 < 작가의 말 > 은 꼭 읽는 편이다. 글쓴이의 궐기를 가름하기 위해서다. 신형철 문학 평론집 << 몰락의 에티카 >> 에 붙은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 크게 실망한 적이 있다. 궐기는 없고 온통 문학과 문단 기득권을 향한 아부가 팔 할이었다. 스타 평론가라는 양반이 문단 기득권을 향해 양 손바닥을 어찌나 싹싹 비비던지 똥파리 못지않은 코스프레였다. 꼭, 그렇게 해야겠니 ? 애피타이저 맛이 떨떠름하다 보니 메인 요리에 대한 기대를 접은 상태에서 맛을 보니......
김살로메의 일천 글자 미니 에세이 <<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 >> 에 붙은 작가의 말은 꽤 근사하다. 애피타이저가 입맛을 돋우니 메인 요리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 수밖에 없다. 메인 요리 음식'은 뙇 ~ 열무김치말이국수'다. 더운 날에 이보다 좋은 요리도 없다. 소박해서 부담 없는 맛이다. 김살로메 문체는 단정하다. 옷맵시로 치자면 이 옷 저 옷을 겹쳐 입는 레이어드룩( : 옷을 여러 겹으로 껴입는 스타일)보다는 미니멀룩( : 장식적인 패션에 반反하여 극도로 심플함을 추구하는 패션)에 가깝다. 이런 취향은 아무래도 로맨스보다는 하드보일드 장르가 제격이다.
아니나 달라. < 문체 미학의 경제성 > 이라는 에세이는 그의 문장론을 잘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취향이 " 담백하고 건조한 문장을 선호하는 취향 " 이라고 고백한다. 나 또한 그의 문학적 취향을 지지하는 쪽이다. 문장을 가지고 지나치게 쪼물딱거리다 보면 문장이 촌스러워지고 결국에는 남사스러운 꼴이 된다. 대표적인 작가가 신경숙과 김애란의 최근 행보'다. 시대의 빈곤을 이야기하기에는 지나치게 팬시하지 않은가 ? 김애란 씨 ! 아우, 실망입니다아아. 이 책에 실린 80편의 에세이는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 다만 불편한, 매우 사적인 사족 하나를 굳이, 굳이, 굳이 붙이자면 < 그 울타리에 꽃불을 > 이라는 에세이는 살짝 목에 걸린다.
이 에세이는 이준규 시인의 << 문장 >> 이란 시로 시작하는데 이준규 시인이 문단_내_성폭력이라는 미투 사건의 가해 당사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읽기에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 책 작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편집자를 탓할 대목이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육백 편에서 추린 글 모음이라 했는데 굳이 논란이 되었던 이준규 시인의 시가 인용된 글을 선택할 필요가 있나 _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맺음말은 그녀의 문학적 취향답게 간결하게 끝내겠다. 건투를 빈다 ■